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안재욱이 왜 거기서 나와?…‘재벌집 막내아들’로 보는 한류의 시초

입력 2022-12-12 16:51 수정 2022-12-1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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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강기둥 인스타그램, MBC ‘별은 내 가슴에’)
▲(출처=강기둥 인스타그램, MBC ‘별은 내 가슴에’)

JTBC 금토일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이큰 인기를 얻고 있는 가운데, 극의 깨알 같은 재미가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11일 방송된 ‘재벌집 막내아들’ 11회는 전국 21.1%(닐슨코리아, 유료 가구 기준)를 기록하며 자체 최고를 경신, 전 채널 1위를 굳건히 지켰습니다. 이날 방송에서는 순양그룹 회장 진양철(이성민 분)이 교통사고의 배후를 접하는 모습이 그려졌는데요. 충격으로 섬망 증상을 보이며 두려움을 감추지 못하는 그의 모습이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렸습니다.

매회 순양가 인물들의 견제·대립·욕망을 그리며 위기감을 증폭하는 ‘재벌집 막내아들’. 그런데 극에는 유독 유쾌하게 그려지는 인물이 한 명 있습니다. 바로 진도준(송중기 분)의 형, 진형준(강기둥 분)입니다.

진형준은 순양가 가족 식사 자리에 H.O.T. 패션으로 등장하는가 하면, 진도준과 진성준(김남희 분)의 얼음장 같은 신경전 앞에서 ‘위 아 더 퓨처(We are the future)’ 안무를 완벽하게 소화해냅니다. 진성준의 결혼식에는 안재욱 코스프레를 한 채 나타났으며, 그룹 빅뱅 멤버 지드래곤의 ‘합장 인사’를 해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규율을 중요시하며 예의에 엄격한 순양가인데도, 자유분방한 진형준에게 뭐라 말을 얹는 사람은 없습니다. 심지어 진양철마저 ‘대체 얜 뭘까’라는 표정을 짓는 것 외엔 아무런 지적도 하지 않아,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진형준을 두고 ‘진정한 서열 1위’, ‘가장 기가 센 인물’이라는 농담 섞인 평까지 나오고 있죠.

이처럼 진형준은 1990년대를 풍미했던 스타들을 따라 하며, 긴장감 가득한 무거운 극 분위기를 환기, 깨알 같은 재미를 선사하고 있습니다. 그런 진형준에게 영감을 준 스타는 누가 있을까요?

▲서태지와 아이들
▲서태지와 아이들

한국 대중가요계를 뒤집어놓은 ‘서태지와 아이들’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한 그룹의 등장으로 한국 대중가요계는 완전히 뒤바뀌었습니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데뷔곡 ‘난 알아요’(1992)는 빌보드 팝 음악에 빠져 있던 젊은이들의 귀를 단번에 사로잡았는데요. 이 곡은 발매 당시에는 평론가들로부터 혹평받았으나, 시간이 지난 지금은 힙합의 대중화를 이뤄낸 역작으로 평가됩니다.

‘댄스 랩’ 기원이기도 한 ‘난 알아요’는 한국어로 랩을 할 수 없다는 당시 편견을 정면으로 깨부순 새로운 시도였습니다. 리드미컬하고 유려한 랩 흐름은 브레이크 댄스, 브릿지를 넣은 헤어 스타일 등 화려한 패션과 같은 파격적인 요소와 어우러져 서태지와 아이들이 데뷔 한 달 만에 대중문화의 아이콘으로 거듭나는 데 기여했습니다.

국내 음반 판매량 집계 차트인 한터차트에 따르면 서태지와 아이들의 정규 2집 ‘하여가’는 213만 장이 팔리며 1993년 음반 판매량 1위에 올랐습니다. 힙합과 메탈, 국악이 뒤섞인 이 음반은 한국에서 공식적으로 판매량 200만 장을 처음으로 돌파한 앨범이기도 합니다.

서태지와 아이들은 3집 앨범 ‘발해를 꿈꾸며’(1994)에 수록된 동명의 타이틀곡으로 남북통일을, ‘교실 이데아’로 교실 속 난무하는 경쟁을 이야기하며 더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전국 구백만의 아이들의 머릿속에 모두 똑같은 것만 집어넣고 있어’, ‘우릴 대학이란 포장지로 멋지게 싸버리지’, ‘이제 그런 가르침은 됐어’ 등 날카로운 사회 비판이 담긴 가사는 학생들의 답답한 마음에 ‘사이다’를 안겼죠.

서태지와 아이들이 발매한 마지막 앨범, 4집 ‘컴백홈(Come Back Home)’(1995) 역시 파급력이 컸습니다. 방황하던 청소년들을 위로하는 가사로, 가출 청소년들이 이 노래를 듣고 귀가했다는 이야기는 이미 잘 알려져 있습니다.

서태지와 아이들은 “새로움에 대한 부담과 이에 따른 창작의 고통을 겪었다”는 이유로 1996년 1월 기자회견을 열고 은퇴를 선언합니다. 이들의 ‘눈물 기자회견’은 각 방송사 9시 뉴스 첫 소식으로 다뤄질 만큼 화제였습니다. 이후 세 사람은 솔로 가수, 제작자로 나서며 각자의 길을 걷게 되죠.

