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속으로] 세계는 지금 배터리 전쟁

입력 2021-04-2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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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폭스바겐이 ‘파워 데이(Power Day)’ 행사에서 전기차 배터리 내재화 계획을 발표하면서 글로벌 배터리 전쟁에 불을 지폈다. 폭스바겐은 유럽 협력사인 노스볼트(Northvolt) 등을 통해 2030년까지 240GWh(기가와트아워) 용량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자체적으로 갖추겠다고 했다. 노스볼트는 2023년부터 공급할 것으로 알려진다. 연간 240GWh라 하면 60kWh급 배터리를 400만대의 전기차에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참고로 지난해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이 310만대였다. 현재 삼성SDI만큼의 생산능력을 갖춘 회사가 6~7개 있어야 가능하다.

폭스바겐의 생산능력 목표치는 실제 달성 가능한 목표라기보다는 유럽 내 투자와 일자리 창출까지를 고려한 정치적 선언의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달성하기 어려운 근거로서 먼저 노스볼트 등 협력사의 업력이 짧고 양산 기술이 검증되지 않았다. 리튬이온전지는 1991년 일본 소니가 처음 상용화한 이래 30년이 지났다. 국내 업체들도 IT용 소형전지부터 20년 이상 사업을 영위하면서 지금의 에너지 밀도와 성능, 제품에 대한 신뢰를 갖췄다. 그 사이 화재사고 등 안전성 이슈와 품질 비용으로 인해 도태된 업체들이 많다. 원조인 소니마저 무라타에 사업을 매각했다. 사람의 생명과 직결된 자동차에서 안전성과 신뢰도의 중요성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이미 검증된 배터리 업체를 교체하는 모험을 쉽사리 단행할 수 있을까? 기술을 개발하고도 양산능력을 확보하는 데는 1년 이상이 소요된다. 배터리는 아날로그 기술적 요인이 많아서 레시피를 갖췄다 하더라도 단기간에 급속하게 증설하기 어렵다.

반도체가 미세 공정 기술을 통해 지속 진화하고, 기술 격차를 유지하는 것처럼, 배터리는 니켈 함량을 높인 하이니켈 삼원계 양극재 기술을 중심으로 진화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니켈 함량을 90%까지 높인 차세대 배터리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음극재는 흑연에 실리콘을 섞어 쓰고, 전해액은 전압을 높이며, 분리막은 두께를 줄여가고 있다. 전고체전지, 리튬황전지, 리튬공기전지까지 이차전지가 진화할 길은 거의 무한하며, 후발 주자가 추월할 틈을 주지 않을 것이다.

후발 주자가 대규모 투자 금액과 영업손실을 감당하면서 품질 경쟁력과 원가 대응력을 확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것은 시장 논리다. 유럽에서 가장 앞선 행보를 보였던 보쉬(Bosch)도 양산 투자에 대한 위험 때문에 배터리 사업을 포기한 바 있다. 국내 업체들은 올해부터 비로소 전기차 배터리의 흑자 전환을 기대하고 있으며, 10년 이상의 장기간 투자와 대규모 손실을 견뎌내고 얻어낸 결과다.

전기차 배터리 업계도 이미 상위 5~6개사 위주로 경쟁력 쏠림이 심화하면서 구조조정이 빨라지고 있다. 중국 정부의 보조금 지원 아래 우후죽순처럼 수많은 업체가 난립했던 중국 시장도 CATL과 BYD 이외에는 생존 여부가 불투명하다.

논리적 비약이겠지만, 애플이 이제 와서 메모리 반도체를 내재화하겠다고 나서는 것과 비유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폭스바겐이 노스볼트와 협력하고, 일부 생산능력을 내재화할 의지는 확실해 보인다. 폭스바겐뿐만 아니라 모든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똑같은 고민을 할 것이다. 미래 어느 순간 전기차가 모든 내연기관차를 대체하고, 기존 완성차 업체들은 내연기관 엔진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할 기회를 박탈당할 것이기 때문이다. 과점화된 반도체처럼 갑을의 지위가 바뀔 수 있다.

한국 배터리가 제2의 반도체로서 자리 잡으려면, 완성차 업체들과 긴밀한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원가 및 품질 경쟁력을 유지해야 할 것이다. 대규모 장치 산업의 특성상 초기 선제 투자가 전제돼야 한다. 이차전지보다 경쟁력이 열악한 4대 소재 생태계가 동반 성장해야 한다. 전고체전지 등 차세대 전지 개발에 속도를 내야 할 것이다.

산유국이 글로벌 정치, 경제의 중심에 있었던 것처럼, 배터리를 주도하는 나라가 미래 에너지와 경제 패권을 쥐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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