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씹는 힘까지 맞춘다…고령자 식탁 바꾸는 ‘개인 맞춤 식이설계’

고령자 저작능력 데이터로 식단·훈련법 설계
연하식 넘어 ‘훈련형 식품’으로 고령친화식품 진화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의 ‘저작훈련 식품 및 식이설계 알고리즘 기반 양산 체계’ 연구를 통한 성과물. (사진제공=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

고령자의 씹는 힘과 구강 건강 상태를 고려한 개인 맞춤형 식이설계 모델이 개발되면서, 고령친화식품 산업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연하식 위주였던 기존 제품에서 벗어나 저작 능력 회복과 훈련까지 고려한 식품과 알고리즘이 결합되면서, 초고령사회에 대응한 정밀 식이관리 모델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은 고부가가치식품기술개발사업을 통해 ‘저작훈련 식품 및 식이설계 알고리즘 기반 양산 체계’를 성공적으로 구축했다고 26일 밝혔다.

국내 고령자용 식품 시장은 고령층 증가에 따라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2030년 초고령사회 진입 시 시장 규모는 약 168조 원 이상으로 전망되지만,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제품은 연하식이나 분말죽 등 제한된 형태에 머물러 있다. 특히 65세 이상 고령자의 약 20%가 연하장애를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개인별 저작·연하 기능을 고려한 전문적인 식이관리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이번 연구는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주관연구기관인 큐라움은 고령자의 저작근 두께, 타액 분비량, 치아 상태 등 저작능력 데이터를 분석해 개인별 훈련식과 운동법, 맞춤 식단을 제시하는 알고리즘 기반 식이설계 모델을 개발했다. 단순히 부드러운 음식을 제공하는 방식이 아니라, 저작 기능 회복과 유지를 동시에 고려한 접근이다.

고령자가 다시 식사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저작훈련 시간과 좌우 저작 방향, 강도를 구분한 단계별 훈련법도 실증 연구와 함께 마련됐다. 이를 토대로 일반 껌보다 강도와 탄성도가 높은 저작훈련용 ‘케어플러스 껌’과 식품 원물의 크기와 기호성을 달리한 4종의 저작·연하 훈련 식품이 개발·생산됐다. 케어플러스 껌은 저작 정도에 따라 색상이 4단계로 변화하도록 설계돼 개인의 저작능력에 맞춰 점진적인 훈련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개발된 식품과 훈련법은 리빙랩 환경에서 실제 고령자를 대상으로 사용성·기호도·관능평가를 거쳤으며,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안형준 교수 연구진이 참여한 임상시험을 통해 임상적 유효성과 높은 기호성도 확인됐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대기업과 벤처캐피탈로부터 100억 원 이상 투자를 유치하는 등 기술력과 사업화 가능성도 동시에 입증됐다.

조인환 큐라움 부사장은 “이번 연구는 노화로 인하여 구강 건강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고령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성과였다”며 “향후 알고리즘 고도화와 식품 라인업 확장, 디지털 식이관리 플랫폼 구축을 통해 산업 현장 적용과 상용화를 더욱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수현 농기평 원장은 “이번 연구는 고령친화 식품의 한계를 과학적으로 극복한 우수사례”라며 “국내 고령친화식품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관련 분야 연구개발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