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 배터리 굴기…한국ㆍ일본 기업 몰아내기 박차

입력 2017-03-06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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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 업체 지원ㆍ외국 기업 진출 제한 등 방법 사용…중국, 2013년 세계 최대 리튬이온전지 공급국 부상

▲전 세계 업체별 리튬이온배터리 생산량 전망. 꽉찬 원: 현재 생산량(1GWh) / 빈 원: 2020년까지의 전망치. * 일본 파나소닉 생산량은 집계에 포함 안 됐음. 출처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전 세계 업체별 리튬이온배터리 생산량 전망. 꽉찬 원: 현재 생산량(1GWh) / 빈 원: 2020년까지의 전망치. * 일본 파나소닉 생산량은 집계에 포함 안 됐음. 출처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중국의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굴기’가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은 자신의 거대한 시장을 바탕으로 자국 업체에 막대한 지원을 퍼붓는 한편 외국 기업의 진출을 제한하는 등 다른 산업에서 썼던 방법을 사용해 전기차 배터리 부문에서도 주도권을 잡으려 한다고 5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특히 중국은 이 시장을 장악하는 한국과 일본 기업 몰아내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FT는 강조했다.

◇ “중국, 10년 전 태양광과 마찬가지로 배터리 산업도 지배할 것”

FT는 현지 배터리 업체 신능원과기유한공사(Contemporary Amperex Technology LtdㆍCATL)가 중국의 파나소닉이 될 잠재력이 있으며 이는 글로벌 배터리 시장을 자국 주도로 새롭게 바꾸고 늘어나는 전기차 수요에 대응하려는 중국 정부의 야심 찬 목표를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CATL의 기업 가치는 현재 115억 달러(약 13조3136억 원)에 이른다.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CATL의 배터리 생산용량이 7.6기가와트(GW)에 이르렀다고 추정했다. CATL은 오는 2020년까지 미국 테슬라와 파나소닉 합작사가 네바다 사막에서 조성한 기가팩토리보다 더 많은 배터리를 생산할 계획이다. CATL은 당연히 세계 최대 배터리 생산기지로 부상할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FT는 거듭 강조했다. 닐 양 CATL 마케팅 이사는 “우리는 기차의 맨 앞부분처럼 배터리 분야에서 전체 공급망을 이끌 수 있는 선도 기업이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의 사무실 앞에는 2만 명 직원들을 위한 사무실과 기숙사가 한창 건설되고 있다고 FT는 덧붙였다.

전기차 보조금과 외국 경쟁사들에 대한 규제 등 정부의 공격적인 정책에 힘입어 중국 업체들은 한국과 일본 기업들이 30년간 지배해왔던 자국시장을 탈환하기 시작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주 자국 기업이 오는 2020년까지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용량을 배로 늘리고 해외투자도 적극적으로 진행할 것을 독려했다. 골드만삭스는 오는 2025년에 중국 리튬이온배터리 시장 규모가 약 400억 달러에 이르고 현지 기업이 시장을 지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닐 양 CATL 이사는 “한국과 일본 기업을 넘어서기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앞으로 10년 안에 중국에는 10개의 대형 리튬이온배터리 생산업체만이 남고 그 중 톱3가 전체 시장의 60% 점유율을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12년부터 막대한 자금을 지원해 선전 소재 비야디(BYD)를 시총 187억 달러에 달하는 세계 최대 전기차ㆍ버스 업체로 키우는 데 성공했다. 또 현재 100만 대의 전기차가 도로 위를 달리고 있는데 2020년에는 그 수가 500만 대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이런 정부의 접근방식은 10년 전 태양광 발전에서 일어난 일과 비슷하다고 FT는 분석했다. 맥킨지 아시아 회장을 역임한 고든 오어는 “중국 기업들은 가격을 무려 70%까지 낮추는 방법으로 글로벌 태양광 시장을 지배했다”며 “같은 일이 배터리 산업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일본이 발명하고 한국이 확대하며 중국이 결국 지배한다”

소니가 지난 1981년 처음으로 상용화에 성공하면서 리튬이온배터리 혁명이 시작됐다. 이 배터리는 워크맨에서 시작해 현재 아이폰 등 전자기기에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으며 전기차 등 운송 부문에서도 핵심적인 부품이 됐다.

1980년대 이후 한국과 일본 기업들이 리튬이온배터리 생산을 주도했으나 중국은 빠르게 추격했다. 골드만은 중국이 2013년 전자제품용 리튬이온배터리 부문에서 한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공급국으로 부상했으며 1년 후에는 중국 전기차 시장의 대폭 발전으로 더욱 격차를 확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중국에서 판매된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은 50만7000대로, 전년보다 50% 증가했다.

현재 파나소닉이 전기차용 리튬이온배터리에 한해서는 세계 최대 공급업체 지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중국의 BYD와 CATL이 바짝 그 뒤를 좇고 있다.

자산운용사 베어링스의 던컨 굿윈 글로벌 원자재 주식 부문 대표는 “일본이 발명하고 한국이 이를 확대하며 중국이 궁극적으로 시장을 지배하는 것으로 끝난다”며 “우리는 중국이 자국의 수요에 힘입어 제조 능력을 크게 향상시키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는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목표를 달성하면 2020년에 생산용량은 총 121기가와트시(GWh)에 이른다며 이는 테슬라 기가팩토리의 내년 생산량 목표 35GWh를 압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벼랑 끝에 몰린 외국 기업

중국 정부의 노골적인 자국 기업 편들기에 외국 업체들은 벼랑 끝에 몰리게 됐다. 우리나라 LG화학은 지난 2015년 중국 동부 난징에, 삼성SDI는 시안에 새 배터리 공장을 열었다. 양사 모두 세계 최대 신에너지 차량 시장인 중국에서 확고한 기반을 다지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그러나 1년 후 중국 정부는 배터리 공급 가능 업체 목록을 발표하면서 단 한 곳의 외국 업체도 포함시키지 않았다. 더 나아가 정부는 지난해 말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업체를 자국에서 최소 8GWh의 생산용량을 가진 곳으로 제한했는데 이 기준을 충족시키는 기업은 BYD와 CATL 두 곳에 불과하다.

마이클 듄 듄오토모티브 대표는 “중국은 세계 일류 배터리 기술을 확보하면서도 중국인이 시장을 지배하기를 바라고 있다”며 “이들은 승인 과정을 통해 외국 기업을 궁지에 몰아넣고 자국 배터리 업체를 챔피언으로 키우고 있다”고 꼬집었다.

마크 뉴먼 번스타인 애널리스트는 “중국 기업은 정부의 인위적인 보호에 힘입어 한국보다 더 큰 규모로 성장할 수 있었다”며 “한국과의 기술적 격차는 여전히 수년에 이르지만 이들은 자신의 규모를 바탕으로 이를 줄여나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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