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간 10조원대 담합 의혹…검찰, 과점 4개 업체 수사

전분 및 당류(전분당) 가격 담합 의혹 사건에서 법원이 실무 책임자만 구속하고 전분당 업체 대표이사들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검찰 수사가 ‘윗선 입증’ 국면으로 전환됐다. 담합 실행 정황은 일정 부분 인정되는 흐름이지만, 경영진 책임을 둘러싼 법적 판단은 엇갈리며 향후 수사 방향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김진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받는 대상그룹 김모 사업본부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하고, 대상 임모 대표와 사조CPK 이모 대표에 대해서는 각각 영장을 기각했다.
법원은 김 본부장에 대해서는 증거인멸 및 도망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구속 필요성을 인정했다. 반면 이 대표에 대해서는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고, 임 대표에 대해서는 담합 행위 가담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전분당이나 옥수수 부산물 판매 가격을 미리 맞추고, 대형 실수요처의 입찰 과정에서 가격을 합의한 혐의를 받는다. 전분당은 전분을 원료로 한 물엿, 과당, 올리고당 등으로 과자와 음료, 유제품 제조에 쓰이는 핵심 원재료로, 가격 변동이 소비자 물가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검찰은 전분당 과점 업체인 대상, 삼양사, 사조CPK, CJ제일제당 등 4개 업체가 약 8년간 10조원 이상의 담합을 벌인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해왔다. 이는 앞서 검찰이 수사한 5조원대 밀가루 담합, 3조원대 설탕 담합 사건보다 규모가 큰 수준으로, 검찰은 이번 사건을 ‘민생교란 범죄’로 규정하고 강제수사에 착수한 바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영장 결과를 두고 실무 책임자는 담합 실행이 비교적 직접 드러나는 반면, 경영진은 보고·승인 등 관여 여부를 별도로 입증해야 한다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공정거래 사건 전문 변호사는 “실무 책임자는 가격 협의 등 직접 행위가 드러나는 경우가 많지만, 대표이사는 보고를 받았는지, 의사결정에 관여했는지를 별도로 입증해야 한다”며 “책임 범위에 따라 구속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임 대표에 대해 ‘담합 가담 소명 부족’이 명시된 점은 향후 수사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다른 검사 출신 변호사는 “소명 부족 판단은 혐의 자체 입증이 충분치 않다는 의미”라며 “검찰이 보고·승인 구조를 입증할 수 있는 추가 자료를 확보하지 못하면 향후 재판 단계에서도 쟁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향후 수사는 구속된 김 본부장을 중심으로 내부 의사결정 구조를 규명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미 관련 업체들을 압수수색하고 공정거래위원회에 두 차례 고발요청권을 행사한 상태다.
다만 최근 공정거래조사부(공조부)의 수사 기조를 고려할 때 대표이사들에 대한 기소 가능성은 높게 점쳐지는 분위기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최근 공조부가 적극적으로 수사를 확대하는 흐름이 뚜렷해 이번 사건 역시 기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귀띔했다.
검찰은 최근 국민 생활과 직결된 필수품 가격 담합 사건 수사에 힘을 쏟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까지 밀가루, 설탕, 전력 분야에서 약 10조원 규모 담합에 가담한 업체 임직원 52명을 재판에 넘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