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분말·차부터 누룽지칩·국수·두부까지…8개 업체에 기술 이전

버려지던 고춧잎이 혈당 관리 기능을 갖춘 식품 원료로 재조명되고 있다. 농촌진흥청이 잎 전용 고추 품종 ‘원기2호’의 특허 등록을 마치고 환·차·국수 등 다양한 제품으로의 제품화를 확대하면서 침체한 고추 산업에 새로운 부가가치 모델을 제시했다.
김대현 농진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장은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식후 혈당 상승 억제 효과가 우수한 잎 전용 고추 ‘원기2호’의 제품화를 확대해 고춧잎을 고부가가치 소재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고춧잎은 예부터 식후 혈당 상승 억제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소장에서 탄수화물이 단당류로 분해·흡수되는 과정을 억제하는 ‘알파-글루코시다아제 억제 활성(AGI)’과 관련이 있다. 이 기전은 제2형 당뇨병 치료 의약품에도 활용되고 있다.
이에 농진청은 2005년부터 850여 점의 고추 유전자원을 분석해 2008년 ‘원기1호’를 개발했으며, 2020년 ‘원기1호’보다 AGI 활성이 약 3배 높은 ‘원기2호’를 개발했다.
‘원기2호’ 고춧잎의 혈당 상승 억제(AGI) 활성은 74.8%로 일반 고춧잎보다 2배에서 최대 5배 높다.
당뇨 모델 쥐를 대상으로 한 동물실험에서는 공복 혈당이 13% 감소하고 혈장 인슐린 농도는 24% 줄었으며, 인슐린 저항성 지표인 QUICKI는 3.8% 증가하는 등 11개 당뇨 관련 지표에서 유의미한 개선 효과가 확인됐다.
농진청은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원기2호’ 품종보호 등록과 함께 ‘고춧잎 추출물을 유효성분으로 함유하는 대사성 질환 예방·개선 또는 치료용 조성물’ 특허 등록을 마쳤다. 이후 지자체 농업기술센터를 통한 농가 시범재배 지원, 민간 종묘회사와의 품종 통상실시 계약, 가공업체 대상 특허 기술이전 등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까지 ‘원기2호’ 품종은 △진안군농업기술센터 △당진시농업기술센터 △영양군청 △순창군농업기술센터 △포천시농업기술센터 △이레종묘 △더드림 △다농 등 8곳에 통상실시 형태로 보급됐다.
또 ‘원기2호’ 고춧잎 추출물을 활용한 대사성 질환 예방·개선 조성물 특허 기술은 △팜봇 농업회사법인 △속리산자연농산 △농업회사법인 애농 △큐라에스 △리제마 △뉴플로우 △리아나 △더케이 등 8개 업체에 이전됐다.
이들 기업은 기술을 활용해 환·분말 제품과 고춧잎 차(음료), 누룽지칩, 국수, 두부 등 다양한 가공식품을 상품화하고 있다.
농진청은 ‘원기2호’ 고춧잎이 고온·건조 조건에서도 혈당 상승 억제 활성이 유지돼 가공식품 원료로 활용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농진청 조사 결과 ‘원기2호’를 재배하는 농가는 일반 고추 재배보다 약 25% 수준의 소득 증가 효과를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에는 대부분 버려지던 고춧잎을 식품 원료로 활용할 수 있어 농업 부산물의 자원화 모델로도 평가된다.
다만 현 단계에서 ‘원기2호’는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정된 상태는 아니다. 현재는 차·가공식품 등 ‘일반 식품’으로 분류돼 판매되고 있으며 ‘혈당 조절에 도움을 줄 수 있음’과 같은 기능성 문구를 사용하려면 인체 적용 시험 등 추가 절차가 필요하다.
김 원장은 “원기2호는 버려지던 고춧잎의 가치를 재발견해 국민 건강과 농가 소득을 함께 고려한 연구 성과”라며 “디지털 육종 기반 기술을 활용해 기능성 채소 품종 개발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