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경의 스크램블 톡] 딸기, 그리고 사과...영원한 강자는 없다

입력 2016-07-08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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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스마트폰 시장에 또 한 번의 세대 교체가 이뤄지려나 봅니다.

어제(7일) 삼성전자가 최신작인 ‘갤럭시S7’의 흥행 성공에 힘입어 2분기 영업익이 8조1000억 원을 달성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삼성전자 주가도 이날 2.05% 오르며 브렉시트 여진 우려로 하락할 뻔 했던 코스피 지수(+1.96%) 상승을 견인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수위를 다투는 애플은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지난 1분기에 아이폰 출시 후 처음 판매가 감소한 데 이어 2분기도 마찬가지 상황이 예견되고 있고요. 이미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된 가운데 그나마 블루오션으로서 공을 들였던 중국 시장에선 현지 기업들의 공세에 밀려 5월 점유율이 5위로 떨어졌습니다. 심지어 작년 4분기에 거의 3배였던 삼성전자와의 영업이익률 격차도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작년 4분기 양사의 영업이익률은 삼성전자가 11.52%, 애플이 31.86%였는데, 올 2분기에는 한자릿수로 좁혀질 것으로 보인다네요.

스마트폰의 대명사가 된 애플의 부진과 한때 빠른 추격자에서 선구자가 된 삼성전자의 흥행. 이 현상을 어떻게 봐야할까요?

얼마 전 ‘블랙베리 클래식’ 단종을 선언한 블랙베리의 과거와 현재가 중첩됩니다. ‘블랙베리 클래식’은 캐나다 스마트폰 제조업체 리서치 인 모션(RIM), 현 블랙베리를 최고의 스마트폰 제조업체로 성장시킨 오리지널 기종의 후속 모델입니다. 넓적한 화면 아래에 작고 귀여운 버튼이 촘촘히 박힌 블랙베리의 쿼티 키보드는 과일 ‘블랙베리’를 연상시키며 마니아층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깜찍하고 귀여운 외관이 주위에 자랑하기도 좋았고, 특히 쿼티 키보드를 탑재해 서류 작성할 일이 많은 고소득 전문직과 높은 보안성에 주요국 정상들이 주로 애용했지요.

하지만 조류에 제때 대응하지 못한 게 화근이었습니다. 존 첸은 2013년 블랙베리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후 ‘블랙베리 클래식’을 투입, 블랙베리 마니아들이 선호하는 쿼티 키보드를 부활시켰습니다. 키보드형 단말기보다 터치 스크린형 단말기를 중시하던 전임자 토르스텐 하인즈의 방침을 완전히 뒤엎은 결단이었죠.

그러나 첸 CEO의 생각이 다소 시대착오적이었나봅니다. 애플과 삼성전자의 넓직한 터치 스크린 방식 스마트폰이 시장을 장악하면서 가뜩이나 부진하던 블랙베리의 쿼티 키보드 단말기는 찬밥 신세가 됐습니다. 자체 운영체제(OS)인 BB10이 애플 iOS나 구글 안드로이드처럼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지원하지 않은 것도 걸림돌이었죠.

블랙베리는 상당한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었지만 시장의 대세를 거스르기엔 역부족이었던 거죠. 한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블랙베리 마니아임을 자처, 블랙베리를 사용하는 모습이 자주 언론에 노출돼 ‘오바마폰’이란 애칭까지 얻었는데. 얼마 전 미국 상원에서도 블랙베리를 공식 업무용으로 지급하지 않기로 하면서 블랙베리는 더더욱 설 자리를 잃게 됐습니다.

너무 늦은건지, 아니면 지금이라도 시대 조류에 편승해서 다행인건지... ‘블랙베리 클래식’의 단종 소식에 아쉬워하는 마니아가 적지 않을 것입니다. 터치 스크린 일색인 스마트폰 시장에서 유일하게 키보드 방식을 고수하던 정통 모델이 사라진다니 말입니다.

캐나다산 ‘검은 딸기(블랙베리)’를 몰락의 길로 내몬 미국산 ‘사과(애플)’의 미래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삼성전자라고 다를까요? 대부분의 언론은 삼성의 2분기 영업익 실적을 ‘어닝 서프라이즈’라고 합니다. 말 그대로 예상 밖 선전이라는 거지요.

현재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상황을 감안했을 때 결코 ‘나홀로 대박’은 있을 수 없습니다. 세계적으로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수요도 둔화하는 중이고, 스마트폰 보급률도, 우리나라만 보더라도 83%에 이르니 앞으로의 성장 여지도 매우 좁은 상황입니다.

결국, 삼성전자의 2분기 판매 호조가 애플의 부진 때문인지 삼성의 자구 노력이 빛을 발한 건지는 냉정하게 생각해봐야할 문제입니다. 이런 깜짝 실적이 계속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으니까요.

노키아, 블랙베리... 이들 기업은 한때 모두 강자였습니다. 애플과 삼성전자는 급변하는 IT 업계의 생태계에서 외줄타기를 하는 위태로운 영웅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다음 스마트폰 시장의 게임 체인저는 어디가 될까요? 스마트폰 제조업체일 수도 있지만 전혀 상상하지 못한 제3의 기업이 될 수도 있습니다.

신제품은 계속 나옵니다. 하지만 이미 높아질 대로 높아진 소비자들의 구미를 당길 만한 혁신이 없으면 결국 외면당하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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