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반격②] 분유값 잡는다고 아기 많이 낳나

입력 2010-04-12 07:00 수정 2010-04-12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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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왜곡 보단 실질적 출산지원 필요

“정부가 분유랑 기저귀 값을 내렸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비싸다고 느끼는 게 사실입니다. 최근에는 이에 대한 부담감으로 재취업을 할까 고민하고 있어요” 마트에서 만난 30대 주부의 이야기다.

최근 출산 기피현상으로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세계 최저치를 기록하자 정부가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분유값 인하등 한시적인 가격인하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실제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 효과는 거의 없는 듯하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가임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를 뜻하는 지난해 '합계 출산율'은 전년대비 0.04명 감소한 1.15명으로 이는 OECD 평균인 1.64명을 크게 하향하는 세계 최저치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저출산 원인에 대해 젊은 부부들의 결혼과 출산에 대한 인식 변화등을 거론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고용 불안에 따른 육아비용 부담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고 있다.

정부도 이러한 저출산 현상은 핵심생산인구(25~49세)의 급감을 초래해 잠재성장률의 저하로 이어지고 결국 국가경제가 심각한 침체의 늪에 빠지게 된다고 분석, 다양한 출산장려책을 내놓고 있다.

이중 대표적인 것이 분유와 기저귀 가격의 부가세 면제 정책. 정부는 출산장려책의 일환으로 분유와 기저귀에 대해 지난해부터 오는 2011년까지 3년간 부가가치세를 면제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적극적인 시장 개입을 통해서라도 서민물가안정화와 출산장려 분위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달에 평균 5~6통을 소비하는 분유량과 신생아의 경우 2~3시간 마다 갈아줘야 하는 기저귀는 한달 비용만 20만원을 넘기는 것이 보통인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상당한 가계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분유의 경우 부가세 면제조치 전후로 대부분의 유업체들이 적게는 8%에서 많게는 15%까지 가격 인상을 단행한 바 있어 실제 체감하는 가격인하 효과는 크지 않다는 게 소비자들의 생각이다.

물론 맞벌이를 할 경우 이에 대한 경제적 부담은 줄어들 수 있지만 반대로 아이 위탁에 따른 비용이 더 많아 결과적으로 부부중 한명은 아이 양육에 전념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정부도 이같은 현실을 고려, 지난 2001년부터 유급제로 전환한 육아휴직급여를 2007년도부터는 4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상향조정했지만 소득대체율이 30% 미만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출산이후 첫 부담으로 작용하는 분유와 기저귀가격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가 단기간의 효과는 거둘 수 있어도 근본책은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가격 통제가 결국 생산기업의 품질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대경제연구원 송원근 연구위원은 “정부의 가격 통제를 비롯한 지나친 시장 개입은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을 저해해 과잉공급 문제 같은 시장왜곡을 불러올 수 있고 기업 입장에서도 가격경쟁에만 몰두하는 결과를 초래해 결국 품질저하를 야기시킨다”고 말했다.

그는 또 “특정업계에 압박이 가해질 경우 수익성 악화를 우려해 신규 진입자들의 진출이 어려워져 독점적인 시장으로 흘러갈 수 있고 이는 결국 소비자들의 다양한 제품 선택의 기회를 박탈하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게다가 지난 2년간 정부가 직접 챙기겠다는 생필품 물가도 그동안 가격이 급등해 출산 기피현상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실제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정부가 직접 관리를 하겠다던 52개 생필품중 64%에 달하는 33개 품목에서 가격이 올랐고 일부 농산물의 경우는 50% 이상 급등했다. 정부의 가격통제책이 시장 논리 전반에 걸쳐 물가안정의 근본책이 될 수 없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한 해법으로 정부가 본연의 역할인 행정적 기능을 살려 장기적 안목을 갖고 관련 예산 지원을 대폭 강화해 직접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LG경제연구원 이지평 수석연구위원은 “부가세 면제같은 정부의 직접적인 시장 개입이 일단 소비자에게 조금이라도 싼 가격에 제품을 공급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는 어느 정도 부담을 감면시킬 수는 있지만 시장개입 측면보다는 행정적인 지원이 보다 근본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의 지원책과 관련, 최근 저출산을 극복하고 있는 프랑스의 사례는 우리가 눈여겨볼 만한 좋은 사례다.

프랑스는 지난 80년대 고령사회 진입으로 저출산 문제에 직면하자 국가차원에서 아이출산전 우리돈으로 약 140만원을 지급하고 개인별 소득과 자산을 기준으로 아이가 3세가 될 때까지 고정수단을 주는 등의 출산장려책을 펼쳤다.

또 자녀가 2명이상인 경우엔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가족수당을 자녀연령 20세까지 지급하고 있다. 그 결과 1.5이하로 떨어지던 출산율이 90년대부터 서서히 반등, 최근에는 인구대체수준인 2.1까지 회복한 상태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출산 유도를 위해 정부가 직접 지원하고 있는 것은 출산전 의료비 지원을 내용으로 하는 고운맘카드(30만원 한도)가 거의 유일하다.

다만 일부 지자체별 예산으로 출산장려금을 주는 곳도 있지만 지역별·금액별 편차가 심하고 대부분이 지방중소도시에 국한돼 혜택을 받는 사람도 제한돼 있다. 또 첫째 아이에게 지급되는 곳은 지방 중소도시 몇 곳을 제외하고는 전무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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