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차세대 뉴리더] 창의적 사고·냉철한 판단...기아차 성과로 자질입증

입력 2010-11-08 11:01 수정 2010-11-10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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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

▲정의선 부회장이 지난 4월 북경모터쇼 현대차 부스에서 직접 무대에 올라 프리젠테이션하고 있다.
지난 10월 세계 5대 모터쇼로 손꼽히는 파리오토살롱 현대차 부스. 현대차 관계자를 포함해 수백 명의 보도진은 현대차의 유럽 전략형 소형 MPV ‘ix20’의 론칭을 숨죽이며 기다리고 있었다.

이윽고 소형 마이크를 귀에 걸고 무대에 성큼 오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특유의 부드럽고 강한 어조로 ix20을 소개하기 시작한다. 단순한 신차 발표였지만 의미는 남달랐다.

홍콩 자동차 전문지 <카 플러스>의 기자는 짧고도 의미있는 말을 남겼다. “일본이나 한국 메이커 중에 저렇게 젊은 ‘바이스(부회장)’가 무대에서 회사의 비전 제시와 새 모델을 소개하는 경우가 드물다. 꽤 추진력있어 보인다”며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기아차 경영성과로 충분한 자질 입증=본지가 창간 특집으로 국내 주요기업 임직원 2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정 부회장은 21세기 한국경제를 이끌어갈 차세대 뉴 리더 세 번째로 꼽혔다. 210명은 복수응답을 통한 답변에서 153명이 정 부회장을 다음 세대 한국경제의 리더로 선정했다.

재계 순위 1위를 차지한 삼성 이재용 부사장은 아버지 이건희 회장이라는 후광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현대차그룹 정의선 부회장은 개인적인 역량과 그동안의 성과가 더 큰 평가를 받았다. 재계 총수의 3~4세 가운데 최근 몇 년간 계열사의 성장을 이끌었던 주인공 가운데 정 부회장의 성과가 상대적으로 뚜렷했기 때문이다.

지난 2009년 현대차그룹 부회장에 오른 그는 재계 일각에서 일어나는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논란에서 ‘자질 문제’만큼은 피해간다. 후계로서 인정받을 만한 경영성과가 뚜렷이 나타나고 있고 부회장으로 승진한 이후 사상 최고 실적을 연달아 경신하는 등 논란을 피할 만한 이유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경영권 승계 과정에 대한 논란이 일지 언정 경영자질에 대한 의구심은 없다는 의미다.

이러한 자질 입증은 단숨에 이뤄지지 않았다. 현대차는 지난 1999년 기아차를 인수하면서 그룹 통합 작업에 착수했다. 영업본부와 생산거점은 분리됐으나 연구개발본부와 홍보실 등을 통합하면서 현대차와 기아차의 물리적 통합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2000년대 초부터 플랫폼 통합작업을 시작하면서 기술력 차이도 좁혀졌다. 단순하게 하나의 차를 개발하면서 A보디는 현대차, B보디는 기아차로 나눠주는 것이 아닌 각각의 브랜드 특성에 따라 개발에 나섰던 것.

결국 같은 플랫폼, 즉 밑그림은 같되 그 위에 채색되는 자동차의 특성은 브랜드의 성향과 특성, 고객층에 따라 개발 향방을 달리한 것이다.

그러나 같은 기술력을 지녔음에도 기아차에게는 디자인이라는 결정적인 약점이 있었다. 지난 1980년대초 일본 마쓰다의 기술력을 들여와 승용차 시장에 뛰어든 기아차에게 못생긴 디자인은 큰 문제였다.

기아차의 약점과 강점을 모두 파악한 정의선 부회장은 기아차 사장에 올랐던 시절부터 본격적인 기아차 체질 개선에 나섰다.

◇ 피터 슈라이어 영입, 기아차의 색깔을 찾다=기아차 사장 시절 정의선 부회장은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바로 디자인 기아였다. 연구소를 포함해 영업본부까지 디자인 경영에 돌입했다. 차 고르기에 있어서 절대적인 요소로 떠오른 자동차 디자인은 그 중요성은 인식되나 실천하기 어려운 분야다.

