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세월호 경제와 골든타임

입력 2016-10-19 11:09 수정 2017-01-04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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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현 자본시장부장

1994년과 1995년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이 한순간에 붕괴됐다. 그리고 이들 사고만큼이나 우리에게 갑작스럽게 닥친 시련이 바로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다. 2014년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시나브로 느낀 두려움은 IMF 위기를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이 앞서 투영했듯, 앞으로 전개될 우리 경제도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었다. 소위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내지 20년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우리 경제가 저성장에 빠져들고 있다는 징후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이라 할 수 있는 잠재성장률은 이미 2%대로 주저앉은 분위기다. 한국은행도 수정 경제 전망을 내놓을 때마다 성장률을 하향 조정하기 바빴고, 지난 7월부터는 내년 경제성장률을 아예 2%대로 낮춰 잡았다.

그간 금과옥조마냥 3%대 성장을 외쳤던 정부 스스로도 이를 달성키 어렵다고 인정한 꼴이 돼버렸다. 그 저변에는 저출산, 고령화, 그리고 우리가 제어하기 힘든 세계경제와 교역구조 변화라는 구조적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를 극복하기 위한 청사진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금의 관료와 행정조직, 그리고 정치권은 이건희 삼성 회장이 20년 전 언급했다는 “정치4류, 정부3류”와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20대 총선을 기점으로 불거진 구조조정 이슈는 소리만 요란하다. 그 첫 숙제인 조선·해운업부터 풀어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한때 시장논리를 내세웠던 당국은 파장이 커지고 나서야 대책 마련에 호들갑이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 경제 비전이라 할 수 있는 창조경제를 이해하는 이도 많지 않다. 한때 초이노믹스로 불렸던 최경환 전 부총리의 단기 경기부양책은 1300조 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를 초래하며 우리 경제를 옥죄고 있다. 정치권도 남북 간, 여야 간 강대강 대결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으로 경제는 뒷전이다.

최근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생산중단 사태와 5개월간 지속된 현대차 파업 등도 우리 경제에 적잖은 충격을 줬다. 그나마 기업은 2류를 벗어나려는지 삼성전자는 비교적 빠른 결단을 내렸고, 현대차는 타결 후 자숙 분위기를 연출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제를 투영하는 자본시장도 좋을 리 없다. 경기 상황의 선행지표라 할 수 있는 주식시장은 박스권 장세에서 좀처럼 헤어날 줄 모르고 있다. “코스피 2000포인트 위에서는 환매가 많아 힘들다”고 한 증권사 관계자의 하소연은 투자자들의 심리가 어떤지를 그대로 투영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한미약품 공매도 사태까지 발생하면서 시장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다.

이래저래 우리 경제를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이 허비되고 있다. 그렇다고 임기응변식 대응은 시간만 더 낭비할 뿐이다. 지금이라도 수출 주도형, 고성장 지향형 패러다임에서 탈피하고 산업 재편에 대한 청사진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밑그림으로 구조개혁이 진행돼야 미래 먹거리를 담보할 수 있다.

상호 신뢰를 쌓는 노력도 중요하다.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 유행하기 시작한 ‘각자도생’이란 말은 사실상 상호 불신의 다른 말이다. 아울러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으로 빠질 우려도 있다. “생산요소 투입이나 기술혁신이 아니라 신뢰와 협동이라는 사회적 자본을 제대로 구축하느냐 못하느냐에 한국의 미래가 달렸다”고 유종근 전 전북지사가 자신의 책 ‘신국가론’에서 언급했던 것이 벌써 10여 년 전 일이다.

잠시 사족 두 가지를 붙이면 세월호 사태 후 전 국민이 알게 된 ‘골든타임’이란 용어를 쓰기 부끄럽다. 세월호 참사 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등 굵직한 사태가 터질 때마다 여기저기서 골든타임을 외쳤지만 지켜진 기억을 찾아보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아울러 세월호 사태 해결이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에서 현 경제 상황을 세월호에 비유한 것에 대해 유가족들이 상처를 받았다면 사죄한다. 친구의 조카가 희생된 단원고 학생이었고 당시 각종 루머 속에서 격양된 목소리로 진실을 물어오던 그 친구의 전화 음성을 아직 기억하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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