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한다고 아파트 분양열기 식을까

입력 2016-06-17 14:39 수정 2016-06-17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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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전매, 다운계약서, 고 분양가 단속나서는 정부

『최영진 대기자의 현안진단』

혼탁해진 아파트 분양시장이 좀 진정될지 모르겠다. 정부가 분양권 불법 전매와 다운 계약서 작성과 같은 위법 거래를 집중 단속키로 해서다.

상황이 이렇게 되기 전에 조치를 취해야 했었다. 3~4년 전부터 보금자리주택을 노린 투기꾼들이 떼를 지어 전국을 후비고 다니면서 집값을 부추겨 왔지만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었다. 경기가 안 좋다는 핑계로 주택사업자에게 온갖 혜택을 줘 놓고는 사후 관리는 별로 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설령 시장을 점검한들 무슨 효과가 있었겠는가 싶다. 최근 세종시와 위례신도시 불법 분양권 전매 단속 행태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위례신도시 현장조사 때 정보가 미리 새서 그런지 주변 중개업소들은 일제히 문을 닫고 피했다. 이런 판에 무슨 사후 관리 약효가 있겠는가. 단속에 걸렸다 해도 교묘하게 장부를 만들어 놓아 들통이 나지 않을 뿐더러 꼬투리가 잡히더라도 경고나 벌금 몇 푼 떨어진다. 아주 중한 벌이라도 몇 개월 영업정지다. 영업정지를 해도 다 중개행위를 한다. 핸드폰 하나만 있으면 얼마든지 영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대대적인 단속을 벌인다 해도 그 때 뿐이다. 하루 아니면 이틀 정도만 문을 닫고 피해 있으면 다시 평화가 온다.그만큼 정부의 사후 관리에는 허점이 많다는 의미다.

선진국은 안전 문제나 공공성이 강한 사안 말고는 사전 규제가 강하지 않다. 대신 사후관리가 엄격하다. 규정을 어겼을 경우 아예 면허취소나 영업장 폐쇄다. 영원히 시장에서 퇴출될 정도의 중벌이 내려진다. 그래서 위법을 아예 안한다.

정부가 염두에 두고 있는 재건축 아파트 고(高)분양가 통제는 가능할까. 글쎄다. 얼핏 보면 사업승인을 놓고 가격조정이 가능할 것 같지만 워낙 사업규모가 커 함부로 제한을 할 수 없다. 게다가 온갖 민원이 제기되고 정치권이나 권력층에서 압력을 넣을 게 뻔하다.실력자들이 그런 돈되는 단지를 많이 소유하고 있어서다.

이들의 압력을 막아낼 공무원도 별로 없다. 담당 공무원 또한 관련 업체와 유착돼 있는 경우가 없지 않아 먹이 사슬 끊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사실 현 제도로는 재건축 고 분양가를 통제할 길이 없다. 이미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해 비싸니, 안 비싸니 따질 명분이 없다. 승인을 질질 끌어 무릎을 꿇리는 방법이 있지만 이것도 한계가 있다. 그리고 너무 치사한 것 아닌가.

그래서 선진국처럼 공익적인 측면이 강한 사안은 엄격한 사전 규제가 적격이다.주택문제도 그렇다. 경기 진작을 앞세워 이것저것 풀어 줬다가는 나중 문제가 생길 때 어쩔 도리가 없다. 부작용이 속출해 경제가 곪을대로 곪은 후 처방을 내놓는다. 그동안 사후 약방문(死後藥方文)을 수없이 써 왔다. 별 효험이 없는 그런 처방전을 말이다.

말이 나온 김에 박근혜 정부가 추진해온 부동산 시장 살리기 정책은 전국을 투기판으로 만들 정도로 너무 심했다. 지나치게 기업쪽으로 기울었다. 주택업체나 자금력이 풍부한 사람들이 돈 벌기 딱 좋게 만들었다.투기를 부추긴 정책으로 먼저 분양가 상한제 폐지를 꼽는다. 시간이 갈수록 분양가가 높아지니 서둘러 분양을 받아 놓으려고 다들 몸부림쳤다. 분양가가 높아지면 앞전 분양분에 푸짐하게 웃돈이 붙는다. 이 시세차익을 노리려 수없이 줄을 섰다. 분양권 전매제한 완화에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유예, 재건축 요건 완화 등도 돈벌이 하는데 큰 보탬이 됐다.

이렇게 막 풀어 놓고는 이에 따른 부작용에 대해서는 나몰라 했으니 시장이 혼탁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인기지역의 분양가만 잔뜩 올려 놓아 부익부 빈익빈 현상만 더 키웠다.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는 2~3년 전보다 거의 두배 가량 뛰었다.

분양가 상승 무드는 결국 분양권 불법 전매와 다운 계약서 범람을 불러왔다. 특히 분양가가 상대적으로 싼 보금자리주택은 대부분이 불법 전매가 이뤄졌고 거래금액도 줄여 신고됐다. 프리미엄 부분만큼 줄였다. 매도자 측에서는 전매 차익에 대한 양도세를 거의 안내는 구조였고 매입자는 거래금액이 줄었으니 취득세 감소 효과를 보았다.

이런 불법 행위는 대부분 중개업소에서 일어났다.

무주택 서민을 위한 정책도 없지 않았다. 집없는 사람이나 직장 초년생 등을 위해 행복주택 건설을 포함한 금융 지원책을 내놓기도 했다. 빚을 얻어 집을 사고 전셋집도 구하라고 대출 문턱을 대폭 낮춰줬다.

그래서 지지난해와 지난해 참 많은 사람들이 집을 샀다. 예년의 두 배가 넘는 주택이 건설됐는데 대부분 팔렸다. 주택업체로서는 이보다 좋을 수가 없었다. 한동안 거들떠보지도 않던 다세대나 연립주택 같은 서민형 주택시장까지 초호황을 누렸으니 말이다. 아마 이 시기에 주택업만큼 재미를 본 업종은 별로 없을 게다.

인기가 높은 아파트 시장이야 더할 나위없이 좋았다. 2년 전부터 과잉공급 우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지만 완판 행렬은 계속 됐다. 지난해 사상 유례없는 88만 가구의 주택이 인·허가됐으나 시장은 여전히 건재하다. 올 들어 아파트 시장이 더 극성인 것을 보면 그렇다. 3.3㎡당 분양가가 4000만원이 넘어도 서로 분양을 받으려고 야단이지 않은가. 이런 형국은 언제까지 지속될까.

하지만 끝은 있게 마련이다.

주택가격이 단기간에 급등하면 그 후유증이 고통스럽다. 시장이 한꺼번에 주저 앉아 차가운 냉기속에 살아야 한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모든 게 적당해야 탈이 없다.

한참 늦었지만 과열된 주택시장을 좀 진정시키려는 정부의 의지는 환영할 일이나 그렇다고 너무 숨통을 쥐는 조치는 위험하다. 연착륙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경제 전반에 미치는 충격이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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