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에 부는 ‘합종연횡’] “경기 안좋은데” 몸 사려… 건수 3년 전 절반으로

입력 2014-07-07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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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의 M&A 현주소

해외 IT기업들이 공격적 인수합병(M&A)에 나서고 있지만, 국내 업체들은 뒷짐만 지고 있다. 장기화된 경기 침체로 인한 시장예측의 어려움이 국내 IT기업들의 M&A 세포를 앗아갔기 때문이다.

◇ 국내 IT업계 M&A 현주소 씁쓸 = 해외 IT기업들에 비해 국내 IT기업들은 M&A에 아예 관심이 없다고 할 수 있다. 비단 IT부문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아예 국내 M&A 시장은 얼음판이라 표현할 수 있을 정도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내 M&A 건수는 해가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2010년 811건을 기록한 이후 해마다 감소해 지난해에는 400건을 밑돌았다.

이처럼 국내 업체들이 M&A에 대해 회의적인 이유는 장기 경기불황에서 찾을 수 있다. 긴 불황으로 인해 경기회복에 대한 확신이 없고. 현금 유동성이 원활치 않았기 때문으로 해석하고 있다. 또 산업 전반이 정체돼 특별히 현금을 풀 만한 사업 모델도 많지 않았다는 것 역시 이유라면 이유다.

일부 기업에서 M&A를 통한 시너지 창출을 노리고 있지만 아직까지 국내 M&A시장은 조용하기만 하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이 M&A를 꺼리는 이유는 경기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에 있다”며 “M&A를 쉽사리 했다가 경기가 좋아지지 않는다면 ‘승자의 저주’(경쟁에서는 이겼지만, 과도한 비용이 투입돼 오히려 위험에 빠지게 되는 상황)에 걸려들어 기업의 존속 자체가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승자의 저주는 M&A를 통해 빠른 속도로 성장했던 STX그룹이 무너진 사례가 대표적이다. 글로벌 해운업체의 침몰은 국내 기업들에 타산지석의 역할을 톡톡히 했고, 소극적 경영이 최선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더 이상 주저하면 외국 기업들에 영원히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시각이 많다. 전문가들은 위험성을 감수하고라도 철저한 준비로 물 샐 틈 없는 M&A를 성사시킨다면 단숨에 글로벌 기업 반열에 들 수 있다고 조언한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불확실성을 근거로 투자를 꺼리는 것은 경영인의 태도가 아니다. 불확실성은 항상 존재하지만 기회는 많다”고 M&A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M&A로 제2의 도약 꿈꾼다 = 국내 M&A 시장에 삭풍이 불고 있는 데도, 일부 업체는 M&A를 통해 미래를 차분히 준비해 나가고 있다. 지난 5월 국내에선 보기 드물게 빅딜이 성사됐다. 다음과 카카오가 합병을 선언한 것이다. 두 회사는 다음달 27일 주주총회를 거쳐 합병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합병 기일은 오는 10월 1일이다. 두 회사의 합병으로 시가총액 3조4000억원대의 대형 기업이 탄생하게 된다. 이 회사는 앞으로도 경쟁력 강화를 위해 M&A에 적극 나설 것임을 분명히 했다.

업계에선 다음과 카카오가 합병 시너지를 내면서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있다. 다음은 성과가 부족했던 모바일 분야에서 카카오의 사업 역량을 받을 수 있다. 게임사업을 제외하곤 재미를 보지 못한 카카오 입장에선 다음의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수익화 모델에 대한 청사진을 그릴 수 있게 된 것이다.

국내 최대 이동통신 업체인 SK텔레콤은 M&A시장의 큰손으로 불린다. 적시적소에 노른자 기업이나 유망 중소기업을 사들이면서 탈통신 사업역량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지난 2월 보안경비업체 네오에스네트웍스(NSOK)를 인수, 스마트홈 보안 분야의 경쟁력을 높였다. 또 지난달 24일에는 지분 인수를 통해 아이리버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아이리버를 통해 스마트폰과 휴대용 음향기기를 연결하는 스마트 액세서리 사업에 독보적 입지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SK텔레콤은 또 오래전부터 역량을 집중해 온 헬스케어 사업을 들고 중국시장을 공략하는 등 사업범위를 넓히고 있다. SK텔레콤은 올 4월에는 2011년부터 투자를 시작한 체외진단기기업체 나노엔텍의 지분 26%를 확보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중국 의료기기 전문업체 티엔롱의 지분도 49%를 확보해 경영에도 참여하고 있다.

SK텔레콤의 과거는 M&A를 통한 성장의 역사로 봐도 과언이 아니다. SK텔레콤은 지난 2002년 신세기통신을 합병하면서 국내 이동통신 업계 1위 업체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SK그룹은 하이닉스를 인수하면서 그룹의 수출 역량을 강화하는 등 효과적 M&A를 통해 기업의 역량을 키웠다. 이 회사는 앞으로도 탈통신 사업에서 시너지를 내기 위해 적극적 M&A에 나설 방침이다.

◇ M&A 활성화 위해 PEF 규제완화 = 정부는 지난 4월 국내 M&A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사모펀드(PEF)에 대한 규제완화를 중심으로 활성화 방안을 내놓았다. 금융위기 이후 국내 M&A 거래가 급감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M&A 시장의 침체는 기업의 자율적 사업구조 개편이나 부실 기업의 구조조정, 중소기업, 벤처 투자 활성화에 악영향을 끼쳤다.

정부는 M&A 시장을 확대하면 기업이 체질을 개선하고 다가올 미래에 대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 40조원이던 M&A 시장 규모를 2017년 70조원까지 확대해 지원키로 했다.

정부는 국내 M&A 시장 활성화를 위해 우선 금융전업그룹 또는 전업계 PEF에 대해 대기업 제한을 완화키로 했다. △계열사 의결권 제한 △공시의무 및 자본시장법상 5년내 계열사 처분의무 등 규제가 해소된다. PEF가 최대주주인 기업에 대해서도 실질적으로 상장을 허용키로 했다. M&A 관련 세지원도 병행한다. 정부는 구조조정 기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한편, M&A 시장 전체에 대한 자금 공급도 늘리기로 약속하는 등 국내 M&A 시장 활성화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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