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만에 애플에 팽 당한 인텔…초격차 싸움에서 안일했다

입력 2020-06-23 13:2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반도체 성능 ‘미세화’ 경쟁서 삼성·TSMC에 밀려…제품 개발·공급 계획에 대한 불만이 결별 원인

▲인텔 로고가 미국 나스닥거래소 전광판에 표시돼 있다. 뉴욕/AP뉴시스
▲인텔 로고가 미국 나스닥거래소 전광판에 표시돼 있다. 뉴욕/AP뉴시스
세계 최대 반도체업체 미국 인텔이 15년 만에 주요 고객인 애플로부터 토사구팽(兎死狗烹)을 당했다. 우리나라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등이 반도체 초격차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안일했던 인텔의 자업자득이라는 평가다.

애플은 22일(현지시간) 개막한 연례 개발자회의(WWDC)에서 내년까지 2년에 걸쳐 자사 맥컴퓨터에 들어갈 중앙처리장치(CPU)를 인텔 제품에서 자체 개발한 칩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주요 고객사인 애플을 잃는 것은 인텔 입장에서 재정적으로는 물론 상징적으로도 타격을 받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컴퓨터 시장에서 애플 점유율은 미미하다. 리서치 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해 약 2억6700만 대였던 컴퓨터 출하 대수 중 애플 비중은 6.6%에 불과했다. 또 인텔은 애플에 맥컴퓨터용으로 연간 34억 달러(약 4조 원)어치의 반도체를 판매하는데 이는 회사 전체 매출의 5%에 채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PC 제조업체들에 반도체를 공급해 오늘날과 같은 제국을 구축한 인텔로서는 애플과 같은 대기업이 아시아 생산업체들의 도움을 받아 자체 반도체 생산으로 나아가는 것이 뼈아프다고 NYT는 지적했다. 애플은 이미 아이폰과 아이패드, 애플워치 등 다른 제품에 자체 개발 칩을 탑재한 데 이어 마지막 남은 주요 제품인 맥에서도 독립해 인텔의 입지를 더욱 좁게 만든 것이다.

▲애플 맥컴퓨터 매출 추이. 단위 10억 달러. 2020~21년은 예상치. 출처 월스트리트저널(WSJ)
▲애플 맥컴퓨터 매출 추이. 단위 10억 달러. 2020~21년은 예상치. 출처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텔은 이날 성명에서 “우리는 가장 진보된 PC 경험과 더불어 컴퓨터를 새롭게 정의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 선택을 제공하는 데 계속 집중하고 있다”며 “인텔 기반 컴퓨터는 사용자들에게 최고의 경험을, 개발자들에게는 가장 개방적인 플랫폼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니 스루지 애플 반도체 개발 담당 수석부사장은 WWDC에서 “애플의 프로세서는 맥컴퓨터를 더욱 빠르고 강력하게 만들면서도 이전보다 전력 소비를 줄일 것”이라며 “우리는 물론 마이크로소프트(MS)와 어도비 등이 이미 맥용 소프트웨어를 새로운 칩에 맞도록 전화하고 있으며 개발자들에게는 새 컴퓨터에서도 소프트웨어를 작동시킬 수 있는 툴이 제공될 것”이라고 말해 기존 인텔 칩에 대한 불만이 반도체를 자체 개발한 동기 중 하나가 됐음을 시사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인텔의 제품 개발과 공급 계획이 애플 기대에 못 미친 것이 15년 만의 결별 주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애플이 자체 개발한 반도체는 ARM의 설계 플랫폼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TSMC의 5나노미터(nm·10억 분의 1m) 공정을 이용해 생산될 예정이다. 반도체 성능을 좌우하는 ‘미세화’ 경쟁에서 인텔은 삼성, TSMC에 뒤처져 있다고 닛케이는 단언했다. 5나노급 공정은 현재 전 세계에서 삼성과 TSMC만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인텔은 5나노보다 덜 효율적인 7나노급 프로세서도 내년에야 양산할 수 있다.

다만 애플과의 관계 단절이 인텔에 마냥 나쁜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미국 금융전문매체 마켓워치는 공급업체에 막대한 압력을 가하기로 유명한 애플에서 벗어나면서 인텔이 데이터센터와 사물인터넷(IoT) 등 향후 고성장이 기대되는 분야에 더욱 초점을 맞출 수 있게 됐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인텔 주가도 이날 0.8% 상승하는 등 이런 낙관적 시각을 반영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퇴사자 월급 단돈 9670원 지급"…강형욱 갑질논란 추가 폭로 계속
  •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하면…내 마일리지카드 어떻게 하나 [데이터클립]
  • 윤민수, 결혼 18년 만에 이혼 발표…"윤후 부모로 최선 다할 것"
  • 육군 32사단서 신병교육 중 수류탄 사고로 훈련병 1명 사망…조교는 중상
  • "이더리움 ETF 승인 가능성 매우 높다"…비트코인, 39일 만에 7만 달러 돌파[Bit코인]
  • '최강야구' 고려대 직관전, 3회까지 3병살 경기에…김성근 "재미없다"
  • 비용절감 몸부림치는데…또다시 불거진 수수료 인하 불씨 [카드·캐피털 수난시대上]
  • 문동주, 23일 만에 1군 콜업…위기의 한화 구해낼까 [프로야구 21일 경기 일정]
  • 오늘의 상승종목

  • 05.21 14:53 실시간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7,300,000
    • +4.84%
    • 이더리움
    • 4,982,000
    • +15.38%
    • 비트코인 캐시
    • 706,000
    • +4.36%
    • 리플
    • 733
    • +2.95%
    • 솔라나
    • 249,000
    • +1.34%
    • 에이다
    • 683
    • +3.96%
    • 이오스
    • 1,170
    • +5.41%
    • 트론
    • 169
    • +0.6%
    • 스텔라루멘
    • 154
    • +4.05%
    • 비트코인에스브이
    • 95,500
    • +4.83%
    • 체인링크
    • 23,250
    • -1.4%
    • 샌드박스
    • 636
    • +3.58%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