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에세이] 월 100만 원 부모급여, 받으면 좋지만…

입력 2022-12-18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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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대책 정체성 모호…보육 사각지대 발생 우려도

▲1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어린이집안전공제회에서 중앙보육정책위원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제공=보건복지부)
▲1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어린이집안전공제회에서 중앙보육정책위원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제공=보건복지부)

매달 25일(2차 정기급여 지급일)이면 통장에 영아수당 30만 원과 아동수당 10만 원이 입금된다. 이 돈은 예상했던 것보다 살림에 큰 도움이 된다. 아내의 육아휴직 후 가계수지는 간신히 흑자를 유지 중이었다. 이런 상황에 아기가 태어났다. 분유와 기저귀 구입에만 월 20만 원이 넘게 쓰인다. 정부 수당이 없었다면, 출산과 동시에 가계수지는 적자로 전환됐을 거다.

내년에는 영아수당이 월 70만 원(2024년부터 100만 원)의 부모급여로 확대·개편된다. 우리 가족도 아동수당을 더해 월 80만 원을 받게 된다. 아기 옷값과 이유식값 부담도 덜게 됐다.

그런데, 정책을 취재하고 전공하는 관점에서 부모급여가 꼭 필요한지는 의문이다.

영아수당은 가정양육수당(0세 20만 원)과 보육료(0세 49만9000원) 간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도입됐다. 아동수당은 아동복지 정책이다. 기본적으로 두 정책은 저출산 대책이 아니다. 의식주 등 아동의 양육환경이 조금이나마 개선된다면, 그것만으로 기대효과가 달성된다.

부모급여는 윤석열 정부 저출산 대책의 하나다. 이런 정체성을 고려하면 기대효과는 합계출산율 증가가 돼야 할 거다. 문제는 부모급여가 출산율을 얼마나 끌어올릴까다. 부모급여가 도입되지 않는다면, 영아수당이 50만 원까지 인상됐을 거다. 결국 부모급여는 기존 영아수당에 50만 원, 연간 600만 원을 얹어주는 것인데 사람들이 600만 원이 모자라서 출산을 포기할까. 우리 부부의 자녀계획 배경에도 정부 수당은 없었다. 받아보니 만족스러울 뿐이다.

여러 전문가도 한시적 현금 지원은 저출산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주거, 고용, 양육·교육비용 문제가 핵심이다. 기저에는 수도권 과밀에 기인한 지방 청년들의 진학·취업기 지역이동, 그에 따른 주거비용 증가와 처분가능소득 감소, 부모·가족과 물리적 거리 증가 등이 깔려있다. 저출산 대책의 하나로 부모급여를 도입한단 건 진짜 문제를 가리는 연막이다.

한편으론 부모급여 도입이 오히려 저출산 문제를 악화시키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든다.

어린이집 0세반 정원은 3명이다. 1인당 지원단가는 부모보육료 49만9000원에 기관보육료 57만 원을 더해 106만9000원이다. 부모급여 100만 원을 받을 목적으로 어린이집 이용을 중단하는 아동이 1명이라도 생기면, 어린이집은 해당 반을 닫아야 한다. 보육료로 시설 운영비와 인건비를 충당할 수 없어서다. 보육교사 1명은 일자리를 잃고, 아동 2명은 시설에서 나와야 한다. 후자는 부모의 실업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편부모 가정이라면 소득이 사라지는 것이다.

정책은 목적부터 기대효과, 수단까지 촘촘한 설계가 필요하다. 확정된 정책을 되돌릴 수 없다면, 부작용을 최소화할 후속대책이라도 만들어야 한다. 0세반 정원이 미달해도 3명분 보육료를 지원하는 게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이는 윤석열 정부가 강조하는 ‘약자복지’이기도 하다. 부모급여를 포기하더라도 시설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부모들이 강자는 아닐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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