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미래전략실’ 닮은듯 다른 SK그룹 ‘수펙스’

입력 2017-03-06 10:37 수정 2017-03-06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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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회장 경영공백 메우며 의사결정 담당...지주회사 역할 대체는 논란

최순실 게이트에 휘말린 삼성그룹이 경영 쇄신차원에서 그룹 콘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이하 미전실)을 전격 해체한 가운데 유사한 역할을 하고 있는 SK그룹 수펙스추구협의회(이하 수펙스)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수펙스는 2013년 2월 출범 당시 김창근 전임 의장을 중심으로 최태원 회장의 공백을 메우며 의사 결정을 담당해온 SK그룹의 컨트롤타워다. 반면 미전실은 2010년 이건희 삼성 회장이 경영에 복귀하면서 만들어진 조직이다. 삼성은 공백에서 돌아온 오너를 위해, SK는 오너의 공백을 위해 만들어진 셈이다. 태생은 닮은 듯 다르지만 대규모 인수합병(M&A) 등에 관해 계열사간 이해를 조율하고 오너에게 전달해 최종결정이 이뤄지도록 하는 중재자 역할을 맡아왔다는 점은 공통점이라 할 수 있다.

수펙스는 지난해 최 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이후에는 조대식 의장의 진두지휘 아래 계열사 간 이해상충을 조정하며 미래 먹거리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조대식 수펙스 의장은 그룹 내에서 최 회장 의중을 가장 정확하게 짚어내는 인물로 꼽힌다.

수펙스가 지주사인 주식회사 SK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점은 논란이다. 구조조정본부를 통해 계열사를 장악하고 관리하던 최 회장은 SK글로벌 사태로 수감생활을 하는 도중, 외국계 사모펀드인 소버린으로부터 경영권 공격을 당하자 2005년 경영복귀 이후 지배구조 개선을 약속하고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다.

하지만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이후에도 여전히 수펙스 조직을 통해 그룹 경영 전반을 컨트롤하는 역할을 하는 것은 지주사 체제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재 수펙스는 의장과 관련 위원장, 계열사 CEO가 그룹 현안을 논의하고 신사업 진출을 결정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이와 관련 지주사 체제를 갖추고 있고 핵심 계열사가 독립 상장임에도 불구하고 옥상옥 식의 의사결정 기구가 있는 것은 계열사 독립 경영에 반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수펙스에서 자회사 관리라는 지주사 역할을 실질적으로 하고 있어 ㈜SK는 C&C사업을 제외하고는 사업목적 자체가 없는 회사가 되고 말았다”고 설명했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각 계열사별 경영활동은 이사회 등의 의사결정 기구를 거치는 만큼 수펙스에 휘둘리거나 책임소재가 불분명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는 것이다. 어차피 개별 계열사 혼자 결정할 수 없는 사안을 조율하는 역할을 누군가는 맡아야 하는데, 이를 수펙스가 수행하고 있을 뿐이라는 이야기다.

SK그룹은“수펙스는 전문 경영인이 모여 협력과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한 논의 기구이며 특히 조 회장이 맡고 있는 전략위원회는 신성장 엔진 확보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IMF 외환위기 당시 재벌 총수들은 계열사의 이사나 대표이사를 맡지 않고 법적인 책임을 피해가면서 구조조정본부라고 하는 법적 실체가 없는 조직을 통해 계열사를 장악, 관리했다. 이에 구조조정본부·전략기획실 등으로 역사를 유지하며 재계 1위 삼성의 성장을 이끌어온 미전실이나 SK의 구조조정본부 등은 조직이 권한만 있고 책임은 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재벌개혁 논의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며 해체 압력을 받아왔다.

전문가들은 법적 근거가 모호하고 경영 투명성을 저해시키는 옥상옥식 조직이 있다면 이번 기회에 그룹차원에서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해당 기업을 넘어선 차원의 의사결정은 주주가 존재하는 독립된 상장사인 계열사의 의사결정 라인이 제거된 것과 마찬가지”라며 “중장기적인 차원에서 업그레이드 된 그룹 지배구조 체제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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