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회생기업 투자금 ‘0원’...과도한 보신주의에 기업 심폐소생 외면

입력 2018-07-27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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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생절차를 진행 중인 기업의 생존을 좌우하는 것은 신규 자금이다. 아무리 좋은 기술력과 빚을 갚을 묘안이 있어도 돈이 없으면 역부족이다. 그러나 시중 은행들은 ‘높은 리스크’를 핑계로 회생 기업에 전혀 투자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의 과도한 보신주의와 회생절차에 대한 선입견으로 생산적 금융 책임에 소홀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회생기업 신규 지원은 깨진 독에 물 붓기? = 27일 금융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NH농협은행과 우리·KB국민·신한·KEB하나은행 등 시중은행 5곳이 DIP(Debtor In Possesion Financin) 파이낸싱으로 지급한 돈은 0원이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기업이 회생을 위해 금융권으로부터 빌리는 돈을 말한다. DIP 파이낸싱으로 돈을 빌려준 은행 등 금융사는 다른 채권자보다 우선적으로 대출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기업이 법원 회생절차에 들어가면 은행은 빌려준 돈 가운데 일부를 대손충당금으로 쌓아야 한다. 은행감독업 규정에 따르면 전체의 10% 이상이다. 통상 대손 처리를 한 뒤 손을 뗀다. 은행 관계자들은 “이미 손실이 난 상황에서 추가로 돈을 지원하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굳이 깨진 독에 물을 부어 리스크를 질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이들 은행 가운에 단 한 번도 DIP 파이낸싱을 한 적 없는 곳이 상당수다.

지난해 우리은행이 연합자산관리(유암코)와 DIP 파이낸싱에 나서려 했으나 무산됐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당시 내부적으로 검토했으나 불확실한 경제 상황 등 높은 리스크 때문에 그만뒀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과 IBK기업은행도 회생기업 투자에 소극적인 것은 마찬가지다.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회생기업에 대한 신규 자금 지원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은행이 주채권은행인 대기업이 회생절차에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워크아웃에 비해 금융기관의 자율성이 떨어지는 법적 구조조정을 꺼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보신주의 은행 관행… “워크아웃과 회생절차 다르지 않아” = 법조계와 업계에서는 은행의 과도한 몸 사리기를 지적한다. 회생절차에 들어간 순간 ‘망한 기업’이라는 뿌리 깊은 불신도 한몫한다. 박상인 서울대학 행정대학원 교수가 2006년 9월부터 2014년 8월까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회생절차 종결률이 83%로, 워크아웃(47%)보다 1.8배 높았다. 선입견과 달리 회생절차가 워크아웃보다 성공 가능성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은행들이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지점이다.

서울회생법원의 한 판사는 “결국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문제”라며 “자금이 없어서 기업이 무너지는 것인데 금융기관은 기업이 돈이 없어 못 빌려준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워크아웃과 회생절차가 크게 다르지 않음에도 워크아웃 기업에는 돈을 주고 회생기업에는 주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현재 회생기업 신규 자금은 대부분 사모펀드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율협약과 워크아웃 중심으로 짜인 구조조정 제도도 신규자금을 막는 장애물로 꼽힌다. 은행이 리스크를 감당해 투자하더라도 금융당국 검사나 감사에 걸릴 수 있다는 우려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그러나 “회생절차 들어가면 회생계획에 따라 이뤄지기 때문에 이 계획에 따라 신규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며 “(신규 자금 지원 관련) 워크아웃과 회생절차를 다르게 보는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미 수명을 다한 기업구조조정 촉진법에 매달리기보다는, 법적 구조조정을 바라보는 금융당국의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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