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 미분양, 정말 7만 가구만 있나요?

입력 2025-04-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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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수치가 100%가 아닐 수 있다는 건 알고 있어야 합니다."

국토교통부의 미분양 주택 통계에 관한 여러 질문에 답을 하던 한 부동산 전문가의 말이다. 통계 생산 방식을 고려할 때 숨은 수치가 있을 수 있다는 의미다.

다른 부동산 전문가들도 마찬가지 견해다. 그 강도만 다를 뿐 완전히 믿을 수 없다는 게 공통된 생각이다. 물론 증가나 감소 등의 방향성이나 수치가 영 엉터리란 것은 아니다.

국토부가 매달 발표하는 미분양 주택 통계는 분양하는 주택업체가 지자체에 보고하고 국토부가 이를 취합해 공개된다.

문제는 업체가 정확한 수치를 알리지 않을 가능성이 있고 그런 일이 있더라도 국토부나 지자체가 제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주택업체가 미분양 수치를 축소할 유인은 충분하다. 미분양이 많다고 알려지는 게 좋을 리 없다는 점에서다. 오히려 '안 팔리는 아파트'로 낙인 찍혀 물량 소진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대부분 손님이 없는 썰렁한 식당은 피하려 하는 것만 생각해도 짐작 가능하다.

실제로 일정 정도 미분양 축소 보고가 이뤄지고 있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추정이다. 믿으면 안 된다는 지역을 특정하는 이도 있고 국토부가 가장 최근 발표한 2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7만 가구가량이지만 정부 기관이 자체적으로 파악하고 있는 수치는 10만 가구 정도란 얘기도 있다.

보통 집을 살 때 고려하는 범위가 전국 또는 지자체 전체가 아니라고 해도 소비자가 시장 전반의 분위기를 확인하고 가늠할 기본적인 정보가 잘못돼 있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현재 통계가 틀림없다고 가정하더라도 소비자가 미분양 주택과 관련해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제한된다. 서울과 경기도처럼 미분양 단지명을 대부분 명시하거나 추정할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구체적인 수치까지 내놓는 곳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지자체가 적지 않다. 단지명이나 미분양 수치가 있어야 할 자리에 '업체 요청으로 비공개'란 말이 대신 들어가 있는 식이다.

수요자가 발품을 팔며 현황 파악을 할 수도 있지만, 이 또한 한계가 뚜렷하다. 경제활동을 하는 개인이 활용 가능한 시간과 활동 범위를 생각하면 그렇다.

미분양 통계가 더디게 발표되는 것도 정보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통상 2월 말 수치가 3월 말에 공개되는 식이다. 한 달은 시장 환경이 유지되더라도 미분양 현황이 크게 변동될 수 있는 시간이다.

실제 올해 1월 말 기준 절반가량 주인을 찾지 못했던 경기도의 한 아파트는 관련 미분양 통계가 발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 이미 상당한 물량이 소화됐다. 비슷한 시기에 분양한 인접 단지들보다 빠르게 줄었다. 시장 환경보다 해당 업체의 적극적인 판촉활동이 영향 미쳤다고 볼 수 있다.

부정확한 정보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상당히 제약하고 잘못된 결정이나 의도하지 않은 오류를 유도한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엉뚱한 상품을 샀다면 깊은 한숨 한 번으로 넘길 수 있다. 하지만 집은 아니다. 그릇된 판단 한 번에 작게는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이 오가고 짧게는 몇 달에서 길게는 몇 년의 생활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미분양을 포함해 집과 관련한 정보가 그 무엇보다 정확해야 할 이유다. 단지명과 수치 완전 공개는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을 생각하면 적절한 수준·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정확성을 높이고 시의성을 확보하는 것은 그렇지 않다. 악영향이 없고 빠를수록 좋다. 아울러 국토부가 업체의 보고에 의존하지 않고 산하 기관을 통하면 당장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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