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우리 모두의 아이를 함께 키우는 나라

입력 2021-12-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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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희 육아정책연구소장

▲박상희 육아정책연구소장
▲박상희 육아정책연구소장
연초의 일이다. 우리 사회의 주요 문제인 불평등 문제를 다룬 글에 실린 사진을 보았다. 몇몇 젊은 여성이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현수막을 들고 시위하는 사진이었다. “정부야 아무리 나서봐라. 내가 결혼하나 고양이랑 살지”. 우리 사회 출산 기피의 핵심을 들여다보는 것 같아 기억에 오래 남았다. 아이 대신 고양이! 청년세대에게 출산과 육아가 기성세대와 국가에 대한 ‘수동공격형 저항’이라는 것을 드러내 주는 우리 시대의 우울한 삽화다.

2020년의 시작은 코로나 팬데믹의 확산과 더불어 인구의 측면에서 사망이 출산을 앞지르는 데드크로스 현상이 발생한 시기이기도 하다. 저출생과 인구감소로 인한 인구구조의 변동은 우리 사회의 가장 중대한 위험이자 과제이다. 아이 대신 고양이가 아니라 ‘아이와 더불어 고양이’를 키우는 사회로의 진입은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

우선 청년세대의 결혼과 출산에 대한 불안을 줄여줘야 할 것이다. 아동 인구와 생산인구가 줄어듦에 따라 여성들의 노동력 확보가 매우 중요해지는 사회가 됐다. 출산과 양육과정에서 일어나는 여성의 노동권 상실을 줄여야 한다. 그러려면 고용구조에서 OECD 국가 중 현저하게 낮은 여성임금 구조의 변화 등을 비롯해 가능한 모든 정책이 동원될 필요가 있다. 앞서 말한 사진 속의 여성들이 말하는 것은 결혼해도 경력 단절이 되지 않는 사회, 육아의 불안을 낮추어 주는 사회를 말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2021년 육아정책연구소의 국민 대상 육아정책만족도 조사에서도 육아휴직제도를 가장 필요하고 적절한 제도로 응답하였고 대국민 정책제안제도에서는 부모들이 양육 역량을 지원받는 서비스가 많이 제안됐다. 이로 볼 때도 국민은 내 아이를 잘 키우면서도 자신의 자아실현이 함께 이뤄지는 ‘시간’과 ‘역량’을 지원받는 정부 지원정책을 바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하는 부모를 위한 국가의 지원은 국가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필요조건인 것이다.

코로나19의 세계적 유행을 겪으면서 우리는 비대면, 메타버스 등 과학기술의 변화에도 적응하고 있다. 그 이면에는 이 모든 변화가 결국 지향하는 것은 기술을 통해서도 결국은 ‘연결’되고 싶다는 것. 사람들은 메타버스에 있고 싶은 것이 아니라 비대면 소통 플랫폼을 통해서라도 다른 이들과 함께 연결되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아무리 미약한 존재 안에서도 서로의 온기가 되고 가능성의 힘을 발견하는 것이 인간존재의 조건임을 아이 대신 고양이라도 선택한 청년세대의 사진을 보며 깨닫게 됐다. 인간은 서로를 돌보며 살아가야 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돌봄은 돌보는 주체가 대상에 대해 갖는 존중의 감수성, 즉 내적 동기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니 우리 청년세대에게는 아이 낳고 출산하기에 용기를 낼 수 있도록 국가가 나서서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돌봄은 본디 신체적·발달적으로 취약한 대상에게 주는 희생의 특성이 강한 행위였다. 주로 전업주부들에 의해 무임으로 제공되어 ‘그림자 노동’이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지금은 다양한 방식으로 취약한 대상에게 제공되는 사회와 국가의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저출생과 인구 고령화에 따라 더욱 대상과 수요에 대한 밀도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늘고 있다. 그중 아동 돌봄은 출산과 양육의 단절을 피하고 ‘아이와 고양이를 함께 키울 수 있는 사회’를 위해 우선적으로 예산이 확보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아동 돌봄은 대상자가 미래세대이다 보니 교육적인 측면을 가질 수밖에 없다. 세계 최고의 교육이라는 이탈리아의 레지오 에밀리아 교육도 2차대전 후 피폐해진 지역사회를 아동을 키우려는 자발적인 성인들의 돌봄으로부터 시작했다. 돌봄은 이렇게 돌보는 주체와 대상자에게 존재의 가치를 높이는 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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