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더딘 서비스업 발전에 숨겨진 질시와 공짜 심리학

입력 2015-02-03 09:30 수정 2015-02-03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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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없어요?”라는 식당 등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이 말은 제값을 주고 구매한 재화 외에 추가의 가치를 무료로 제공해 달라는 의미다. 이렇게 ‘서비스=공짜’라는 인식으로 비롯되는 상황은 일상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골프가 많이 대중화됐지만 골프는 부자들의 사치적 소비활동이라고 여겨지면서 정부는 높은 조세를 부과하고 있다. 회원제 골프장의 이용자가 부담하는 개별소비세는 경마장의 약 24배, 경륜장의 60배에 달한다. 이 때문에 중산층들조차 해외로 골프여행을 가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한국경제가 저성장의 터널을 나오려면 서비스산업의 활성화, 더 나아가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지난 10여년간 해결책으로 제시됐다. 특히 내수 활력이 저하되고 주력인 제조업 분야에서 중국 등 신흥개도국에 경쟁력이 역전되면서 서비스를 통한 내수성장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서비스업은 영세성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꾸준히 성장해 일부 품목에서 세계 정상을 넘보는 제조업과 달리 서비스업의 생산성은 제조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한국은행과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서비스업 종사자 1인당 부가가치는 1990년대 중반을 지나면서 제조업과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해 2012년에는 제조업이 8600만원을 넘는 데 비해 서비스업은 3800만원 수준에 그쳤다.

서비스업이 발전하지 못하는 배경에는 제조업 중심의 성장구조, 관련 정책·제도의 영세성, 의료, 보육 등 일부 공공재적 성격의 서비스를 두고 초래된 사회적 갈등 등 다양하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선 서비스는 공짜라는 인식으로 서비스 가격을 제대로 지급하려 하지 않는 경향을 들 수 있다. 소프트웨어를 불법 복제해 사용하고 제품에는 돈을 지급하면서 그 품질보증과 유지·보수는 무료라고 생각한다.

서비스업에 대한 이런 인식은 서비스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것은 물론 그 해악이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무형의 기술 및 서비스가 지닌 가치에 대한 인색한 평가는 해당 서비스 발전을 지체시키는 것은 물론 서비스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막는 걸림돌이 된다”며 “우리나라의 온라인 음악 서비스를 보더라도 매달 커피 한잔 가격으로 많은 음악을 들을 수 있지만 보다 다양한 음원에 대한 접근과 더 나은 음향 서비스는 여전히 아쉬운 것은 이러한 예이다”라고 말했다.

‘질시(疾視)의 심리’도 서비스업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비싸다는 것은 고부가가치라는 말과 같다. 그런데 사회 곳곳에서는 호텔, 골프, 의료, 교육 등 값비싼 서비스를 소비하는 것에 대해서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존재한다. 이러한 인식은 고급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수요와 공급에 악순환을 미치고 고부가가치 서비스업 발전에도 역행한다.

더욱 문제점으로 꼽히는 것은 정부가 이런 정서를 바탕으로 과거 짜장면 값을 통제하는 식의 가격통제 정책을 펼친다는 점이다. 수요와 공급의 경제원리와 부작용은 무시한 채 기름값을 비롯해 부동산 중개수수료, 보육료, 전기·통신요금 등 각종 서비스가격을 낮추기에 두팔을 걷어붙였다.

배 연구원은 “우리나라는 일본강점기와 6·25 전쟁을 겪은 후 신분제가 빠르게 와해하면서 평등의식이 강해졌고 부동산투기 등이 만연하면서 부(富)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의식도 상당하다”며 “또 서비스업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의료, 교육 등 공공재적 성격을 띠는 서비스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데 아직 관련 규제완화가 촉발할 변화에 대한 두려움도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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