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상한 ‘긴축’…은행은 수익 잔치, 소비자는 폭풍 지출

입력 2023-04-19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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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4대 은행 어닝서프라이즈
은행 위기 여파로 국채 금리 하락...미실현 손실 축소
BoA 고객 1분기 소비, 전년 동기 대비 8% 증가

▲사진출처 AP뉴시스
▲사진출처 AP뉴시스
미국 대형은행들이 1분기 어닝서프라이즈를 달성했다. 1년 넘게 계속된 공격적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미실현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실적에 적신호가 켜졌을 때만 해도 상상하지 못한 반전이다. 소비자들의 지출도 전년 동기 대비 급증하면서 고용을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긴축 고삐를 당기면서 불안 요인이 증가했지만, 경제가 예상 밖 선전을 하고 있는 분위기다.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1분기 순이익이 81억6000만 달러(약 10조7600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했다고 밝혔다. 앞서 14일 성적표를 발표한 JP모건체이스, 씨티그룹, 웰스파고에 이어 BoA도 호실적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우선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이자 장사’로 재미를 봤다. BoA의 1분기 순이자 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25% 급증한 144억5000만 달러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러니한 점은 고금리가 몰고 온 은행 위기가 또 다른 호재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은행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초기 초저금리 바람을 타고 미 국채와 회사채를 대거 사들였다. 가계와 기업의 현금이 넘쳐나고 대출이 부진하자 채권 투자를 늘렸다.

그러나 연준이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급속히 금리를 인상하면서 자산가치가 급락, 위기를 맞았다. 금리가 상승하면 새로 발행된 채권이 더 높은 금리를 지급하므로 과거에 발행된 채권은 가치가 떨어지게 된다. 채권 가격이 폭락하면서 은행의 미실현 손실은 대폭 증가했다. 정부 보증 채권을 많이 매수한 BoA의 경우 지난해 9월 말에 1160억 달러까지 증가했다. 만약 이를 손실로 인식할 경우 총자본의 43%를 사라지게 할 수 있는 규모였다.

채권 가격 폭락은 은행 도미노 파산 우려를 증폭시켰다. 실리콘밸리뱅크(SVB)의 자산 가치 하락에 불안을 느낀 고객들이 ‘뱅크런’에 나서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SVB가 파산한 데 이어 연쇄 도산 가능성이 커지면서 제2의 리먼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공포가 시장을 지배했다.

3월 초 은행 위기로 경기침체 우려가 커진 게 은행에는 전화위복이 됐다. 국채 금리가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미실현 손실을 축소시키는 결과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SVB 파산 이전 4%를 돌파했던 10년물 미국채 금리는 이달 초 3.2%대까지 하락했다. 현재는 3.5% 근방에서 움직이고 있다.

그 영향으로 BoA의 미실현 손실은 1분기 말 990억8000만 달러까지 축소됐다. 3개월 전보다는 손실이 95억 달러 줄었으며, 국채 금리가 정점을 찍었던 6개월 전보다는 손실이 171억 달러 감소했다. JP모건도 3월 말 기준 미실현 손실액이 약 308억 달러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9월 말 400억 달러를 웃돌던 것에서 축소된 것이다.

고금리 환경에도 소비 역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BoA는 1분기 고객들의 소비가 1년 전과 비교해 약 8% 늘었다고 밝혔다. 브라이언 모이니헌 BoA 최고경영자(CEO)는 “소비자들이 놀이공원, 극장, 외식, 공연 등에 돈을 쓰고 있다”며 “이런 역동성은 고용을 지지하는 선순환을 일으켰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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