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부동산 3법’ 이 뭐길래

입력 2014-12-01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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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석 부동산시장부장

“과거의 낡은 규제로 주택시장을 얽어매 놓으면 경기는 경기대로 죽고 서민들의 주거 수준도 높일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5일 국무회의에서 ‘부동산 3법’을 조속히 통과시켜 달라고 국회에 요청하면서 한 말이다.

다음 날인 26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이군현 사무총장도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위해서는 ‘부동산 3법’의 빠른 국회 통과가 절실하다는 주장을 폈다.

박 대통령과 여당의 발언은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살리려고 하는데 ‘부동산 3법’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말로 요약된다.

부동산 3법은 분양가상한제 탄력적용,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 재개발조합원 1인 1가구 공급 폐지 등이다.

정부와 여당은 관련 규제가 현재 시장 여건과는 동떨어졌다고 주장한다. 특히 부동산시장 과열기에 도입된 분양가 상한제와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제가 현재는 실효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야당은 부동산 3법은 지키면서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 청구권을 주장해왔다.

첨예하게 맞서던 여야는 타협점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분양가 상한제 탄력 적용지역을 민간택지로 한정하고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제 폐지는 5년 유예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한다. 재건축 때 보유 주택수만큼 새 주택을 주려던 것도 3가구까지로 제한한다는 것이다. 야당은 전·월세 상한제 대신 세입자에게 1년 계약갱신 청구권을 주자는 선으로 물러섰다.

그런데 부동산 3법을 들여다보면 정부와 여당의 주장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몇 년간 주택가격이 하락하면서 분양가 상한제의 필요성이 의심받고는 있다. 하지만 이는 선분양제를 택한 현 상황에서 소비자 보호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 바로 가계부채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의 9월 말 가계신용 잔액 통계를 보면 가계신용 잔액은 3개월 전보다 22조원 늘어난 1060조3000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견줘 66조7000억원 증가했고, 2004년 494조원에 비하면 2배 이상 상승했다.

10월 말 은행 가계대출(모기지론 양도 포함) 잔액은 547조4000억원으로 2008년 1월 가계대출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큰 규모이다.

예금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9월 말 현재 350조2000억원으로 6월 말에 비해 11조9000억원 증가했다. 비은행 금융회사의 주택담보대출도 같은 기간 1조3000억원 늘었다.

금리인하와 DTI·LTV완화 등 정부의 부동산 거품 띄우기가 가계부채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인위적인 건설경기 부양과 주택거래 활성화를 위해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한다면 가계부채의 추가적인 증가는 불 보듯 뻔하다.

지금도 위례, 동탄, 강남 재건축 등 여전히 많은 지역에서 소비자들에게 분양가 거품이 전가되고 있다.

재건축초과이득 환수제 폐지도 과거에서 보듯 강남과 신도시발 재건축 거품 유도로 주변 아파트의 연쇄적인 거품을 조장할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서 추정한 결과를 보면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제 폐지를 통해 수혜가 예상되는 전국의 재건축 단지는 총 442개. 이 중 서울이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 63곳을 포함해 204곳에 달한다. 면세한도인 3000만원 이상의 재건축 이득이 가능한 지역은 강남과 1기 신도시 등 특정지역에 불과하다.

또한 재건축을 통한 개발이득은 용적률 상향, 층수 상향 등 지역 주민을 포함한 공공재를 이용하는 것이다.

때문에 재건축을 통한 불로소득은 애초 공공이 회수해 최소화를 시켜야 하는데, 그렇지 않을 경우 막대한 개발 이득을 노리고 재건축 사업이 무분별하게 진행될 것으로 우려된다. 곧 2000년대 중반처럼 주택가격 상승 연쇄반응을 통해 부동산 거품을 유발시킬 수 있다.

결국 부동산 3법은 특정 지역에 국한된 것이지 전반적인 전세난 등 침체된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에는 제한적이어서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우리 부동산 정책에 대해 우려했다.

공교롭게도 박 대통령이 부동산 3법의 국회 통과를 요청하던 지난 25일 OECD는 “한국 부동산시장 활성화 정책은 가계부채 문제를 악화시키지 않도록 주의 깊게 추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일본은 주로 상업용 부동산이 거품의 핵심이었지만, 우리는 일반가계 중심이다.

정부는 부동산 거품이 꺼질 경우 가계부문의 타격이 훨씬 더 심각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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