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김석동 위원장과 ‘죄수의 딜레마’

입력 2011-02-2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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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민 금융부장
최근 금융당국이 교묘한 말장난으로 저축은행 고객을 놓고 ‘죄수의 딜레마’를 실험하고 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부실 저축은행에 대한 영업정지 조치를 내리면서 고객들에게 안심하라고 한 말이 오히려 죄수의 딜레마에 빠지게 했다.

게임이론이라는 수학이론에서 파생한 ‘죄수의 딜레마’ 문제는 범죄에서 공범이 있을 때 증거부족으로 자백이 꼭 필요한 상황에서 시작한다. 두 죄수 모두 죄를 부인하면 무죄 석방이지만 공범이 자백하면 자신은 혼자 중형이다. 이 상황에서 두 죄수는 모두 죄를 부인하는 것이 최선책이다. 하지만 검사가 두 죄수를 따로 격리해 심문할 경우 상대방이 자백하면 자신이 중형을 받을 수 있다는 딜레마에 빠진다. 결국 현실적으로 두 죄수 모두 자신의 이익을 위해 죄를 시인하는 최악의 선택을 한다고 한다. 불신으로 최선책을 선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부실 저축은행의 잇단 영업정지로 양치기 소년이 된 김 위원장은 저축은행 고객들을 대상으로 성공적으로 ‘죄수의 딜레마’를 입증했다. 김 위원장은 자신을 두고 시장에서 양치기 소년이라 부르는 것에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한 번도 말을 바꾼 적이 없다고 한다.

분명 김 위원장은 지난달 14일 삼화저축은행 영업정지 이후 일관되게 “과도한 예금인출(뱅크런)이 발생하지 않는 한 상반기 중 추가 영업정지는 없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일관되게 말해온 건 사실이다. 특히 김 위원장은 지난 17일 부산·대전저축은행 영업정지조치 때 부실저축은행 10곳의 블랙리스트 명단을 공개하면서까지 이 같이 말했다.

당시 저축은행 업계는 김 위원장의 블랙리스트 공개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불을 보듯 블랙리스트에 오른 10곳 저축은행의 뱅크런이 일어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또 김 위원장이 상반기로 제한한 발언을 두고 뒤집어 보면 상반기 이후에는 양호하다고 평가받은 94곳 저축은행에 대해 영업정지를 내릴 수 있다는 말로 풀이돼 불안감을 키웠다.

아니나 다를까 김 위원장이 발표하자마자 블랙리스트에 오른 10곳 저축은행에 뱅크런이 발생했다. 이들 명단에 오른 저축은행 고객들이 ‘죄수의 딜레마’에 빠졌기 때문이다.

불과 이틀 뒤인 19일 금융당국은 추가로 4곳 저축은행에 영업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저축은행 고객들이 경제 의식이 부족해서 이런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1일 사태 수습을 위해 부산 우리저축은행에 방문했을 때 한 고객의 질문에 “돈을 다 인출해가면 영업상 문제가 있으니 도와 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뒷문으로 나오면서 “우리저축은행은 17일 적정시정조치가 유예됐는데 저렇게 돈을 찾으러 오는 것이 안타깝다”며 “경제의식이...”라고 혀를 찼다. 이 말은 김 위원장이 이번 사태에 대한 그의 의중을 단적으로 드러낸 말이다.

김 위원장은 자신은 시기적절한 조치를 취했는데 시민의식이 따라오지 못해 이번 저축은행사태가 커졌다는 심증을 드러낸 것이다. 김 위원장 자신이 저축은행 고객들에게 풀기 힘든 ‘죄수의 딜레마’ 문제를 던져놓고는 말이다.

이번 저축은행 사태는 저축은행 대주주와 경영진의 경영실패와 금융감독 당국의 감독 실패의 책임이 크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이번 영업정지가 시기적절한 조치라고 자화자찬하고 있다. 그는 저축은행 모든 책임을 저축은행 대주주와 경영진, 그리고 경제의식이 부족한 저축은행 고객 책임으로 전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 위원장 자신으로부터 이번 사태가 확산했고, 감독당국의 감독 실패가 주요 요인이었다고 인정하는 모습을 바라는 것은 무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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