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카이스트 영재여 좌절말라

입력 2011-04-18 11:00 수정 2011-04-19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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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형국 부국장 겸 정치경제부장

공부를 잘 하든, 못 하든 자녀들의 공부문제로 고민을 안하거나, 갈등을 겪지 않은 학부모는 없을 것이다. 자녀의 진로문제를 놓고 부부싸움을 한 경험도 적잖을 것이다.

중·고생 자녀를 둔 지인들과 자녀 교육얘기를 하다보면 하나같이 마음 속에 몇가지 공통된 두려움을 갖고 있다. 공부와 장래에 대한 고민과 이로 인한 부모와 갈등으로 애가 삐뚜로 가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 아이들을 지나치게 과보호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두려움, 하나부터 열까지 부모의 지시와 판단에 의지하는 애들이 나중에 커서 어려움을 스스로 헤쳐나갈 수나 있을까 하는 두려움 등이 그것이다.

실제로 ‘1등을 하라’는 부모의 강요를 못이겨서, 자신에 대한 실망감에,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는 절망감에 가출이나 또는 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중·고교 학생들도 적잖다. “내 아이는 그렇지 않겠지”, “내 아이가 아니라서 다행” 따위로 치부할 문제가 절대 아니다.

볼살도 채 빠지지 않은 어린 나이에 어깨가 휘어지고, 가슴이 멍들 정도로 치열하게 고민과 번민을 하고, 그 끝에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는 친구들이 바로 내 자식 곁에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성세대 모두의 문제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카이스트 학생들의 잇딴 자살을 카이스트 한 곳의 문제로 보는 것은 본질의 호도(糊塗)다. 영어수업, 징벌적 수업료제 등은 표면적인 원인일 뿐 거기에는 보다 본질적인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영어 스트레스와 강압적인 제도의 개선에 문제에만 촛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청소년과 교육문제, 더 나아가 사회 구조적으로 보다 눈을 높여 고민하고,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란 생각이다.

우리 교육의 문제는 카이스트에보다 ‘1등과 출세, 돈’을 인생의 최대 가치관으로 가르치는 가정과 일선 학교, 학원, 특히 교육정책자의 책상 위에 오히려 커다란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면 지나친 생각일까. 기자의 생각에 공감하는 분들도 있으리라 생각된다.

‘1등 지상주의’, ‘공부하는 기계’, ‘학벌·학연주의’, ‘의대와 법대에만 인재가 쏠리는 현상’, ‘연간 20조원에 육박하는 사교육비’ 등 이루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고민과 갈등을 대한민국 대부분의 가정이 겪고 있는 엄연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교육과 집문제 때문에 ‘자녀을 낳지 않겠다’거나 ‘차라리 이민을 가겠다’는 젊은 층이 적잖을 것을 보면 교육문제가 국민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

카이스트의 문제는 보다 본질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자살이라는 해서는 안되는 선택을 한 학생들의 죽음이 가치를 갖기 위해서라도, 보다 근복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카이스트 문제로 대한민국이 내홍을 앓고 있지만, 이 사건으로 우리 기성세대는 꽃같은 학생들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사회구조에 대한 성찰의 기회를 얻었다.

죽은이들의 가치를 높이는 것은 산 사람들의 몫이다. 산 사람들은 죽은이들이 잘못된 선택을 하기 전 치열하게 고민한 것만큼이나 구조적인 문제들을 치열하게 고민하고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한 사람의 진퇴로, 또는 일부 제도의 변경으로 문제의 본질이 호도된다면 꽃을 피우지도 못한 채 극단적인 선택에 들어선 이들의 죽음이 너무 가엾고 헛되다. 서 남표 총장 한 사람의 사퇴로 카이스트 문제가 봄날 눈녹듯 싹 해결되고, 우리나라 교육과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점이 개선된다면 서 총장은 마땅히 물러나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 한사람에게 모든 잘못을 뒤집어 씌우기에는 이 사회의 모순이 너무 크다.

대한민국이 세계 최빈국에서 불과 60년만에 세계 10대 강국으로 올라선 것은 과학자와 공학자들의 정열이 있어 가능했다. 그들이 있어 우리는 반도체 와 조선, 자동차, IT 등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고 있고, 선진국의 문턱에 들어섰다. 그러나 앞으로 갈 길은 더 멀다.

이는 과학자들의 어깨를 무겁게 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또한 그들이 할 일이 그만큼 많다는 것이고, 미래가 밝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지금 카이스트의 해외 선진국 경쟁자들은 밤을 새워 공부와 연구에 밤을 하얗게 지세우고 있다.

학생들이여 기운을 내라! 카이스트의 영재들이여 굳세게 매진하여 선배 과학자들처럼 그대 조국의 앞날을 밝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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