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회장님, 여전히 피해자이신가요?

입력 2016-12-22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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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현 산업1부 기자

“그냥 빨리 끝났으면 좋겠어요. 할 일이 태산인데…. 툭 까놓고 말해서 저희가 잘못한 것도 없잖아요.”

한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대기업 직원의 말이다. 가장 바쁠 시기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돼 하던 일이 올스톱 됐다며 불만이 가득하다. 먹고사는 게 더 급급했던 탓인지, 국민적 공분은 1인칭 시점에서 벗어난 지 오래다. 피해자 입장의 원망뿐이다.

‘어쩌다 저런 생각을 하게 됐을까. 그도 대한민국 국민인데…’라는 질문에 답을 찾아가다 보니 청문회 나온 총수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이달 초 국회 청문회장을 찾은 총수들의 답변은 한결같았다. 책임을 통감한다며 고개를 숙이긴 했지만, 시종일관 피해자 입장에서의 억울함을 토로했다. 그들은 “정경유착 고리를 끊겠냐”는 한 의원의 질문엔 확언을 피했고, 민감한 물음엔 동문서답과 선택적 침묵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시류는 이들 총수의 바람(?)과는 다르게 흐르고 있다. 21일 정식 수사에 돌입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첫 타깃은 국민연금과 보건복지부였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한 경위를 따지기 위해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였다. 삼성그룹을 정조준한 것이다. 또한 SK와 롯데도 사태 추이를 예의 주시하며 특검 수사에 대비하고 있다.

6·25전쟁의 상흔을 지우고, 한강의 기적을 이뤄낸 데에는 기업들의 공이 컸다. 정경유착을 통한 정부의 전폭적 지원도 ‘먹고살게만 해 준다면’으로 위로가 됐다. 불안정한 지배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재벌은 권력을 찾았고, 그 권력은 재벌을 이용했다. 정경유착의 고리는 더 단단해졌다.

폐단을 끊어내기 위한 값비싼 수업료는 이미 충분히 치렀다. 총수들의 태도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 그들이 지금도 ‘우리 역시 피해자’란 억울함을 버리지 못한다면, 우리는 청문회 증인석에서 모르쇠로 일관하는 재벌 3·4세들의 모습을 또다시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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