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시스템 사업을 수주해 개발하는 IT 중소기업 A사는 2017년 자사가 개발한 시스템의 핵심 소스코드를 경쟁 업체에 탈취당했다. 유출자는 2년간 근무했던 개발자 B 씨였다. B 씨는 A회사의 소스코드 자료를 갖고 경쟁사 C업체의 시스템 개발에 참여하라는 제안을 받고, 자신의 이메일을 통해 코드를 유출했다. 개발자 B 씨는 지난해 6월 1심에서 업무상 배임 혐의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최근 들어 기술 탈취 범죄 양상이 점점 복잡하고 다양해지고 있다. ‘중소기업 대상 기술 유출 범죄’라고 하면 흔히 대기업의 중소 제조업체에 대한 기술 탈취나 국외 유출을 떠올리지만, 기술 유출 범죄는 기존 직원이 국내 기업으로 이직·퇴사하며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경찰이 지난 5년간 검거한 전체 기술 유출 범죄의 88%는 국내 유출 건이었다.
법무법인 트리니티 김태권 변호사는 “기술 유출 범죄의 상당수가 이직·퇴사하면서 이뤄지거나, 유출 회사가 새로운 사업을 꾸리며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아울러 “최근 IT 개발 인력이 많이 부족한 상황인데, 보통 경력직 이직이 활발한 분야에서 유출 사고들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복잡해지는 범죄 양상 속에 수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검경 수사권 조정과 코로나19 등으로 수사 일선은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검찰은 지난해 1월부터 수사 범위가 축소되면서 기존에 접수된 사건 이외에 기술 유출 범죄를 수사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2021년 검찰에서 처리한 기술 유출 범죄는 228건으로, 전년(495건) 대비 반 토막이 났다. 경찰이 처리한 기술 유출 범죄 사건도 2020년 135건에서 2021년 89건으로 줄었다. 이런 가운데, 2018~2020년 3년간 20~21%에 머물던 검찰 기소율은 지난해 35%로 증가했다.
이준섭 법무법인 창천 변호사는 “검·경 통계상으로는 기술 유출 범죄 처리 건수가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기술 유출 범죄의 심각성을 크게 느끼고 있다”면서 “검경수사권 조정과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사건 처리 건수가 감소한 것으로 짐작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특허청 특별사법경찰의 영업비밀 침해 사건의 형사 입건 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2019년 20명에서 2020년 39명, 2021년 85명으로 증가했다.
문삼섭 특허청 산업재산보호협력국장은 “기술 유출 범죄 수사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지난해 7월 기술디자인특별사법경찰과를 신설했고 수사 인력을 증원했다”면서 “현재 기술 경찰 22명, 상표경찰 29명이 근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수사권 조정 등의 상황 속에서 기술 유출 관련 법안과 수사 기관이 여럿 존재해 혼란을 가중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박희경 재단법인 경청 변호사는 “기술 유출 관련 법안이 부정경쟁 방지, 특허법, 산업기술유출법 등으로 산재해 있고, 수사 기관도 여러 곳이니 법률 지식이 부족한 중소기업이나 일반인 입장에서 명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면서 “일괄 신고하는 통합 센터를 마련하는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