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애당초 단념, ‘삶 갉아먹는 병’”…소외되는 건선 환자들

입력 2024-03-31 09:00 수정 2024-03-31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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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질환은 경증’ 편견, 치료환경 개선 절실 [아픔 나누기, 그리고 희망]

“10살 때부터 서른이 지날 때까지 자살 충동이 따라왔어요. 항상 창피하고, 자괴감이 들고, 대인 관계는 기대도 하지 못했습니다.”

50대 직장인 오 모 씨는 6살부터 평생 건선을 앓고 있다. 그는 피부에 발생하는 병변만큼, 지속적으로 소요되는 치료비와 타인의 시선이 환자들을 지치게 하는 요소라고 강조했다. 오 씨는 “건선은 더러워서 생기는 병이 아니고, 전염되지도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31일 의료계에 따르면 건선 환자들은 치료 환경 개선에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건선은 생명을 앗아가지는 않지만, 환자들은 심각한 삶의 질 하락과 경제적 부담을 경험하고 있다. 건선은 평생 치료가 필요하고, 정신질환을 동반해 정신건강의학과의 협진이 필요한 사례도 적지 않다. 질환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 변화와 환자를 위한 공감도 필요하다.

건선이 발병하면 피부에 붉은 발진과 염증, 각질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명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전이나 환경적 요인, 피부 자극과 스트레스 등이 유발 요인으로 꼽힌다. 면역체계 이상으로 관절염을 동반하기도 한다. 피부 증상은 평생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치료와 투약을 해야 한다.

오 씨는 “장기간 투병으로 손발톱 건선이 심하며, 관절염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 항상 걱정된다”라며 “심리적 스트레스가 평생 계속되고 있다”라고 호소했다.

건선은 젊은 환자가 많아 질병의 부담이 높은 질환으로 여겨진다. 얼굴, 팔, 다리 등 노출 부위에 발생한 피부 병변이 사회·경제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어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관심질병통계를 보면 국내 건선 환자는 2018년 16만4438명에서 2022년 15만4399명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환자 연령대를 보면, 50대가 3만2794명, 40대가 3만666명으로 각각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구직활동을 하거나 사회초년생에 해당하는 시기인 20대와 30대 환자도 각각 1만7555명, 2만4362명으로 적지 않다.

오 씨는 “학창 시절에는 신체검사를 하거나, 체육 시간에 옷을 벗을 수 없었다. 결혼 등 대인관계에 대한 기대도 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7살 때부터 건선을 앓아온 53세 직장인 김 모 씨는 “건선이 통증, 가려움, 피부 각질을 동반하기 때문에 타인의 시선을 받는 것이 힘들다”라며 “가끔 ‘피부병 옮기는 환자’라는 잘못된 인식을 마주해 불편하다”라고 토로했다.

평생 치료가 필요한 질환인 만큼, 경제적 부담도 크다. 2017년 7월부터 중증 건선 환자에 한해 건강보험 산정특례가 적용되고 있지만, 혜택을 받는 환자가 많지 않다. 국내에서 허가된 건선 및 건선성 관절염 생물학제제는 아달리무맙, 구셀쿠맙, 익세키주맙, 리산키주맙, 세쿠키누맙, 우스테키누맙 등 6종이다. 건강보험 급여를 인정받으려면 증상이 6개월 이상 지속되면서 전신의 10% 이상에 해당하는 면적에 피부 병변이 있어야 한다.

오 씨는 “생물학적제제를 건강보험 적용 없이 사용하려면 1년에 1000만 원이 훌쩍 넘는 약값을 부담해야 한다”라며 “산정특례 제도가 나오기 전에는 엄두를 내지 못했다”라고 설명했다. 김 씨 역시 “건선은 물론, 그에 동반하는 관절 질환, 고혈압, 고지혈증 등도 항상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고생스럽다”라고 말했다.

피부과 질환은 모두 경증이라는 사회적 인식은 환자들을 더욱 위축되게 하다. 최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가 중증·응급질환과 소위 기피과 중심으로 논의되며 건선 환자들이 느끼는 소외감은 더욱 커졌다.

김 씨는 “건선은 ‘삶을 갉아먹는 병’이라고 불릴 정도로 환자를 평생 고통스럽게 한다. 산정특례를 받지 못하고, 무분별한 피부과 치료에 현혹돼 경제적인 타격을 입는 환자들도 있다”라면서 “피부과 질환자는 다른 질환에 비해 차별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유감을 표했다.

오 씨는 “학교 교육을 통해 질환과 환자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고, 생물학적제제와 해양치유체험 보조요법 등 효과적인 치료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라며 “이는 환자 개인의 노력이나 경제력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라며 정부의 지원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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