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이 건조하고 충혈돼 안과를 찾은 A씨(42)는 결막염 진단을 받고 항생제 안약을 넣으며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고, 시간이 지날수록 눈이 붓고 튀어나오는 듯한 느낌이 들며 주변 사람들까지도 A씨의 변화를 알아봤다. 사물이 겹쳐 보이는 증상까지 겪은 뒤 정밀 검사를 받은 A씨는 예상과 달리 ‘갑상선 안병증(갑상샘 눈병증)’을 진단받았다.
눈이 뻑뻑하고 충혈되거나 붓는 증상이 반복되면 흔히 피로, 결막염, 알레르기 등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눈이 점점 앞으로 돌출되거나 사물의 상이 두 개로 보이기 시작한다면 희귀 자가면역질환인 ‘갑상선 안병증’의 신호일 수 있다.
갑상선 안병증은 자가면역체계가 눈 주변의 조직을 공격해 염증을 일으키는 중증 희귀 자가면역질환이다. 질환이 진행되면 눈 주변 근육과 지방 조직이 부풀어 오르며 충혈과 부종이 나타난다. 중등도 이상으로 넘어가면 부어오른 조직이 안구를 밀어내 안구돌출이 발생할 수 있다. 눈 주변 근육의 움직임이 제한되면서 사물이 겹쳐 보이는 복시나 시선이 다른 방향으로 틀어지는 사시가 나타나는 등 시각 기능장애를 동반하기도 한다. 치료 시기를 놓치면 이런 변화가 영구적으로 남거나 실명까지 이어질 수 있다.
갑상선 안병증은 초기 증상이 결막염, 안구건조증 등 흔한 안질환과 유사한 탓에 진단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 해외 연구에 따르면 갑상선 안병증 환자의 약 58%는 오진을 경험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특히 ‘그레이브스병’ 처럼 갑상선 이상이 있어야 갑상선 안병증이 함께 발생한다고 오해하기 쉽다. 그러나 갑상선 기능이 정상인 경우에도 질환이 나타날 수 있어 면밀한 진단이 필요하다.
손준혁 영남대학교병원 안과 교수는 “갑상선 안병증은 초반에는 증상이 경미해 대수롭지 않게 여겨지거나, 갑상선 질환의 단순한 합병증으로 오인되기도 한다. 때문에 갑상선 치료만 받으면 자연히 좋아질 것으로 오해하고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라며 “일부 환자에서는 중등도 이상 갑상선 안병증으로 진행되어 환자의 절반 가량에서 복시가 나타나고 50~60%에서는 안와 조직의 변형으로 인한 안구돌출과 같은 특징적인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라고 설명했다.
손 교수는 “단순한 염증 반응이 아니라 눈 주변 근육과 조직에 구조적인 변화가 비가역적으로 생기기 때문에 적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시각기능 이상이나 외형의 변화가 생길 수 있다”라며 “질환의 경과를 가볍게 여기지 말고 체계적인 치료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갑상선 안병증이 중등도 및 중증 이상으로 진행되면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다. 환자들은 독서, 운전, 사회적 활동이 제한되면서 삶의 질이 저하된다. 갑상선 안병증이 호발하는 연령대는 경제활동 참가율이 높은 30~40대인 만큼, 직장에서는 병가와 실직을 경험하기도 한다.
손 교수는 "갑상선 안병증은 아직 자녀가 어리거나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30~40대에서 비교적 많이 발생하는데, 사회적 역할과 경제활동이 가장 활발한 시기인 만큼 질환의 영향이 개인을 넘어 가정과 사회로 확장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보이는 문제’를 넘어 ‘삶을 유지하는 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 질환인 만큼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충혈, 이물감, 건조감에서 그치지 않고 안구돌출, 복시와 같은 변화가 나타난다면 안과와 내분비내과 등의 여러 진료과 협진이 가능한 전문 의료기관을 방문해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