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협상 요구에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지근한 태도를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공산당 체제가 위협받을 수 있는 요구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최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분석했다.
닛케이는 “시진핑 정권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트럼프가 중국 공산당의 일당 독재 체제를 흔드는 요구를 할 가능성”이라며 “일반적으로 트럼프는 자유와 민주주의 가치에 무관심한 인물로 알려져 있어 ‘체제 전환’을 요구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이는 잘못된 관측”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활용해 급속히 성장해온 중국 공산당 체제는 자유주의 국가들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약점이 있으며, 트럼프는 이 부분을 정확히 공략하고 있다”고 짚었다.
특히 트럼프가 20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에 나열한 ‘비관세 장벽에 의한 불공정행위 8가지’ 중에서 첫 번째로 거론한 ‘환율 조작’에 닛케이는 주목했다. 트럼프는 8일에도 중국이 관세 효과를 상쇄하기 위해 위안화를 인위적으로 절하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미국은 기본적으로 중국이 수출 경쟁력을 위해 위안화 가치를 평가절하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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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케이는 “트럼프가 말하는 환율 조작의 범위는 광범위하다”면서 “그 요구에는 위안화 환율의 시장 자율화, 자본거래 자유화까지 포함될 가능성도 있다. 이는 달러 대비 위안화 절상 효과를 통해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중국 공산당 정권 입장에서 이는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핵심 사안”이라며 “위안화 환율의 완전 자유화와 외국과의 자본거래 자유화는 기업과 토지의 공공소유를 기반으로 하는 공산당 체제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풀이했다.
즉 경제와 금융에 대한 당의 직접 통제 권한을 잃는 순간, 공산당 체제는 심각한 불안정에 빠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이 1985년 미국과 플라자 합의 이후 급격한 엔고 현상으로 장기 불황에 빠진 사례를 중국은 반면교사하지 않을 수 없다.
닛케이는 “수출 중심의 중국 경제는 위안화의 급격한 절상을 감당할 수 없다”면서 “더군다나 부동산 경기는 장기 침체 중이고, 소비눈 위축됐으며 주식시장도 활력을 잃고 있는 상황으로 트럼프와의 거래에는 엄청난 리스크가 따른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는 시진핑이 트럼프에 쉽게 전화를 걸 수 없는 이유다”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예측 불가능한 스타일의 트럼프에 대한 신뢰가 부족한 것도 시 주석이 선뜻 협상에 나서지 못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내정 간섭 우려도 있다. 미국은 그간 미·중 무역 협상에서 지속적으로 지식재산권 보호, 국유기업 보조금 축소, 기술이전 강요 중단 등을 요구해 왔는데, 중국은 이를 국가경제 시스템 자체를 바꾸라는 요구로 여기고 있다.
아울러 시간은 중국 편이라는 전략적 계산도 깔렸다. 트럼프 2기 임기는 4년이다. 반면 2013년부터 임기를 수행해온 시 주석은 헌법상 임기 제한이 폐지돼 이론적으로는 종신집권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