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폭스바겐을 비롯한 자동차 제조회사들이 배출가스 테스트를 교묘하게 빠져나간다는 사실을 알고도 이를 묵인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5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 문건을 인용해 2013년 EU 고위 당국자 사이에서 자동차업계 배출가스 꼼수는 ‘뜨거운 감자’였으나 이에 대한 즉각적인 조치는 없었다고 보도했다. 즉 EU 당국자들은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사건을 밝히기 2년 전에 이미 문제를 인식하고 있었던 셈이다.
FT는 당시 야네즈 포토치닉 당시 EU 환경담당 집행위원이 해당 문제에 대해 과감한 대책을 요구했으나 EC 위원회는 즉각 조치하지 않고 실제로도 배출 테스트를 2017년부터 실시하려던 당초 계획을 고수했다고 전했다.
야네즈 포토치닉 당시 EU 환경 담당 집행위원은 2013년 2월 안토니오 타자니 EU 산업정책 담당 집행위원에게 보낸 서한에서 몇몇 EU 회원국 장관들이 배출가스 시험 결과가 현실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자동차의 배출가스 성능이 테스트 기준을 간신히 충족하나 외부 환경에서는 배출가스량이 급격히 증가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테스트 조건에는 에어컨도 가동하지 않게 돼 있다. 이보다 앞서 2011년 11월 실제 도로상의 경유차 질소산화물 과다 배출 문제는 2011년 EU의 공동 조사를 통해 제기된 바 있다. 이에 포토치닉 위원은 배출가스 인증을 취소하고 자동차 업체에 개선책을 요구하는 등의 새로운 조치를 즉각 취할 것을 타자니 위원에게 제안했다.
덴마크 환경부 장관이었던 이다 아우켄은 2012년 11월 EU 집행위원회가 실제 도로 배출가스 테스트를 2017년까지 미루기로 하자 이듬해 1월 이를 비판하는 서한을 포토치닉 집행위원과 타자니 위원에게 보냈다. 그는 EU가 중차대한 상황을 즉각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아우켄 전 장관은 FT 인터뷰에서 EU가 시간을 끈 이유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경제성장을 위한 기업 친화적 정책을 우선시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