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는 56% 늘어난 판매
전기차 선택지 없어 ‘울며 격자먹기’

미국과 유럽에서 ‘친(親)트럼프’ 역풍을 맞은 테슬라가 일본에서 선전하고 있다. 18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올해 1~3월 일본 내 전기차 판매에서 일본 기업들의 판매는 침체되는 반면 테슬라의 경우 1년 전보다 56% 급증하면서 역대 최고 판매량을 기록했다.
일본자동차수입조합(JAIA)에 따르면 1~3월 업체별 전기차 판매량 중 ‘기타’가 전년 동월 대비 56% 늘어난 2120대로 집계됐다. 기타의 대부분은 테슬라 판매량으로, 특히 3월 기타 판매량은 1249대로 같은 기간 증가율은 무려 89%에 이른다. 월 판매량으로도 사상 최고치다.
세계 주요 국가에서 테슬라 불매 운동이 확산하는 것을 고려한다면 매우 특이한 현상이라고 닛케이는 짚었다. 테슬라의 올해 1~3월 세계 판매량은 1년 전보다 13% 줄어든 33만6681대로 3년 만에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자동차 시장조사기관 마크라인즈에 따르면 올해 1~2월 중국 테슬라 판매량은 1년 전보다 30%, 미국에서는 10%가 줄었다. 불매 운동이 가장 격렬하게 벌어지고 있는 유럽 판매량은 40%가 급감한 것으로 유럽자동차공업회(ACEA) 집계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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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일본에서 불매 운동이 확산하지 않은 배경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닛케이는 “왜 일본에서는 불매 운동이 일어나지 않는가. 일본 국민이 선택할 대안이 없는 전기차 후진국이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일본 자동차 제조업체의 일반 전기차 차종은 8개에 불과할 뿐 아니라 판매 성적도 좋지 않다.
한때 업계 선구자였던 닛산의 준중형 전기차 ‘리프’는 1~3월 판매 대수가 전년 대비 32% 감소한 1133대에 그쳤다. 도요타의 준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bZ4X’도 76% 줄어든 85대로 집계됐다. 일본 전기차 합계 판매량(2063대)으로 테슬라(2120대)에 못 미친다.
S&P글로벌모빌리티의 가와노 요시아키 애널리스트는 “일본 전기차 선택지가 너무 저어 전기차를 사고 싶어도 어쩔 수 없이 수입차를 선택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자국 제조업체의 부진 속 해외 제조업체들은 시장 장악력을 키워가고 있다. 테슬라는 주력 차종인 모델Y 신형 모델을 선보이고, 구모델 재고 차량에는 5년간 무료 충전기 이용을 제공하는 등 판매 확대에 나서고 있다.
테슬라 외에도 중국 비야디(BYD)와 한국 현대차 등은 새로운 전기차 모델을 출시하고, 저가 차량으로 시장 점유율 확대를 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