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기능 못하는 국회] 앞다퉈 발의하고 처리는 뒷짐…계류법안 8000건 ‘태업 국회’

입력 2017-11-23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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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수 법안 9961건 중 2166건 처리…발의 느는데 처리율 뒷걸음…‘공룡 상임위’ 중심 법안 대량 폐기 우려도

▲15일 오후 국회 본청 국회의장실에서 여야 3당 정책위원장·원내수석부대표가 ‘2+2+2 회동’을 가졌다. 왼쪽부터 자유한국당 김선동·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 정세균 국회의장, 자유한국당 김광림·국민의당 이용호 정책위의장, 국민의당 권은희 원내수석부대표. 연합뉴스
▲15일 오후 국회 본청 국회의장실에서 여야 3당 정책위원장·원내수석부대표가 ‘2+2+2 회동’을 가졌다. 왼쪽부터 자유한국당 김선동·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 정세균 국회의장, 자유한국당 김광림·국민의당 이용호 정책위의장, 국민의당 권은희 원내수석부대표. 연합뉴스

‘일하는 국회’. 20대 총선이 끝난 직후부터 재계 등으로부터 쏟아져나온 요구이자 한 달 뒤 공식적으로 문을 연 국회에 입성한 여야 의원들이 한목소리로 다짐한 목표이기도 하다.

20대 국회 시작 후 1년 6개월이 흐른 현재, 국회에 8000건에 육박하는 법안이 쌓여 있다. 처리된 법안은 2200건 수준에 불과하다. 20대 의원들의 임기는 2년 6개월여 남았지만, 법안을 중점적으로 심의하고 처리하는 정기국회는 이번 정기회가 지나가면 한 번밖에 남지 않게 된다.

입법 활동으로 민생을 뒷받침하는 게 국회의 일 가운데 하나라면, 지금 국회는 ‘일하는 국회’가 아니라 ‘태업한 국회’ ‘일해야 하는 국회’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여야가 보다 서둘러, 심의 테이블에도 못 오르고 폐기되는 법안을 줄여야 한다는 이야기다.

22일 오후 2시 국회의안정보시스템을 보면, 20대 들어 접수된 법안은 총 9961건이고 이 중 원안 가결이나 수정 가결, 대안 반영 등으로 처리된 법안은 2166건이다. 나머지 7795건이 계류 법안으로, 이 가운데 정부안은 300건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의원발의안이다. 의원들이 경쟁적으로 법안을 내놓고 상임위 심의 등에 뒷짐을 지고 있다는 비판은 그래서 나온다.

법안이 쌓여만 간 데에는 20대 국회 들어 얼마 지나지 않아 터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 그리고 조기 대선 등 그간 어수선했던 정국 상황 탓도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발의 법안이 급증함에도 여야의 처리 속도가 이를 따라잡지 못하는 데에 원인이 있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실제로 2000년 이후 국회 발의 법안은 뚜렷한 급증세를 보인다. 덩달아 법안 처리율은 낮아지는 추세다.

2000~2004년 임기였던 16대 국회에선 총 2507건이 발의됐다. 이 중 1579건이 처리돼 처리율은 63%를 기록했다. 17대에선 총 7489건이 발의됐으며 3773건이 처리되면서 처리율이 50%를 보였다. 18대엔 발의 건수가 1만3913건으로 1만 건을 돌파했다. 하지만 여야는 44% 수준인 6178건밖에 심의하지 못했다. 19대 들어선 1만7822건이 발의됐으며, 이 중 법률에 반영된 건 7429건이었다. 처리율이 42%까지 떨어진 셈이다.

특히 처리되지 못한 법안 1만392건 가운데 철회법안 등을 뺀 1만190건이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불과 10년 전엔 발의 법안이 1만 건이 채 안 됐지만, 이젠 제대로 들춰보지도 못하고 폐기되는 법안이 1만 건을 넘어서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20대 국회 발의법안은 지난 국회 수준을 훌쩍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단순히 산술적으로 따졌을 때 법안 처리율 역시 낮아질 공산이 크다. 다만 상임위별로 살펴보면 사정은 조금씩 다르다. 심의 소관 법안이 상대적으로 적게 발의돼 부담이 낮아 높은 처리율을 보이는 상임위가 있는가 하면, ‘공룡 상임위’로 심의해야 할 법안들이 상대적으로 많아 상당수 법안을 폐기시키는 상임위도 있다.

19대 국회를 보면, 심의해야 할 법안이 가장 많았던 상임위는 안전행정위로 2500건에 육박했다. 이어 보건복지위가 2000여 건에 달했고 국토교통위, 교육문화체육관광위, 기획재정위, 환경노동위,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정무위, 산업통상자원위도 각각 1000건이 넘었다. 반면 정보위 소관 법안은 100건이 채 안 됐고, 외교통일위, 여성가족위, 운영위, 국방위 등은 500건에 못 미쳤다.

20대 국회 들어서도 비슷하다. 행안위, 복지위는 벌써 1000건을 넘어섰고 국토위, 기재위, 교문위, 환노위, 법사위, 정무위가 1000건을 향해 가고 있다. 적으면 십수 건, 많으면 200여 건인 정보위, 외통위, 여가위, 국방위, 운영위 등과 대조적이다.

발의 법안 수가 많은 상임위에선 폐기되는 법안도 많을 수밖에 없다. 19대에선 기재위, 교문위, 안행위, 보건복지위 등에서 1000건이 넘는 법안이 폐기 처리됐다. 20대 국회의 16개 상임위의 평균 법안 처리율이 21% 수준임에도 상대적으로 심의해야 할 법안이 많은 교문위와 행안위, 환노위, 정무위, 과기방통위 등은 평균 처리율에도 못 미치고 있어 올해도 ‘법안 대량 폐기’ 우려를 낳고 있다.

여야도 이러한 상황을 인지하고 비쟁점 법안 우선 처리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 그러나 쟁점 법안을 마냥 뒷전으로 미뤄둔 채 비쟁점 법안만 다룰 수 없는 딜레마가 있다. ‘공룡 상임위’를 아예 분리하거나 상임위 밑에 하나뿐인 법안소위를 쪼개 복수로 두어야 한다는 등의 제언이 나오는 이유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15일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정책위의장 및 원내수석부대표와의 ‘2+2+2 회동’ 당시 “지금 국회에 7600건의 법안이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7600건의 법안을 11월 중에 다 처리하겠다는 자세로 진지하게 임해줘야 한다”고 당부한 바 있다. 하지만 일주일 새 200여 건의 법안이 새로 발의됐고, 이제 11월은 딱 일주일을 남겨 두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힘들게 법안을 만들어도 불과 며칠 만에 새로운 법안들에 묻히고, 상임위 심의 땐 수백 개 법안이 떼로 올라가니 제대로 된 심의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이번 국회도 지난번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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