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없고 불 꺼진 강의실·복도...“온라인으로 수업”
정부가 내년 의대 모집정원을 증원 이전으로 확정·발표한 이튿날인 18일 오전 인천 남동구 소재 가천대 의대 건물에 들어선 기자에게 학교 경비원이 다가오며 이같이 말했다. 경비원은 “수업이 없는데 강의실 있는 층으로 올라가길래 이상하다고 생각했다”면서 “오프라인 수업은 안 열린 지 오래”라고 말했다.
22일 교육계에 따르면 지난주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이 증원 전 수준인 3058명 수준으로 원복됐지만, 의대 교육현장에서는 학생들의 빈자리가 여전하다. 정부의 승부수에도 실질적인 수업 참여까지는 시일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이날 기자가 둘러본 학교 건물은 적막이 감돌았다. 건물 로비에서는 작은 발자국 소리도 크게 울렸고, 학생 강의실이 있는 3층은 복도 불이 모두 꺼진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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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여 명이 앉을 수 있는 강의실 문은 모두 굳게 잠겨 있었다. 강의실 옆 사물함 벽면에는 ‘2023학년도 사물함 배정 명단’이 붙어 있어 학생들이 오랜 시간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가천대 관계자는 “현재 오프라인 수업은 진행되지 않고 전면 온라인 수업이 진행 중”이라면서 “학생들과 관련해선 말씀 드릴 게 없다”고 했다.
4층 PBL(산업 문제 해결을 위한 프로젝트 기반 학습)센터 앞에서는 굳게 닫힌 문틈 사이로 온라인 강의를 진행하는 소리가 새어나왔다. 해당 강의실 문 앞에는 ‘강의 녹화중 출입금지’라는 안내문과 함께 ‘의학과 1학년 예방의학’, ‘의학과 1학년 질병의 발생과정’ 등 수업 명칭이 적힌 종이가 붙어 있었다.
또다른 경비원은 기자에게 “원래 금요일에도 수업이 있으니 학생들이 꽤 있었다”면서 “자세히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아직 학생들이 돌아오진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교내에서 의대생은 단 한명도 보이지 않았다. 학생들이 이용했을 학생전용 탕비실 앞에는 ‘본과 4학년 학생들이 본격적으로 국시 준비 공부를 하는 기간’이라는 안내와 함께 ‘의대생 외 출입금지’라는 팻말이 붙어있었지만, 해당 공간 역시 텅 비어있었다.
건물 내부를 오가는 이들은 주로 교수 및 교직원들이었다. 이들은 연구실과 임상시뮬레이션센터(ASK센터) 등을 오가며 조용히 업무를 보는 모습이었다.
다른 수도권 의대 상황도 활발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같은 날 또 서울 소재 한 의대 복도에서는 드문드문 지나다니는 학생들을 발견할 수 있었으나, 대체로 조용한 분위기를 유지했다. 1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강의실에는 학생 30여명이 참여 중이었고, 130여 명 수용 가능한 공간에는 학생 4~5명 정도가 앉아 공부 중이었다. 의대 도서관의 경우 강의실 보다는 많은 학생들이 눈에 띄었지만, 10자리에 1명 꼴로 자리가 채워져 있었다. 학생들은 대부분 각종 실습실이나 스터디룸에서 공부 중이었다.
교육부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학교로 복귀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의료계 관계자는 “이제는 복귀해야 할 때라는 목소리도 있지만 전국 의대생들의 투쟁 기조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각 의대 총장·학장들이 내년도 모집인원 동결을 계기로 의대생들이 돌아올 거라 예상했기에 교육부도 그걸 믿고 있다”며 “학생들이 미복귀할 경우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당장 변화를 기대하기엔 시일이 많이 지난 게 아니니 이달 말까지 의대생 복귀를 기다려 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