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기업 500개사 대상 자금 사정 조사
응답 기업 46.7% “전 분기 대비 자금 사정 악화”
기업 체감 대출금리 경감 위한 정책지원 필요
최근 급격한 환율 상승과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조치로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국내 수출기업 절반가량의 자금 사정이 전 분기보다 악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들의 수출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체감 대출금리를 낮추고 원자재 구매를 지원하는 정책자금 확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국무역협회가 30일 발표한 ‘2025년도 수출기업 금융 애로 및 정책금융 개선 과제’ 보고서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최근 수출기업 500개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 기업의 46.7%가 지난해 4분기 대비 자금 사정이 악화했다고 답했다.
기업 규모별로는 연 매출 300억 원 이상 기업 중 35.9%만이 자금난을 겪고 있다고 응답했지만, 매출 50억~300억 원 미만 기업은 47.6%, 50억 원 미만 기업은 57.4%가 자금 사정이 나빠졌다고 답해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어려움이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금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는 매출 부진(58.5%)과 원·부자재 가격 상승(58.5%)이 공동 1위로 꼽혔다. 이어 인건비 상승(35.4%), 환율 변동(34.1%)이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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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은 정책금융 개선 과제로 △정책금융 금리 인하에 맞춘 시중은행 가산금리 인하 △재무제표·물적담보 중심의 대출 심사 관행 개선 △수출 증가율을 반영한 보증 한도 설정 등을 요구했다.
기업들은 수출경쟁력 유지를 위한 적정환율로 1344.9원 달러를 제시했다. 보고서는 통상 환율이 상승하면 수출 채산성이 개선될 수 있지만, 원자재 구매 비용 및 운임 상승으로 높은 환율이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조치도 기업 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12일부터 시행된 철강·알루미늄 25% 품목 관세로 철강·금속 수출기업의 31.8%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응답 기업의 45.6%는 관세 대상 품목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간접적으로 영향(공급망 비용 증가, 투자계획 지연 등)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관세 대응책으로 △비용 절감(46.6%) △정책금융 지원 활용(40.6%) △대체 수출시장 개척(40.3%) 등을 계획하고 있다고 답했다. 미국 내 현지생산 확대를 고려하는 기업은 2.8%에 불과했다.
보고서는 기업들의 자금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체감 대출금리를 낮추고, 원자재 구매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정책자금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현재 1조5000억 원 규모인 한국은행 금융중개지원대출의 무역금융 프로그램 한도를 확대하고, 환율 급등기에는 특별자금을 편성해 보증 비율 우대 및 보증료율 감면 등의 조치를 병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무역협회 정희철 무역진흥본부장은 “관세 등 통상 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수출하는 기업들의 불확실성과 함께 금융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무역협회는 정책금융을 실제로 이용하는 수요자인 기업들의 목소리를 정부에 전달하고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지원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