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가격 인상은 ‘껑충’...식품기업, 연구개발비 투자는 매출의 1%미만 ‘찔끔’

입력 2025-04-2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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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식품사 10곳 중 8곳, 작년 매출액 대비 1% 미만
비율 가장 낮은 곳은 SPC삼립…0.28% 그쳐
과감한 투자 대신 기존 제품 앞세워 안정적 매출 선호

▲식품업계, 2024년 연구개발(R&D) 투자비 현황 (이투데이 그래픽팀=신미영 기자 )
▲식품업계, 2024년 연구개발(R&D) 투자비 현황 (이투데이 그래픽팀=신미영 기자 )

국내 주요 식품기업들이 지난해 투자한 연구개발(R&D) 비용이 대부분 매출의 1%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10곳 중 9곳은 전년 대비 연구개발비를 늘리기는 했지만, 이마저도 찔끔 수준이었다. 식품업계 1위인 CJ제일제당도 연구개발 비용을 예년보다 줄였다. 식품업계가 지난해 원재료 가격 급등을 이유로 제품 가격 인상에는 적극적이었지만, 신제품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 투자에는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29일 본지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국내 주요 10개 식품기업의 지난해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평균 0.6% 수준에 그쳤다. 전체 매출 중 R&D 비용이 1% 이상인 곳은 10개사 중 CJ제일제당과 대상 등 2곳에 불과했다. 또한 CJ제일제당과 풀무원은 지난해 전체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이 전년보다 각각 0.09%, 0.1% 줄었다.

특히 CJ제일제당은 업계 1위답게 주요 식품기업 중 가장 많은 연구개발비(2180억 원)를 투자했지만, 이마저도 전년 대비 약 169억 원이 깎인 액수다. SPC삼립의 작년 연구개발비는 약 97억 원으로 매출액 대비 0.28%에 그쳐, 10개 식품업계 중 유독 낮았다. 다만 SPC삼립은 유통물류계열사(SPC GFS)의 매출까지 포함된 터라, 삼립만 따로 떼내면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는 0.58%라고 해명했다.

지난해 연구개발비를 가장 많이 늘린 곳은 삼양식품과 동원F&B로, 전년 대비 36.2%씩 증가했다. 각각 79억 원, 94억 원을 투입했다. 하지만 두 회사 역시 전체 매출액 중 연구개발비 투자 비율은 나란히 0.46% 수준이었다. 라면업계 1위 농심은 지난해 연구개발비로 전년보다 4.2% 늘어난 약 296억 원을 투입했다. 하지만 이 역시 매출액의 0.9% 규모로, 1%에 못 미쳤다. 오뚜기도 연구개발비를 전년 대비 12.1% 늘린 약 204억 원을 투자했지만, 매출액의 0.7%에 불과했다.

주요 식품기업들은 지난해 계속된 불황에도 연구개발비를 다소 늘렸지만, ‘찔끔 인상’에 불과했다. 이는 막대한 연구개발·마케팅 비용을 들였음에도 ‘대박’을 장담할 수 없는 신제품의 불확실성 때문이다. 불황 속 신제품 개발을 위해 큰 비용과 시간을 투자하는 것보다 기존 인기 제품에 의존하는 전략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대신 식품업계는 장기간 인기를 얻은 과거의 제품을 재출시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농심이다. 올해 창립 60주년을 맞아 1975년 출시한 ‘농심라면’을 1월 재출시했다. 출시 3개월 만에 판매량 1000만 봉을 돌파하며 흥행 중이다. 농심은 농심라면 외 상반기 중 2개의 기존 제품 재출시를 검토할 계획이다. 오리온 역시 2022년에 한정 출시해 큰 인기를 끈 ‘딸기송이’를 올해 1월, 3년 만에 재출시했다.

이처럼 새로운 연구개발 대신 과거의 상품을 자기복제 하는 상황에서도 식품업계의 가격 인상 행렬은 작년부터 올해까지 계속 되고 있다는 점이다. 명분은 일제히 ‘원재료 인상’과 ‘소비 침체’ 등이다. 롯데웰푸드는 지난해 6월 초코 빼빼로 등 17종 제품을 평균 12% 인상했고, 8개월 만인 올해 2월 과자, 아이스크림 등 26종 가격을 평균 9.5% 인상했다. 오리온도 지난해 12월 초코송이 등 13개 제품의 가격을 평균 10.6% 인상했다. 3월엔 농심이 라면과 스낵 등 17개 브랜드의 출고가를 평균 7.2% 올렸고, CJ제일제당도 3월부터 만두(비비고), 햄(스팸) 등의 가격을 각각 평균 5.6%, 9.8% 인상했다. 오뚜기도 4월부터 16종 라면 제품의 출고 가격을 평균 7.5% 올렸다.

업계 관계자는 “고물가와 원재료 인상, 소비 침체 등이 맞물리면서 업계가 작년부터 올해 초까지 잇달아 가격 인상이라는 카드를 꺼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식품사들의 R&D 투자가 소극적인 것은 대내외 불확실성이 큰 시기에 신제품 보다는 검증된 제품 위주로 사업을 전개하려는 기조 때문”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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