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청탁금지법 예외 적용 여부 따져야”
청탁금지법 8조 3항 3호 해석 쟁점

수능 모의고사 출제 경험이 있는 교사들로부터 문항을 제공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영어 ‘일타강사’ 조정식 씨 측이 첫 재판에서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4단독 박강균 부장판사는 3일 청탁금지법 위반 및 업무상 배임 교사 혐의를 받는 조 씨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조 씨와 공모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모 씨 등 3명에 대한 심리도 함께 진행됐다.
공판준비기일은 본격적인 재판에 앞서 쟁점과 증거를 정리하는 절차로 피고인 출석 의무는 없다. 조 씨도 이날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조 씨 측은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에 따르면 조 씨 측은 해당 문항 거래가 시장가격에 따른 유상 거래로 금품 수수에 해당하지 않고, 교사들이 창작한 결과물에 대한 정당한 대가 지급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또 교사들의 겸직 행위가 위법하더라도 그 사정이 사법상 거래 자체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업무상 배임 교사 혐의에 대해서도 문제된 EBS 교재 파일은 출고와 동시에 공개될 예정이었던 자료로 영업상 중요한 재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파일 전달 역시 김 씨의 자발적 행위로 공모가 아니며, 정범의 배임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 이상 교사범도 성립할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날 청탁금지법 제8조 3항 3호 해석을 사건의 핵심 쟁점으로 지목했다. 해당 조항은 사적 거래로 인한 채무의 이행 등 정당한 권원에 따른 금품 제공은 공직자 금품 수수 금지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금품이 이 같은 예외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가려야 한다며, 현직 교사의 겸직 제한과 사적 거래 허용 범위 등을 포함한 법리 정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청탁금지법이 모든 사적 거래를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아닐 수 있다며 입법 취지와 적용 범위를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씨는 2020년 12월 김 씨에게 현직 교사로부터 수업에 사용할 영어 문항을 받아달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김 씨는 조 씨의 강의용 교재를 제작하는 업체에 소속돼 있었다.
김 씨는 전·현직 교사 2명에게 영어 문항을 제작해 주는 대가로 총 67회에 걸쳐 8351만원을 제공한 것으로 파악됐다. 청탁금지법상 사립학교 교원은 직무와 관계없이 한 사람에게 1회 100만원, 연간 300만원 이상의 금품 등을 받거나 건넬 수 없다.
또 조 씨는 2021년 1월 김 씨에게 발간 전 EBS 수능특강 교재 파일을 현직 교사를 통해 받아달라고 제안한 혐의도 있다. 이 교사는 출판 전이던 ‘2022년 수능특강 영어독해 연습 교재’ 파일을 조 씨와 김 씨에게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