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미' 1년 완성, 애니 제작사 가능성 보여줄 것"

입력 2022-11-10 11:54 수정 2022-11-10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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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제작사 ‘연필로 명상하기’

▲신작 '아가미' 작업에 한창인 조슬기 조연출, 전유림 3D 애니메이터 (왼쪽 위, 아래), 오정민 애니메이터, 장민지 배경감독(오른쪽 위, 아래) (연필로 명상하기)
▲신작 '아가미' 작업에 한창인 조슬기 조연출, 전유림 3D 애니메이터 (왼쪽 위, 아래), 오정민 애니메이터, 장민지 배경감독(오른쪽 위, 아래) (연필로 명상하기)
애니메이션계를 주름잡은 두 강국 일본과 미국 사이에서 한국 애니메이션만의 고유한 색채를 오래도록 고민해온 제작사가 있다. ‘소중한 날의 꿈’(2011),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2014), ‘무녀도’(2021) 등을 자체 제작해 극장 개봉해온 24년 차 ‘연필로 명상하기’다. 안재훈 감독과 14명의 스태프가 함께 일하는 이곳은 요즘 구병모 작가의 장편소설 ‘아가미’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드는 작업에 한창이다.

내년 완성을 목표로 제작 중인 신작 ‘아가미’는 연필로 명상하기의 명운을 좌우할 중요한 작품이다. 제작 기간을 1년까지 획기적으로 줄이기로 했기 때문이다. 모든 장면을 손으로 그리는 전통적인 2D 애니메이션 작업 기법을 고수해오던 이들은 ‘소나기’(2017) 작업부터 3D 전반의 기술을 들여와 '무녀도' 단계에서 보다 빠르고 정교한 작업 과정을 안착시켰다. 지난 8일 그 변화의 과정에 동참한 스태프 4인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소중한 날의 꿈’부터 ‘아가미’까지 자체 제작 애니 꾸준히 선보여
▲배경 작업 중인 장민지 배경감독 (연필로 명상하기)
▲배경 작업 중인 장민지 배경감독 (연필로 명상하기)

연필로 명상하기 대표작인 ‘소중한 날의 꿈’은 11년의 제작 기간이 소요됐다. 구조적인 문제가 작용했다. 조슬기 조연출은 “일본 애니메이션은 (제작위원회 시스템 덕에) 제작비 모금도 빠르고 제작 기간도 짧은 반면,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은 그 정도 제작비를 지원받지 못한다”면서 “(돈이 되는 프로젝트를 병행하느라) 제작 과정이 굉장히 길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다수의 한국 애니메이션 제작사가 ‘돈이 들어가는’ 자체 제작 작품 대신 외국 유명 제작사의 하청을 받아 작화를 납품하는 OEM 형식으로 ‘돈을 버는’ 방향을 택하는 이유다. 일본의 지브리, 미국의 디즈니처럼 자체 작품을 꾸준히 내놓으며 브랜드화하는 일이 쉽지 않다.

산업이 양적, 질적으로 성장하기 어려운 토양은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 9월 발표한 ‘2021 콘텐츠 산업백서’에 따르면 2020년 애니메이션 산업 매출액은 5533억 원이다. 전체 콘텐츠 산업 중 가장 낮다. 2조 9871억 원을 기록한 영화 산업의 1/5 수준이다.

척박한 여건에서도 연필로 명상하기는 ‘소중한 날의 꿈’,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 ‘소나기’, ‘무녀도’ 등의 작품을 꾸준히 자체 제작해 극장 개봉해왔다. 조 조연출은 “자체 제작과 OEM의 차이는 확실하게 있다”면서 “그동안 제작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초점을 뒀다”고 했다.

6개 팀으로 시스템화, 작업 속도 끌어올려
▲'아가미' 작업 과정. 배우가 실제로 연기한 동작을 3D 형태로 읽어들인 뒤(오른쪽 위) 실제 작화의 기틀로 삼는 모습(중간) (연필로 명상하기)
▲'아가미' 작업 과정. 배우가 실제로 연기한 동작을 3D 형태로 읽어들인 뒤(오른쪽 위) 실제 작화의 기틀로 삼는 모습(중간) (연필로 명상하기)

연필로 명상하기는 현재 촬영, 배경, 작화, 3D, 연출, 웹툰 등 6개 팀에 외부 작업자 20여 명이 함께 일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신작 ‘아가미’ 제작 기간을 1년으로 짧게 잡으면서 제작 효율화에 더욱 중점을 뒀다. 조 조연출은 이 여정을 성공적으로 치러내면 “‘자체 제작 애니메이션은 시간이 오래 걸린다’, ‘투자 가치가 적다’는 산업 내 인식을 넘어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제작 효율화의 핵심은 3D작업이다. 모든 걸 손으로 그릴 때 소요되는 시간을 절약하고 보다 정교한 움직임의 기틀을 잡아준다. 전유림 3D 애니메이터는 “손으로만 작업하면 액션 신이나 구도를 잡기 어려운 동작을 정확하게 작업하는 데 무리가 될 수 있다”면서 “실제 배우들의 연기를 촬영한 뒤 3D 프로그램으로 ‘키 포즈’를 잡는다. 안 감독님과 1차 원화 작업으로 연출 방향을 확정하고, 그걸 토대로 작화팀이 그림을 그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작화에도 속도를 붙였다. ‘아가미’ 인물 작화를 담당하는 오정민 애니메이터는 “빠르게 작업하면서도 어떻게 하면 퀄리티를 끌어올릴 수 있을지를 늘 고민한다. 일정하게 좋은 그림을 그려내는 게 작화팀 전체의 고민이자 숙제”라고 덧붙였다.

구병모 ‘아가미’ 배경 프랑스로… “외국인도 좋아하도록”
▲작화 작업 중인 오정민 애니메이터 (연필로 명상하기)
▲작화 작업 중인 오정민 애니메이터 (연필로 명상하기)

신작 ‘아가미’는 구병모 작가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생을 비관한 아버지가 아들을 품에 안고 물에 뛰어들지만, 간절히 살고 싶었던 아들 목에 아가미가 생기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인간도 물고기도 아닌 존재가 된 주인공의 주변에는 또 다른 이유로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이 머문다.

애니메이션에서는 주요 이야기를 그대로 가져가되 공간 배경을 프랑스로 바꿨다. 동양적인 외모의 인물들이 유럽식 건축물과 실내장식이 돋보이는 공간에서 대화하고 움직인다.

‘소나기’, ‘무녀도’에 이어 ‘아가미’의 배경 작화를 담당 중인 장민지 배경감독은 “기존 작품에서 한국적인 걸 위주로 표현했다면 ’아가미’는 한국인과 외국인 모두 좋아할 수 있는 다국적인 배경을 표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면서 “사실적이면서도 아름다울 것”이라고 자신했다.

오 애니메이터는 “한국 스타일도 아니고 미국 스타일도 아닌 특이한 비주얼이 됐다. 안재훈 감독님은 유럽 만화 같은 느낌도 난다고 하시더라”면서 “작화팀이 공을 많이 들였다. 그림이 예뻐져서 그리면서도 결과물을 무척 기대하고 있다”고 소감을 전했다.

올해 2월 메인 프로덕션에 돌입한 ‘아가미’는 내년 중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조 조연출은 “우리의 작업이 현재 애니메이션 업계 현황에 변화를 줄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일한다”면서 “이 작업이 우리 스태프의 이름을 알리는 일도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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