결국 정의선 부회장은 전 세계 완성차 메이커에서 뚜렷한 색깔과 성능을 앞세워 시장을 리드하고 있는 독일 브랜드의 유명 디자이너를 찾아 나섰다.

정 부회장은 독일 아우디에서 잔뼈가 굵은 피터 슈라이어를 주목했다. 1990년대 초 아우디의 경량 스포츠 쿠페 ‘TT’ 디자인에 참여하며 이름을 알린 슈라이어는 당시 기준으로 ‘스케치북에서 튀어나온 차’를 디자인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정의선 사장의 끈질긴 설득으로 피터 슈라이어의 영입이 성사됐고, 이를 계기로 기아차의 약진이 시작됐다. 디자인담당 부사장으로 영입된 피터 슈라이어씨는 기아차 디자인센터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꿨고, 괄목할 만한 결과물이 하나둘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마침내 ‘직선의 단순화’라는 기아차의 디자인 철학도 드러났다. 기아차에게도 패밀리 룩(Family Look) 개념이 만들어졌다. 멀리서도 기아차 임을 알아볼 수 있는 일종의 ‘아이덴티티’가 생기면서 가치를 인정받기 시작했다.

한 시대 앞서 나간 디자인은 당시 기준으로 파격이었다. 동시에 기아차 최대의 약점이었던 디자인이 최대의 강점으로 변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자동차 디자이너들은 “피터 슈라이어 부사장이 기아차 디자인 전체를 움직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하면서도 “다만 깨어있는 디자인 수장이 영입되면서 브랜드 전체 디자인에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다”고 전했다.

◇ 정의선이 변화시킨 기아, 현대차를 앞지르다=피터 슈라이어와 기아차 사이에 다리를 놓았던 정의선 부회장의 결단은 곧바로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 수록 기아차 디자인에 하나의 통일성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결국 2010년 들어 기아차는 K시리즈를 바탕으로 후속 모델을 선보일 때마다 디자인과 관련된 찬사가 이어졌다.

차를 구매하는 고객에게 기아차는 디자인이 좋은 차로 인식되기 시작했고, 파워트레인을 포함한 핵심 기술이 동일한 상태에서 디자인적인 매력이 좀 더 끌리는 기아차로 소비자들이 옮겨가기 시작했다.

생산설비와 규모 면에서는 현대차와 여전히 큰 격차가 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내수시장 승용차부문 판매에서 처음으로 현대차를 앞지르기도 했다. 이같은 기아차의 약진으로 인해 정의선 당시 기아차 사장의 업적도 자연스레 회자되기 시작했다.

기아차가 현대차 판매를 앞지르는 상황은 정몽구 회장에게 해가 될리가 없다. 오히려 경영권 승계 작업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경영 자질에 대한 논란을 불식시키게 된 것이다.

그룹 부회장으로서의 행보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굵직한 행사에 직접 나서 회사를 대표하고 있다. 안으로는 내부 인맥 다지기에도 치중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정 부회장은 회사 전반에 걸쳐 십수년간 경험을 쌓은 덕에 상황 파악이 빠르고 냉철하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글로벌 마인드가 뚜렷해 해외 현지사정에도 밝은 정 부회장이 올들어 해외법인장 회의를 직접 주재하는 등 그룹 최고경영자로서의 행보도 시작된 듯 하다.

차세대 뉴리더 설문결과에서 정의선 부회장을 손꼽은 이유도 회사의 발전 가능성 못지 않게 눈에 드러나는 ‘사업 성과’측면에서 많은 지지를 받았다.

재계 일각에서는 정의선 부회장이 풀어야할 다음 숙제로 글로벌 고급차 시장 진출을 꼽는다. 지난 9월 미국 럭셔리카 시장에 에쿠스를 출시했지만, 성공적인 시장 진입이 관건이다.

기아차의 성공과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화 작업이 성과를 나타낼 때 그룹 내외에서 정 부회장의 입지는 더욱 굳어질 것이라는 데에 이견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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