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준호의 세계는 왜?] 곡성ㆍ부산행에 한국은 좀비 열풍…미국 펜타곤이 좀비 아포칼립스를 준비하는 이유는?

입력 2016-08-01 15:58 수정 2020-03-09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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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부산행’의 한 장면. 출처 부산행 웹사이트
▲영화 ‘부산행’의 한 장면. 출처 부산행 웹사이트

올해 한국 영화계에 좀비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좀비가 등장하는 두 영화가 평단과 관객 모두에게 호평을 받으며 흥행에서도 인기몰이를 하고 있습니다. 바로 ‘곡성’과 ‘부산행’입니다. 부산행은 한국 최초 ‘좀비 블록버스터’를 표방하고 있습니다. 곡성에서 등장한 악령의 주술로 죽어서도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은 좀비 그 자체네요.

인류가 좀비화되고 이 와중에 살아남은 사람들이 생존을 위해 싸우는 구도인 이른바 ‘좀비 아포칼립스’는 전 세계 영화계에서도 인기 있는 영화 소재 중 하나입니다. 좀비 영화 하면 5억 달러 이상의 박스오피스 수입으로 좀비 영화 사상 최대 흥행기록을 세운 ‘월드워Z’와 영국 공포영화의 걸작 ‘28일 후’가 생각나네요.

곡성과 부산행을 보면서 좀비에 대한 여러 단상이 떠오릅니다. 우선 곡성에서 나온 좀비는 실제 좀비전설의 유래가 된 부두교 전설을 떠오르게 합니다. 아이티 지방에서 성행하는 부두교에는 비밀스럽게 전해져 내려오는 약물과 최면의식 등을 통해 사람을 거의 의식이 없는 상태로 만들어 노예로 부리는 일이 종종 있었다고 하네요.

영국 BBC방송은 지난해 8월 좀비 문화를 소개한 기사(BBC-Culture-Where do zombies come from?)에서 좀비라는 말의 유래가 서아프리카 언어에 나오는 단어인 ‘ndzumbi’라고 소개했습니다. 이는 가봉어로는 ‘시체’, 콩고어로는 ‘죽은 자의 영혼’이라는 뜻입니다. 프랑스 식민지 시절 아이티의 흑인들은 백인의 가혹한 탄압과 노동력 착취를 부두교 신앙으로 버텨냈다고 하네요. 1915년 미국이 아이티를 점령하고나서 부두교 전설인 좀비에 대한 이야기가 퍼지기 시작했다고 하네요.

곡성에 나온 주술적 좀비에 대한 이야기도 끝이 없을 정도로 무수하게 많지만 부산행에 나온 두 번째 타입의 좀비가 필자의 관심을 더욱 끌었습니다.

월드워Z와 마찬가지로 부산행에 나온 좀비도 일종의 전염병 감염자로 묘사됩니다. 한 생명공학 연구실에서 유출된 바이러스나 세균으로 사람과 포유동물이 감염됩니다. 잠복기는 상당히 짧고 감염된 사람들은 정상인들을 감염시키기 위해 공격적으로 움직입니다. 이 정도는 예고편에도 나오니까 스포일러는 아니겠지요.

부산행을 보고 지난 2014년 서아프리카의 에볼라 유행이나 지난해 우리나라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등 전염병에 따른 혼란이 떠올랐습니다.

최초 발병과 감염, 전국적인 확산과 사회기능의 마비, 격리 조치, 폭력 사태 등 좀비가 현실화된다면 가장 비슷한 모습은 에볼라와 같은 전염병이 퍼졌을 때의 혼란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거꾸로 생각해 좀비가 등장했을 때의 상황을 가정해 대처방안과 행동수칙 등을 짜놓는다면 전염병과의 전쟁에서 더욱 효과적으로 싸울 수 있지 않을까요. 미국 국방부(펜타곤)도 이와 비슷한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지난달 6일(현지시간) 국방부 산하 국립 군의관 의과대학이 좀비가 전국적으로 퍼지는 상황을 가정해 간호사관 후보생들에게 검역과 대규모 백신 관리 등을 교육하는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실제 국방부 가이드라인을 따른다고 하네요.

미국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는 지난 2014년 펜타곤이 좀비 아포칼립스 상황에서 아직 좀비가 되지 않은 인류를 보호하기 위한 계획문서인 코드명 ‘콘옵8888’을 지난 2011년 4월 30일자로 작성했다고 전했습니다.

이 문서에서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는 좀비가 많은 사람을 물어 감염이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대응할 시간이 거의 없는 경우라고 하네요.

물론 펜타곤이 세금 낭비를 하려고 쓸데 없이 좀비 대응방안을 만들고 교육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무엇보다 좀비라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전염병 확산 사태에서 군 의료인력이 창의적이며 효율적으로 대처하도록 하려는 것이겠지요.

미국 사이언스블로그에는 지난해 12월 메르스와 지카 에볼라 등 항상 전염병이 출몰하는 상황에 인류는 여전히 준비가 되지 않았다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좀비 영화들에서 아이디어를 얻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글도 실렸습니다.

에볼라 사태 당시에도 좀비 영화와 마찬가지로 방역과 격리 등에서 온갖 문제들이 터져나왔습니다. 당시 길거리에서 에볼라에 감염돼 죽은 시체가 그대로 있는 외신사진을 보고 충격을 받은 기억도 납니다. 과학적인 근거 없는 정보의 만연, 격리방법에 대한 논란, 사람들의 공포 등 현실도 좀비 영화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현실 세계가 좀비가 출몰한 사회처럼 되지 않으려면 창의적인 생각으로 준비하는 사람들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아울러 일반 개개인도 전염병이 나와는 동떨어진 일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대처하는 자세가 요구됩니다. 예를 들어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하계올림픽 개막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현지에 갈 사람들은 질병관리본부의 리우올림픽 감염병 예방수칙(http://www.cdc.go.kr/CDC/contents/CdcKrContentView.jsp?cid=69921&menuIds=HOME001-MNU2374-MNU2375-MNU2521-MNU2524)을 한 번쯤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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