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에세이] 더 내고 더 받는 연금개혁? 30년 뒤 '부양 지옥' 누가 책임지나

입력 2024-04-28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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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참여연대 등 306개 노동·시민단체로 구성된 공적연금 강화 국민행동(연금행동)은 11일 국회 본청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공적연금 강화 국민행동)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참여연대 등 306개 노동·시민단체로 구성된 공적연금 강화 국민행동(연금행동)은 11일 국회 본청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공적연금 강화 국민행동)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 공론화에 참여한 시민대표단의 절반 이상이 국민연금제도 개혁안으로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 안을 지지했다. 노동·시민단체들과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설문조사 결과를 반영한 ‘소득보장 강화형’ 연금개혁을 촉구하고 있다.

여기까진 문제가 없다. 연금특위는 각계 전문가들로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했고, 공론화위는 이해당사자들을 포함한 의제숙의단 워크숍을 열어 민간자문위원회에서 논의됐던 개혁안을 2개로 압축했다. 이후 시민대표단을 꾸리고, 이들에게 2개 개혁안을 충분히 학습시킨 후 의견을 물었다. 노동·시민단체들과 야권의 요구는 이렇게 ‘민주적으로’ 도출된 결론을 존중하란 것이다.

문제는 내용이다. 다수가 찬성한 방식대로 연금개혁을 추진한다면,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13%로 올리되 소득대체율도 50%로 높이고, 가입기간 소득이 낮을수록 실질소득대체율이 높아지는 급여구조(재분배기능)를 유지하고, 기초연금 수급범위(소득 하위 70%)를 유지하면서 급여수준을 확대하고, 여기에 수반되는 추가 재정은 국고로 충당해야 한다.

단순히 보면 ‘더 내고 더 받는’ 방향이다. 그런데, 국민연금의 구조적 문제를 함께 살펴보면 이 개혁안은 최악의 선택지다.

먼저 가파른 저출산으로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수년 전 감소세로 전환됐다. 반면, 노인(65세 이상) 인구는 1차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노인 진입으로 급격히 늘고 있다. 국민연금 관점에선 수급자는 늘지만, 가입자는 줄어든단 의미다.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 안대로 개혁한다면 보험료율 인상에 따른 수입 증가는 중장기적으로 가입자 감소에 따른 수입 감소로 상쇄된다. 반면, 소득대체율 상향은 가파른 보험지출 증가로 이어진다.

가장 큰 문제는 기금이 소진된 이후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를 기준으로 2066년이면 총인구 중 15~64세(46.6%)와 65세 이상(47.0%) 비중이 역전된다. 당해 보험료 수입으로 당해 급여지출을 충당하려면, 가입자 1명이 수급자 1명의 연금급여만큼 보험료를 내야 한다. 산술적으로는 소득의 35~40%다.

급격한 보험료율 상승을 막을 방법은 사용자 부담분 확대와 국고 보조뿐인데, 전자는 현실성이 떨어진다. 오히려 늘어난 사용자 부담만큼 고용이 줄어드는 역효과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후자는 기초연금 개혁이 선행돼야 한다. 현재 기초연금 수급범위를 그대로 두면 30년 뒤 기초연금 예산만 연간 60조~70조 원에 달하게 된다. 기초연금 수급범위를 단계적으로 축소하면서 재정 절감분을 국민연금에 투입하는 것이면 몰라도, 기초연금을 그대로 두고 국민연금에 재정을 투입하려면 방법은 증세뿐이다. 국민연금 가입자의 부담을 덜고, 수급자의 급여수준을 높여주기 위해 전 국민에게 세금을 더 부과하는 방식이다. 이게 가능할지 모르겠다.

급여구조(재분배기능)도 문제다. 국민연금의 명목소득대체율은 40%(2028년)이나, 실질소득대체율은 소득에 따라 30~60%로 차등된다. 개인소득이 전체 가입자 평균소득(A값)보다 적으면 급여가 오르고, 많으면 내리는 구조다. 현재는 보험료율(9%)이 낮아 모든 가입자가 낸 보험료보다 훨씬 많은 연금을 받는다. 그런데,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이 함께 오르면 소득대체율 상향 혜택은 사실상 저소득층만 본다. 고소득층은 받게 될 연금이 낸 보험료의 1배를 약간 넘게 된다. 국민연금에 가입할 이유가 사라지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방지하려면 현재 5대 5인 소득재분배급여(A급여)와 소득비례급여(B급여)를 2대 8 내지는 3대 7 수준으로 조정해야 한다.

사실 시민대표단의 다수안이 처음부터 다수안은 아니었다. 토론 결과로 다수안이 됐다. 토론에서 소득보장 강화를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청년세대의 연금급여는 소득대체율 40% 시 66만 원이지만 소득대체율 50% 시 100만 원’이라는 조작·왜곡된 주장을 폈고(동일하게 26년 가입을 전제로 소득·물가 상승률 반영해 계산하면 80만 원 가까이 되며, 소득대체율 25% 상향으로 연금급여가 50% 인상될 수는 없음), 이런 주장이 시민대표단에 일정 부분 먹혔다.

토론도, 시민대표단 설문조사도 끝난 마당에 전문가들에게 ‘그때 왜 그랬냐’고 따지고 싶진 않다. 다만, 전문가와 학자로서 양심이 있다면, 이제라도 잘못된 건 잘못됐다고 말하길 바란다. 앞으로 태어날 아이들에게 ‘부양 지옥’을 넘겨줄 순 없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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