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대선을 앞두고 대통령 집무실이 어디에 들어설 지가 핵심 키워드로 부상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후보 대부분이 현실적인 어려움을 감안해 불가피하게 용산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지만, 용산에 대한 여론의 부정 여론은 적지 않다. 청와대는 '상대적으로' 선호, 세종은 예산 등 현실적인 우려가 큰 것으로 파악됐다.
29일 본지가 빅데이터 분석 도구인 썸트렌드(SomeTrend)를 활용해 4월 7~28일 약 3주간의 대선주자들의 대통령 집무실에 대한 △긍·부정 감성 단어 △관심도(언급량) △연관어를 조사했다.
썸트렌드가 온라인 커뮤니티·블로그·트위터 내에서 각 대통령실에 대한 언급량을 도출한 결과 지난 3주간 용산 대통령실은 1450건, 청와대 복귀는 82건, 세종 대통령실 104건을 기록했다. '용산 대통령실'에 대한 언급량이 가장 많았던 때는 8일(207건)이었다.
앞서 윤석열 전 대통령은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며 청와대를 나와 '용산 시대' 문을 열었다. 그러나 계엄과 파면으로 용산 청사는 계엄의 상징물이 됐다는 여론이 확산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구시장이었던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8일 용산 대통령실을 두고 "불통과 주술의 상징"이라고 비판했던 점도 비판 여론 확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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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를 통한 여론을 보면, 용산 대통령실은 사실상 '불통'의 상징으로 전락했다. 용산 대통령실에 대한 여론의 긍·부정 평가에선 '사용하지 못한다'가 가장 상위 단어로 확인됐다. 또 '논란', '비판, '범죄', 의혹', '부정적', '취약하다', '우려', 불법', '술렁이다', '안전' 등 대부분 부정 감성을 담은 단어들로 채워졌다. 용산 대통령실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단어는 도출되지 않았다(대통령실과 관련성이 없는 단어인 '기대', '알려졌다', '영향력' 등은 제외). 대통령 집무실을 단순한 물리적 공간이라고 보기엔 불법적인 계엄의 진원지라는 인식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용산 대통령실을 바라보는 대선 주자들 사이엔 묘한 온도차가 있다. 이번 선거는 갑작스럽게 치러진 보궐선거(조기대선)로 당선 즉시 업무에 돌입해야 하는 불가피한 상황을 고려해 용산으로 들어간다는 점에선 같지만, '용산 잔류'에 대한 생각은 다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용산에 대한 기피감이 엿보인다. 앞서 이 후보는 18일 민주당 대선 경선 토론회 당시 "용산을 '우선' 쓰겠다"면서도 "신속히 청와대를 보수해 들어가는 게 좋을 것이다. 임기 내 세종 집무실을 완공하면 마지막 종착지가 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보수 진영에선 김문수 후보가 24일 방송 토론회에서 "용산이 아니면 봉천동 우리 집밖에 없다. 청와대는 이미 다 개방돼 갈 데가 없다"라며 용산을 택할 수 밖에 없는 불가피한 상황임을 강조했다. 한 후보는 "용산으로 들어가지 않고 호텔에서 일할 것인가. 지금은 일이 먼저"라며 현실적인 측면을 내세웠다.
차기 대통령이 청와대로 복귀하는 데 대해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복귀에 대한 긍·부정 평가에서 가장 상위를 차지한 키워드는 '원하다'였다. 대통령실 이전에 대한 한 방송사의 여론조사에서 청와대 복귀를 '원하는' 여론이 컸던 데 대한 반응이 이번 빅데이터 수집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밖에 '선호', '우려', '논란', '비판', '지지하다', '좋다' 등의 연관어들이 도출됐다. 여론은 윤 전 대통령이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옮긴 뒤 지속된 '비판'과 '논란'에 공감하면서 청와대 복귀를 '지지'하거나 '선호'한 것으로 파악된다. 청와대가 역사적·정치적으로 의미하는 바가 크지만 이미 내부 시설이 공개됐던 만큼 보안상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의견도 있었다.
세종 대통령실에 대한 기대감은 진보 진영 경선 주자들이 쏘아올린 측면이 크다. 민주당 김경수·김동연 경선 후보가 당선 즉시 세종에서 업무를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빅데이터에선 대통령실의 세종 이전에 대한 여론의 관심도가 낮았다. 다만 우려의 시선은 분명했다. 부동산 가격 폭등과 이전 과정에서 투입될 예산이 주요 요인으로 보인다. 실제 도출된 긍·부정 평가 단어를 보면 '부담', '과열', '비싸다', '어려운 상황', '힘들다', '기대하다', '논란' 등의 연관 단어를 확인할 수 있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할 만큼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은 데다 헌법 개정 및 국민투표를 위한 심도 깊은 논의와 사회적 비용 발생 등 여러 산을 넘어야 한다는 지적이 여론에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대선 후보로 확정된 이재명 후보는 최종적으로 세종에 대통령 집무실을 공언한 상태다. 한동훈 후보의 경우 충청권을 직접 찾아 국회의사당의 세종 이전과 행정수도 이전을 약속했다. 김문수 후보는 이번 경선 과정에서 충청을 찾거나 이 지역 민심을 파고들 공약을 내놓지는 않고 있다. 누가 대통령이 되냐에 따라 세종 대통령실 등에 대한 반응이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주요 공통 키워드는 '대통령', '서울', '민주당' 등이다. '이재명' 후보의 이름 역시 공통 키워드로 오른 점이 눈에 띈다.
용산 대통령실의 경우 10위 권 안에 '대통령실', '대통령', '대선', '윤석열', '청와대', '이재명', '민주당', '세종', '서울', '국회'가 차례로 올랐다. 용산 시대의 시작이 윤 전 대통령이었던 점, 다음 대통령의 청와대 복귀와 세종 이전 가능성, 행정수도 이전을 위한 국회 이전 가능성 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10~20위 권엔 '헌법'과 '국민', 40위 권에 '파면', '복귀' 등의 키워드가 등장했다.
청와대 복귀와 세종 이전과 관련한 연관어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청와대의 경우 향후 대통령이 복귀 시 관람이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한 듯 30위 권에 '관람', '시민' 등의 연관어를 확인할 수 있다. '개방'이라는 직접적인 단어도 40위 권에 나타난다.
세종대통령실 연관어에선 용산·청와대와 달리 '윤석열'이 등장하지 않았다. 10위 권에 '국회', '충청권', 균형발전' 등이 올라 있어 대통령실은 물론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돼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30위 권 밖엔 '가능성' '공담대', '국민', '도시', '결과', '수도권', '임기', '당선', '민심' 등이 올라 세종으로의 이전 가능성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혼재한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도출했나>
이번 썸트렌드를 활용한 빅데이터 분석은 블로그, 온라인 커뮤니티, 트위터(X, 리트윗 포함) 채널을 기반으로 했다. 유튜브와 뉴스 속 언급은 제외됐다. 또 데이터 수집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무관한 글이나 반응으로 인해 함께 묶여 집계된 키워드는 제외됐다. 조사 기간은 4월 7~28일 약 3주 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