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글로벌 ‘관광’ 전쟁...한국의 딜레마

입력 2023-06-13 14:40 수정 2023-06-13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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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관광입국 추진 기본계획 발표...한국도 ‘관광 총력전’
동남아 방한 회복률 64.4%...소비 규모도 적지 않아
K-ETA 한시적 면제서 태국, 말레이시아 빠져
이연택 교수 “자유시장은 진입 막는 게 아니라 질서 잡는 것”

▲정부가 지난달 9일 코로나19 위기평가회의를 열고 코로나 감염병 위기경보 수준을 현재의 심각 단계에서 경계 단계로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가운데 이날 서울 명동 거리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시민과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정부가 지난달 9일 코로나19 위기평가회의를 열고 코로나 감염병 위기경보 수준을 현재의 심각 단계에서 경계 단계로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가운데 이날 서울 명동 거리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시민과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세계는 지금 해외 관광객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거시경제 환경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밑바닥까지 주저앉은 성장률을 끌어올릴 돌파구로 관광산업을 주목하면서다. 코로나 엔데믹 전환 후 글로벌 관광 수요가 폭발한 것도 각국 정부의 기대감을 키운다. 한국 역시 K-컬처 붐을 타고 관광 활성화에 힘을 주고 있지만, 목표와 현실 사이 딜레마에 빠졌다는 평가다.

13일 서울시와 관광업계에 따르면 세계 주요국은 치열한 관광 각축전을 펼치고 있다. 전 세계 외국인 관광객의 절반 이상을 쓸어가는 유럽은 선두지위를 유지한다는 목표로 논의에 착수했다. 2030년까지 친환경과 디지털 중심의 관광 생태계를 마련한다는 게 골자다. 일본도 2025년까지 외국인 관광객 수를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고, 1인당 소비 규모를 늘리는 내용의 관광입국 추진 기본 계획을 발표했다.

한국도 절박하기는 마찬가지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주 ‘관광 총력전’이란 글에서 관광은 절체절명의 과제라며 모든 부서가 참여하는 대책회의를 구성한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GDP에서 관광이 차지하는 비중은 3%에 불과하다”며 “(유럽 수준인)10%를 달성하면 반도체에 이은 2위 산업으로 부상하고 일자리 100만 개 창출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고무적인 것은 한국 관광시장이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외국인 관광객은 261만 명으로, 2019년 같은 기간(548만 명) 대비 약 50% 수준을 회복했다. 특히 동남아의 회복률은 64.4%로, 중국 20.7%, 일본 45.6%를 훨씬 앞선다. 전체 관광객 입국 국가 중 태국(5위), 베트남(6위), 필리핀(9위), 말레이시아(10위) 순으로 높다. 관광을 보복 무기로 삼는 글로벌 ‘큰손’ 중국에 데인 한국이 시장 다변화를 꾀한 데다 최근 K-열풍이 동남아를 휩쓴 영향으로 풀이된다. 동남아의 방한 시장점유율은 2017년 27%, 2022년 33%, 2023년 1~4월 37%로 꾸준히 늘었다.

이들이 한국에서 지출하는 소비 규모도 적지 않다. 한국관광공사 분석 결과, 2019년 기준 외국인 관광객 1인 평균 지출 경비는 인도네시아 1233.2달러, 베트남 1275.6달러, 말레이시아 946.7달러로 미국(1148.6달러), 영국(1132.8달러), 프랑스(1279.3달러)에 뒤지지 않는다.

▲지난 3월 28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관광을 즐기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지난 3월 28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관광을 즐기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문제는 급증하는 동남아 수요를 제도가 가로막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전자여행허가제(K-ETA)가 꼽힌다. K-ETA는 기존 무비자 입국 대상 112개 국가의 국민들이 한국을 여행할 때 모바일이나 홈페이지에 여행 관련 정보를 등록하고 허가를 받게 한 제도다. 동남아 국가 국민들이 불명확한 사유로 불허 판정을 받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계속된 가운데, 정부는 내수활성화 차원에서 4월부터 22개국에 한해 K-ETA를 한시적으로 면제했다. 하지만 방한 관광객 비중이 큰 태국, 말레이시아를 제외하면서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비자가 필요한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의 경우도 절반 이상이 거절되고 있지만 사유가 명확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불법체류 우려가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2021년 기준 불법체류자는 태국(36.7%)이 가장 많고, 베트남(18.1%), 중국(16.2%), 필리핀(3.5%), 인도네시아(2.4%)가 뒤따르고 있다.

그러나 관광산업의 중요성이 커진 만큼 인식과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이유를 알 수 없는 여행 불허 및 비자 거부는 외교적 갈등만 초래한다. 예측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연택 한양대학교 관광학부 명예교수는 “일괄적인 적용보다는 해당 국가별 모니터링 시스템을 강화하는 등 ‘섬세한 비자(subtle visa)’ 제도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또한 불법체류는 민감한 이슈인 만큼 신중할 수밖에 없지만, 모두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사전 조치보다 사후 질서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자유시장은 진입을 막는 게 아니라 질서를 잡아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불법체류가 문제라면 단속 시스템을 강화해야지, 진짜 관광객일 수 있는 ‘선의의 피해자’를 발생시켜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관광 부흥에 나선 일본이 개방에 적극적인 건, 불법체류자 모니터링과 단속을 철저히 하기 때문이라고 이 교수는 지적했다.

정부가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불만도 있다. 노경희 스카이투어서비스 대표이사는 “필리핀에서 관광 목적 비자 요청이 하루 수백 건 쏟아지는데 외교부가 인력 부족을 이유로 손을 놓고 있다”며 “법무부와 협조하는 방안을 상반기까지 마련한다고 했지만 아직 감감무소식”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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