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범죄 실행ㆍ준비 위한 돈은 빼돌려도 횡령죄 아냐"

입력 2022-07-20 06:0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범죄의 실행·준비행위를 통해 형성된 위탁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 수 없다는 대법원 첫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횡령 혐의로 기소된 A 씨 상고심에서 징역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0일 밝혔다.

의료인이 아닌 A 씨는 의료기관을 개설할 자격이 없는데도 2013년 마찬가지로 의료인이 아닌 피해자 B, C 씨와 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을 설립해 조합 명의로 요양병원을 운영, 수익을 나눠 갖기로 했다.

약정에 따라 B 씨로부터 2억2000만 원, C 씨로부터 3000만 원을 투자금 명목으로 받아 보관하던 중 2014년경 2억3000만 원을 두 사람의 동의 없이 개인채무 변제에 사용해 기소됐다.

재판에서는 A 씨를 횡령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횡령죄가 성립하려면 A 씨와 피해자 사이에 해당 돈에 관한 ‘형법상 보호 가치 있는 위탁관계’가 인정돼, A 씨에게 ‘피해자 소유의 돈을 보관하는 자’로서의 지위가 인정돼야 한다.

그런데 A 씨는 ‘의료법상 처벌 대상이 되는 계약’에 따라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받았다. 이때 이들 사이에 ‘형법상 보호 가치가 있는 위탁관계’가 인정되는지가 판단 대상이 됐다.

1심은 A 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을 선고했고, 2심은 일부 혐의를 면소 판단해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2심은 A 씨와 피해자들 간의 동업약정은 강행법규인 의료법을 위반해 무효지만, 반사회질서행위로서의 불법원인급여는 아니라고 봤다. 이에 따라 C 씨는 A 씨에 대해 민사상 반환청구권을 갖고, 이 상태에서 A 씨가 피해자들의 돈을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은 횡령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취지다. 다만 B 씨와 관련된 부분은 이미 사기죄로 기소돼 무죄 판단을 받은 바 있어 면소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재물의 위탁행위가 범죄의 실행행위나 준비행위 등과 같이 범죄 실현의 수단으로서 이뤄진 경우 그 행위를 통해 형성된 위탁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피해자가 민사상 반환청구도 할 수 없는 불법원인급여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민사상 반환청구권이 허용된다고 무조건 형사상 보호 가치가 있는 위탁관계에 해당하는 것도 아니라고 본 것이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민희진 "음반 밀어내기 권유 사실…하이브에 화해 제안했다"
  • "제발 재입고 좀 해주세요"…이 갈고 컴백한 에스파, '머글'까지 홀린 비결 [솔드아웃]
  • 부산 마트 부탄가스 연쇄 폭발…불기둥·검은 연기 치솟은 현장 모습
  • "'딸깍' 한 번에 노래가 만들어진다"…AI 이용하면 나도 스타 싱어송라이터? [Z탐사대]
  • BBQ, 치킨 가격 인상 또 5일 늦춰…정부 요청에 순응
  • 트럼프 형사재판 배심원단, 34개 혐의 유죄 평결...美 전직 최초
  • “이게 제대로 된 정부냐, 군부독재 방불케 해”…의협 촛불집회 열어 [가보니]
  • 비트코인, '마운트곡스發' 카운트다운 압력 이겨내며 일시 반등…매크로 국면 돌입 [Bit코인]
  • 오늘의 상승종목

  • 05.31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4,575,000
    • -0.39%
    • 이더리움
    • 5,271,000
    • +1.19%
    • 비트코인 캐시
    • 638,000
    • -1.24%
    • 리플
    • 725
    • +0.42%
    • 솔라나
    • 232,400
    • +0.3%
    • 에이다
    • 626
    • +0.64%
    • 이오스
    • 1,140
    • +1.51%
    • 트론
    • 157
    • +0.64%
    • 스텔라루멘
    • 150
    • +1.35%
    • 비트코인에스브이
    • 86,150
    • -0.17%
    • 체인링크
    • 25,770
    • +3.7%
    • 샌드박스
    • 606
    • -0.66%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