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 사안 대신 포괄적 계획만 담겨
기업인 석방, 벌금 반환 등 구체적 요구 나와
올해 하반기에도 중국 경기회복은 쉽지 않아 보인다.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회복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였지만, 정작 기업인들의 무너진 신뢰가 변수로 작용했다. 그간의 단속을 멈추고 지원에 집중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회유에도 기업인들이 별다른 호응을 하지 않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주 중국 당국은 민간부문 신뢰를 강화하기 위한 31개 항목의 지침을 발표했다. 이로써 민간기업을 단속하고 혁신을 근절하고 국유기업에 지원을 몰아줬던 3년간의 행보에 마침표를 찍었다.
블룸버그통신은 “수년에 걸쳐 시진핑 국가주석은 국가안보를 우선시하면서 공산당의 경제 통제권을 강화하고 대형 민간기업을 위협했다”며 “이제 그는 그것이 초래한 결과에 놀란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다만 지침엔 기술 혁신 능력 향상과 디지털 변혁 촉진, 국제 경쟁력 향상 등 구체적인 지원책이기보다 지원 약속에 가까운 내용이 담겼다. 게다가 ‘당의 영도를 견지하고 강화한다’, ‘이데올로기적 메커니즘을 개선한다’ 등 독립적인 민간 부문에 어울리지 않는 표현이 다수 담겨 당국의 입장이 크게 바뀌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일부 기업인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국영 매체를 통해 정부를 칭찬하고 나섰다. 정부 단속의 중심에 섰던 텐센트의 마화텅 최고경영자(CEO)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번 지침을 놓고 업계에 볼멘소리들이 많았다고 NYT는 지적했다. 불만은 대개가 중국 정부를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과 구체적인 이행안을 내놓으라는 것이었다.
한 기업인은 “중국 정부는 최근 몇 년 새 거의 모든 신뢰를 잃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당국이 문화대혁명 이후 발표한 사과 성명을 거론하며 “정말 상황을 개선하고 싶다면 최소한 자신들의 잘못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화대혁명은 마오쩌둥 집권 당시 낡은 문화를 없애겠다는 목표하에 1949년부터 1976년까지 약 100만 명을 박해한 일로, 1981년 공산당은 “당과 국가, 인민에게 가장 심각한 좌절과 손실을 안겨준 극좌적 오류”라며 잘못을 시인했다.
또 다른 기업인은 기업인과 지식인을 박해하던 과거 방식을 답습한 현 정권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최소한 정부는 18년 형을 선고받은 기업인 런즈창과 쑨다우를 석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런즈창은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기간 시진핑 국가주석을 광대로 묘사하는 글을 썼다가 실종된 후 현재는 수감 중이다.
이 밖에도 벌금으로 낸 기업 자금을 돌려달라는 등 신뢰 복원을 위한 중국 정부의 행동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여럿 나왔다. 과거 서민 총리라는 타이틀로 중국인들에게 추앙받던 원자바오 전 총리는 “경제적 어려움 앞에선 신뢰가 금보다 중요하다”는 명언을 남겼는데, 시진핑 3기 지도자들은 이제야 이 말의 뜻을 정확히 알게 됐을 거라고 NYT는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