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너머] '진짜 연금개혁'을 위한 단 한 가지 방법

입력 2024-05-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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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정부는 국민연금 보험료율 인상(9%→12.9%)과 소득대체율 하향(60%→50%), 기초노령연금(기초연금의 전신) 도입을 동시 추진했다. 국회는 기초노령연금만 도입했다. 이후 유시민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치권을 비판하며 사퇴하자 국회는 울며 겨자 먹기로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단, 보험료율 인상은 빼고 소득대체율만 조정(60%→40%)했다. 현재 국민연금 재정위기는 당시 ‘반쪽 개혁’의 대가다. 뒷감당은 30년 뒤 가입자인 미래세대의 몫이다. 정치는 늘 현재 유권자만 바라본다. 투표권이 없는 미래세대를 생각할 이유가 없다.

정치권에선 17년 만에 연금개혁이 임박했단 이야기가 나온다. 그런데 방향이 이상하다. 보험료율 인상(9%→13%)에 더해 소득대체율도 올리자고 한다. 43%든, 44%든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다. 올리는 것 자체가 문제다. 소득대체율을 올리면 미래에 지출이 늘어난다. 기금이 소진된 뒤 보험료 수입으로 지출을 감당하려면 해당 시점의 가입자들은 소득의 3분의 1을 보험료로 내야 한다. 현재 유권자들의 노후소득 보장을 위해 미래세대에 부담을 떠넘기는 방향이다.

연금개혁 논의가 망가진 배경에는 정부의 무책임이 있다. 국회가 움직이려면 악역이 필요하다. 2007년에는 정부가 악역을 자처했다. 국회는 국민 부담을 최소화한단 명분으로 반쪽 개혁이나마 이뤘다. 지금은 악역도, 명분도 없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숫자를 뺀 ‘백지’ 개혁안을 내놨다. 22대 국회에서도 개혁안을 낼 계획이 없다. 현재 국회의 행태는 어찌 보면 당연하다.

바람직한 연금개혁을 위한 방법은 이제 한 가지뿐이다. 국회에 명분을 줘야 한다. 22대 국회에서 정부안 제시를 조건으로 현재 연금개혁 논의를 멈추고, 이후 국회가 온전하게 받을 수 없는 개혁안을 제시해야 한다. 가령, 정부가 ‘보험료율 15%, 소득대체율 40%(동결)’을 제시한다면, 국회는 국민 부담을 최소화한단 명분으로 보험료율을 12~13%까지 낮출 수 있다. 2007년 개혁처럼. 이 정도만 돼도 미래세대 부담을 더 늘리지 않으면서 구조개혁 논의를 위한 충분한 시간을 벌 수 있다. 현재 투표권이 없는 ‘미래세대를 위한’ 연금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건 정부뿐이다.

정부가 움직여야 한다. 모든 걸 국회에 맡겨놓고 ‘임기 내 연금개혁을 완수하겠다’고 약속하는 건 거짓말이다. 무엇보다 국회에 칼자루를 넘긴 대가가 개혁이 아닌 개악(改惡)이라면 정부는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그때 가서 정부안을 내놓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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