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고시, 외무고시 폐지…이제는 행정고시”

입력 2015-03-17 17:54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정대영 송현경제연구소장, 관료개혁 방안 제시

정대영 송현경제연구소장은 17일 “한국 관료제의 근간인 행정고시 제도에서 관료제의 폐해가 비롯됨에 따라 행정고시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고위 공무원이 되는 발판인 5급 공무원 채용 시험 인 행정고시제도를 따로 두지 말고, 7·9급을 내부 승진시키고 민간채용을 확대하자는 것.

정 소장은 최근 발간된 문학계간지 ‘창작과 비평’ 2015년 봄호에 ‘관료개혁, 4대 방안으로 실현하자’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 “고시의 원조격인 사법고시는 폐지 과정에 있고 외무고시도 국립외교원 제도로 바뀌어 외형적으로 사라졌다”며 “마지막 남은 행정고시도 폐지가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정 소장은 “고시제도는 신부상승의 사다리 역할, 공정한 채용 수단, 경제성장의 일꾼 배출과 같은 긍정적인 면을 지녔다고 하나 현재는 부정적 효과가 압도적이다”라고 지적했다. 우선 고시제도는 조선시대 과거제도의 연장으로 관료의 선민의식과 관치의 기초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과거 ‘육사 00기’가 그랬듯이 ‘행시 00기’ 등의 형태로 관료 집단을 이익공동체로 만들고 있다는 것.

또 행정고시는 젊은 인재의 블랙홀이며 수많은 고시낭인(고시에 계속 응시하고도 합격하지 못해서 나이가 많아져버린 사람들)을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경제력이 없으면 고시 준비가 어려워 신분상승도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박근혜 정부도 행정고시 제도의 부작용을 우려해 지난해 5월 세월호 참사 대책의 하나로 2017년까지 행정고시 선발 인원을 절반으로 줄이고 나머지는 민간경력자로 충원하겠다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정 소장은 “인원만 줄이는 박근혜 정부의 어정쩡한 개혁방안은 행정고시 합력을 위한 경쟁을 더욱 치열하게 하는 것은 물론 거기서 뽑힌 사람의 선민의식을 더 강화해 관료제도의 폐해를 오히려 키울 수 있다”며 “계획대로 선발인원을 줄이는 데 그치지 말고 오는 2019년까지 추가적으로 더 감축해 2020년에는 행정고시로 뽑는 5급 공채를 완전히 없애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행정고시 제도를 대체할 수 있는 방안도 제시했다. 그는 “현재 5급 공채인원의 절반 정도를 7급과 9급의 몫으로 돌려 내부승진과 신규채용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 7, 9급 공채 공무원도 과거와 달리 시험성적이 매우 우수한 자원들로, 이들 중에서 업무성과와 근무경력, 전문성, 학술지식 등을 평가해 5급으로 승진할 수 있는 기회를 늘리면 된다”라고 제안했다.

또 “나머지 절반은 민간 부문에서 다양한 경력과 학력을 가진 사람들 가운데 전문지식, 기본상식 등에 대한 객관적 평가 과정을 거쳐 선발하면 된다”며 “민간부문의 경력은 학력이나 학위보다 담당업무와 유사한 분야의 실무경험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령 중소기업청은 중소기업, 금융위원회는 금융기관, 지식경제부는 기업체 등에서 실제 일한 사람을 우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 소장은 행정고시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행정고시 폐지에 대해 제기되는 대표적인 반대 이유는 ‘개천에서 용 날’ 기회를 없앤다는 것과 현대판 음서제(고려·조선시대에 상류층 자손을 과거시험 없이 관리로 채용하는 제도)가 될 수 있다는 것 두가지다.

이에 대해 정 소장은 “개천에서 용 날 기회를 없앤다는 의미는 거꾸로 관료가 되면 엄청난 특혜와 특권을 얻는다는 현실의 반영이며 관료개혁이 그만큼 필요함을 보여준다”며 “왕조시대처럼 고시(과거시험)에 합격해서 입신양명하는 것을 선호하는 풍조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개혁을 통해 관료가 누리는 특혜와 특권을 줄인다면 시장에서 경쟁을 통해 좋은 기업을 만드는 것,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예술작품을 만드는 것 등 젊은이들이 자연스럽게 다른 방향에서 용이 될 수 있는 길을 찾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행정고시 폐지 후 음서제 부활 가능성에 대해서는 “관료가 쉽게 국회의원, 은행장 등이 쉽게 될 수 있는 특혜를 줄이면 ‘좋은 집안’ 사람들이 관료를 하려는 요구가 사라질 것”이며 ”또한 민간경력자 채용제도는 조금만 고민하면 객관성과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경력과 학력 등 채용조건의 구체화, 전문지식에 대한 필기시험 및 다중면접 시행, 합격자의 학력, 경력, 혈연관계 등의 공개 등의 방법을 적용하면 된다는 것이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혼자가 편해요"…요즘 연애 물어보니 [데이터클립]
  • 김호중 '음주 뺑소니 혐의' 결정적 증거…소속사 본부장 "메모리 카드 삼켰다"
  • '동네북'된 간편결제…규제묶인 카드사 vs 자유로운 빅테크 [카드·캐피털 수난시대 下]
  • 월가 큰손과 통했나...서학개미 애플 팔고 ‘F4’집중 [韓美 큰손 보고서]①
  • 상반기 기대작 '세누아의 전설: 헬블레이드2' 출시…쿠키런: 마녀의성, 새 시즌 업데이트 外 [게임톡톡]
  • 유재석이 전액 현금으로 구매한 '브라이튼N40'은?
  • '갑질 논란' 침묵하던 강형욱, 오늘 입장 낸다
  • 안방서 부진한 삼성, 코너 앞세워 '천적' 쿠에바스 넘길까 [프로야구 22일 경기 일정]
  • 오늘의 상승종목

  • 05.22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6,163,000
    • -0.99%
    • 이더리움
    • 5,129,000
    • -2.19%
    • 비트코인 캐시
    • 690,500
    • -4.16%
    • 리플
    • 732
    • -2.92%
    • 솔라나
    • 248,900
    • +1.34%
    • 에이다
    • 661
    • -4.89%
    • 이오스
    • 1,173
    • -2.25%
    • 트론
    • 167
    • -2.34%
    • 스텔라루멘
    • 153
    • -1.92%
    • 비트코인에스브이
    • 91,700
    • -5.32%
    • 체인링크
    • 22,470
    • -4.18%
    • 샌드박스
    • 628
    • -2.48%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