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 재건축 대안 될수 있을까

입력 2007-01-09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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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적 성과 없지만 신공법 개발 따라 향후 전망은 긍정적

최근 쌍용건설이 국내 최초로 단지 재건축을 성공적으로 준공하면서 리모델링사업이 다시금 화두에 오르고 있다.

10년 이상 된 노후 건물의 골조는 그대로 둔 채 배관과 세대 내외부 공사를 새롭게 하는 리모델링사업은 재건축 사업이 투기의 주범으로 꼽히며 각종 규제가 걸리면서 대안 사업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정부도 리모델링에 대해서는 최대 30% 증축도 가능하게 하는 등 지원 방침을 보내고 있고 90년대 이후 들어선 용적률 200%초과 아파트의 경우 현실적으로 재건축은 불가능한 만큼 아파트 리모델링사업은 향후 중요한 사업으로 격상될 것이란 게 업계의 의견이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리모델링은 시장에 안착하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 리모델링은 추진한 단지는 몇몇에 지나지 않고 리모델링을 추진하려는 단지도 재건축을 선호하는 조합원들의 반발에 밀려 사업 추진이 계속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이 리모델링이 다른 사업과 달리 시장에 빨리 안착하지 못하는 이유는 공법 측면과 경제성 측면 두 가지로 분류해볼 수 있다.

◆리모델링 시장 안착까지 넘어야할 산 많아...수익성 부분 최대 문제점

우선 기존 아파트 골조를 그대로 두고 공사를 진행해야한다는 점에서 리모델링 사업은 공법 상으로도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다.

궁전아파트를 리모델링한 쌍용건설이 가장 어려움을 겪었던 것도 기존 아파트 골조를 건드리지 않고 철거를 하는 것과 지하주차장 건립을 위해 엘리베이터 공간을 지하로 한층 더 파내려가는 부분.

여기에 쌍용건설 업계 최초로 임시 기둥을 설치한 뒤 지하공간을 파내려간 새로운 공법을 창안, 사용했지만 '최초로' 시도한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밖에 리모델링 대상 아파트들이 가장 큰 고민을 겪고 있는 부분은 주차난인 만큼 지하주차장을 설치하는 것도 적지 않은 어려움이 따른다. 지하주차장을 설치하고 80년대 주로 지어진 판상형 아파트는 동과 동 사이의 공간이 작아 지하주차장을 설치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지하주차장은 소규모가 될 수 밖에 없고 실제 주차문제 해소도 큰 성과를 기대하긴 어렵다.

실제로 쌍용건설은 궁전 아파트 리모델링에서 지하주차장 설치를 통해 주차대수를 기존 78대에서 207대로 무려 165%를 늘렸지만 이는 세대당 1대가 채 되지 못해 여전히 주차문제는 불씨로 남게 될 전망이다.

리모델링 아파트는 철거 또한 만만치 않은 부분이다. 현재까지 아파트 건축 구조의 주류인 기둥식 및 벽식 구조 아파트는 배관 등 각종 설비가 모두 콘크리트에 묻히는 형태로 지어지고 있어 설비나 골조를 건드리지 않고 건물을 철거하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게 업계의 이야기다.

이 경우 대형 공사장을 설치하는 재건축과 달리 소음발생과 건축 쓰레기 처리부분이 훨씬 더 큰 문제가 된다. 쌍용은 궁전 아파트 철거에서 무려 150명의 인원을 동원했다. 소음으로 인해 작업시간을 하루 4시간밖에 갖지 못하게 된 게 그 이유다.

특히 80년대 중반 이후 아파트의 보편 구조가 된 벽식 구조 아파트는 리모델링 시 오히려 70년대 구조인 기둥식 구조보다 불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둥식 아파트의 경우 기둥을 제외한 벽 해체가 가능해 세대 내부 구조를 새롭게 짤 수 있다. 하지만 벽식 구조는 벽들이 대부분 내력벽이라 벽 해체가 불가능해 새로운 평면설계를 도입할 수가 없다.

건설기술 연구원 김수암 박사는 "최근까지 지어진 아파트는 사후 리모델링을 고려치 않은 만큼 건축 당시의 건설비용만 감안해 지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기둥식 구조가 주는 '죽는 공간' 해결을 위해 도입된 벽식 구조의 경우 최근 주택시장에 나온 첨단 평면을 도입할 수 없다는 약점이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리모델링 단지는 집값 오름세가 시원치 못하다는 것도 리모델링 위축의 큰 요인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2005년 리모델링을 마치고 입주한 방배동 래미안 에버뉴의 경우 브랜드 가치 1위 래미안이 적용된 단지 임에도 리모델링 이후 전세가만 일부 상승했을 뿐 매매가 변동은 거의 없는 상태다.

또 마포구 용강동 시범 아파트 리모델링의 경우 리모델링을 완료한 동은 리모델링을 하지 않은 동보다 오히려 매매가가 더 낮은 상황이다.

이의 가장 큰 원인은 리모델링 단지의 경우 대부분은 한 개 동으로 이뤄진 경우가 많기 때문인 것으로 지적된다. 실제로 래미안 방배에버뉴를 비롯, 용강아파트, 양평동 현대아이파크 등 기존 리모델링 아파트는 모두 1개 동만 리모델링을 한 상태라 약 1억원 가량 투입된 공사비를 제외하면 사실상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붙어 있다. 이에 따라 리모델링을 해도 아파트 자산 가치 상승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식이 팽배해 있어 수요자들이 선뜻 리모델링에 나서지 못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이같은 문제점에도 리모델링은 향후 주택시장의 대세가 될 것이란 전망에 전문가들은 함께하고 있다. 벽식구조의 경우 세대 내부 평면 재구성이 어렵지만 그밖에 지하주차장 추가 건설 등 기타 단지 건축 면에서 불가능한 점은 없기 때문이다.

김수암 박사는 "현재 지어지고 있는 첨단 아파트 건축을 감안할 때 리모델링 단지가 이보다 못할 공법상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또한 2000년대 이후 지어지고 있는 아파트에는 내력벽을 줄일 수 있는 무량판식 구조나 라멘식 구조가 도입되고 있어 이들 아파트의 설비가 노후화된 이후 리모델링 사업은 현재보다 더 유리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무량판식 구조는 바닥을 기존 벽식 구조보다 더 두껍게 타설해 층고를 높이고 공간 활용을 자유롭게 하는 구조를 말한다.

김 박사는 "삼성동 아이파크나 대치동 동부센트레빌 등 라멘식 구조나 무량판식 구조를 적용한 아파트가 최근 들어서고 있다"면서 "12층 이상 중층 아파트나 용적률이 200%내외 인 아파트는 재건축 수익성도 사실상 없는 만큼 리모델링은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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