"봉급 빼곤 다 오른다" 스트레스가 '팍'

입력 2011-06-14 12:01 수정 2011-06-15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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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과 직장인…그 숨은 이야기

온갖 스트레스로 고생하고 있는 우리나라 직장인들이 매일 머릿 속으로 생각하지만 차마 하지 못하는 행동이 있다. 바로 자신을 괴롭히던 상사 앞에서 보기 좋게 사표를 던지는 것.

직장인들은 왜 매번 상상만 하고 실제로 사표를 쓰지 못할까. 회사를 다니는 이유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월급' 때문이다. 사직을 하면 실업자가 되고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돈을 벌지 못한다. 월급은 직장인들의 '생명선'이나 다름없다.

때문에 월급날 직장인들은 만면에 웃음이 가득하다. 하지만 며칠만 지나면 웃음기가 사라진다. 삶의 활력을 줬던 월급이 다 소진돼서다. 이때부터 마음이 급박해지기 시작한다.

경영자들은 직장인들이 굶어죽지 않을 정도록, 그렇다고 포기하기도 어려운 선에서 월급을 준다고 한다.

직장인들로서는 계획을 세워 지출할 수 밖에 없다.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부분부터 월급의 일부분을 책정해 놓고 차순에 따라 지출한다. 월급 압박을 받는 것도 직장인들이 가장 먼저, 그리고 우선시하는 지출 때문이다. 이 부분을 따져보면 직장인들의 최근 관심사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직장인들은 어떤 부분에 돈을 많이 써서 월급 압박을 받을까. 또 며칠 만에 한달 월급이 바닥날까. 직장인들의 월급 압박과 지출에 대해 살펴보고 그들의 최근 관심사에 대해 알아봤다.

◇'대출금' 부담에 직장인들 월급 바닥= 직장인 2명 중 1명은 월급날 이전에 월급을 대부분 소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포털 사람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46.9%가 월급날 전에 월급의 대부분을 쓰며, 전부를 쓰는 데에는 평균 19일이 걸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월급이 한 달도 채 안돼 소진된다는 얘기다. 이유가 뭘까.

모 IT업체에 근무하는 직장인 조모(32)씨는 월급을 20일 만에 다 쓴다. 유흥비로 흥청망청 돈을 쓰는 것도 아니다. 그는 집과 회사 만을 오가는 '착실한' 직장인이다.

문제는 대출금이다. 전셋집을 구하기 위해 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조씨는 매달 40만원 정도를 대출금으로 지출한다. 조씨의 월급은 180만원 정도. 생활비, 교통비 등 각종 비용을 포함하면 그의 한달은 빠듯하다.

조씨는 "월급이 평균 이하로 적은 이유도 있지만 가장 큰 건 대출금 부담"이라며 "한 달에 40만원 씩 정기적으로 나가다보니 월급의 여유가 없어 허덕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출을 안 받으면 되지 않느냐고 하겠지만 그래도 살 집은 있어야 되지 않겠냐"면서 "금액 면으로 월세보다 전세가 낫다는 판단 하에 이렇게 결정했지만 힘든 건 사실"이라고 씁쓸함을 토로했다.

반면 카드 사용을 자제하지 못해 늘어가는 빚으로 월급 압박을 받는 이들도 있다.

직장인 이모(28)씨는 "회사 다니면서 입을 옷이나 가방 등을 신용카드로 조금씩 사다보니 매달 카드값이 상당한 수준"이라면서 "이런 상황이 계속되다 보니 이제는 조금 걱정이 된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설문조사 결과, 많은 직장인들은 '대출금 및 빚' 등을 월급이 빨리 소진되는 이유로 꼽았다. '월급이 적다'(28%)에 이어 20.8%를 차지, 공통된 이유 2위에 꼽혔다.

월급이 적다고 느끼는 것은 상대적인 불만이지만 '대출금 및 빚'으로 인한 월급 압박은 공통된 이슈다. 최근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이 문제로 답답해하고 있다는 얘기다.

◇서울거주 기혼 직장인들 '생활비' 압박= 기혼 직장인들의 경우, 서울지역 거주자들이 한 달 생활비 지출 액수가 가장 큰 것으로 조사돼 월급 압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포털 잡코리아 설문조사에 따르면 서울 거주 직장인들이 한 달 월급도 많이 받는 대신, 생활비 지출도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거주 직장인들이 버는 한 달 평균 수입은 385만원으로 받아 수도권(378만원), 지방(350만원) 거주자들보다 높았다. 생활비 역시 서울 거주 직장인들이 228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수도권, 지방 직장인들은 각각 176만원, 166만원 정도였다.

서울 직장인들은 수도권 거주자들과 비교해 소득은 10만원 높았지만 생활비는 50만원이 더 들었다. 많은 직장인들은 "서울이 모든 면에서 물가가 지방보다 높은 편"이라며 이구동성으로 얘기한다.

지난달 우리나라 물가상승률은 4.1%를 기록했다. 5개월 연속 고공행진이다. 금융통화위원회도 '물가잡기'를 이유로 기준금리를 3개월 만에 또 0.25%포인트 인상했다. 직장인들 사이에서 도는 '월급 빼고 다 올라간다'는 농담이 전혀 우습지 않은 이유다.

지방에서 올라와 몇 년 전부터 서울에 둥지를 튼 직장인 서모(29)씨는 "실제로 한 달에 버는 수입도 지방과 비교해 큰 차이는 없는 것 같은데 생활비는 더 많이 든다"며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물가가 서민경제를 압박하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달에도 월급을 받은 지 며칠 되지 않았는데 슬슬 압박이 오고 있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한편 자녀가 있는 직장인들은 가계 소득의 33%를 양육비로 지출해 월급 압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잡코리아 설문조사에 따르면 맞벌이 직장인들은 한 달 소득이 평균 449만원이었고, 이 중 미취학 아동 1인 자녀에 들어가는 비용은 총 150만원 정도로 집계됐다. 총 소득의 33.4%로 만만치 않은 금액이다.

반면 외벌이 직장인들은 한 달 소득이 285만원이었고, 자녀에게 쓰는 비용은 96만원 정도였다. 자녀 양육비 지출 비중은 맞벌이 직장인들과 비슷한 33.9%를 나타냈다. 결국 버는 만큼 자녀 양육비가 늘거나 주는 셈이다.

수도권에서 맞벌이를 하고 있는 직장인 김모(35)씨는 "버는 만큼 아이들 교육엔 투자를 하고 있어 영어학원 등에도 보내고 있다"며 "우리 아이들이 남들만큼은 배워야 한다는 생각에 다소 생활에 무리가 있더라도 양육비에 많이 쓰는 편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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