그룹 서태지와 아이들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이들이 남긴 획은 뚜렷합니다. 랩 댄스의 형식은 오늘날 아이돌 그룹의 원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사전심의제도에 반발, 철폐까지 시키며 사회적 영향력을 자아냈던 ‘서태지 팬덤’ 역시 가수를 응원하고 조력하는 현 아이돌 팬덤의 시초라 할 수 있죠.

▲H.O.T. (사진제공=솔트 이노베이션)
▲H.O.T. (사진제공=솔트 이노베이션)

K-팝 아이돌을 정의한 H.O.T.

서태지와 아이들이 은퇴한 1996년 9월, H.O.T.라는 혜성이 등장합니다.

‘High-five Of Teenager’, 10대의 우상이 되겠다는 뜻을 지닌 팀명처럼 H.O.T.는 최정상 아이돌 그룹으로 거듭났습니다. 사회 비판적 메시지를 담은 ‘전사의 후예’로 데뷔한 H.O.T.는 발랄하고 사랑스러운 콘셉트의 후속곡 ‘캔디(Candy)’로 2연타를 날리며 강력한 팬덤을 형성했습니다. 이후에도 ‘행복’, ‘빛’, ‘위아더퓨처(We Are The Future)’ 등 메가 히트곡을 잇따라 쏟아내며 입지를 다졌습니다.

아이돌 그룹 최초로 연간 최다 음반 판매량을 기록했고, 방송 3사 가요대상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으며, 국내 가수 최초로 서울 올림픽주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를 여는 등 수많은 기록을 써냈습니다.

이들이 발표하는 음악은 물론 패션과 춤, 팬클럽 활동 등 모든 것이 화제를 빚었습니다. 멤버들의 생일 파티 소식까지 정규 뉴스에 실시간으로 송출될 정도였죠.

서태지와 아이들이 K-팝의 시작점이었다면, H.O.T.는 아이돌 그룹 정의를 완성한 팀입니다. 멤버마다 뚜렷한 역할과 콘셉트를 보여주고, 팀에 색깔을 입히는 등 현재 아이돌 그룹의 요소와 개념을 구현한 최초의 팀이라는 평가입니다.

H.O.T.는 SM엔터테인먼트와의 계약 분쟁 등으로 멤버 토니, 장우혁, 이재원이 탈퇴하는 등 뿔뿔이 흩어져 아쉬움을 자아냈습니다.

▲배우 안재욱 (출처=MBC ‘별은 내 가슴에’)
▲배우 안재욱 (출처=MBC ‘별은 내 가슴에’)

한류의 시작…‘별은 내 가슴에’ 안재욱

K-드라마의 정점, ‘오징어 게임’ 주역 이정재보다 먼저 세계적인 스타로 거듭난 배우가 있습니다. 드라마 ‘별은 내 가슴에’(1997)에서 가수 강민 역을 맡은 안재욱입니다.

‘별은 내 가슴에’는 신드롬 그 자체였습니다. 해당 작품은 자체 최고 시청률 49.4%를 기록, 안재욱에게 연말 MBC 연기대상 인기상과 커플상, KBS 가요대상 신인가수상과 10대 가수상을 안겼습니다. 드라마는 중국과 동남아시아에도 수출됐는데, 이때 중국 언론들이 ‘한류’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했죠. 한류의 선두에 안재욱이 있는 셈입니다.

안재욱은 한쪽 눈을 가리는 긴 머리카락, 반항적 이미지, 실크 블라우스로 완성된 ‘테리우스 스타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뒤흔들었습니다. 그 인기에 힘입어 중화권에 개인적으로 진출, 엄청난 성공을 거두기도 했죠. 중국에서 콘서트를 수차례 개최하고, 현지에서 광고도 찍었으며 한중 합작드라마 ‘백령공우’(2001)에도 출연했습니다.

▲(출처=JTBC ‘재벌집 막내아들’) 2
▲(출처=JTBC ‘재벌집 막내아들’) 2

싸이까지 등장한 ‘재벌집 막내아들’…다음 주자는 누구?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언급된 스타는 서태지, H.O.T., 안재욱뿐만이 아닙니다. 11회에서 진형준은 교통사고를 당한 동생 진도준의 병실을 찾아 간병인을 자처하는데요. 진도준이 “괜찮다. 아픈 데 하나 없다”고 안심시키자 진형준은 “내가 안 괜찮다. 내가 아프다”며 볼멘소리를 합니다.

이어 진형준은 “눈치라곤 하나도 없는 자식. 형에겐 관심이 더 없는 자식”이라면서 “나 앨범 엎어졌다”고 고백합니다. 앞서 그는 가족들에게 오디션에 합격해 가수로 데뷔하게 됐다고 알린 바 있죠. 그는 “네가 내 얼굴 보면 알겠지만, 내가 비주얼 가수지 않냐. 나랑 비주얼 똑같은 놈이 나타났다”며 TV 화면을 응시합니다. TV에는 데뷔곡 ‘새’(2001)를 부르는 가수 싸이의 모습이 담겼습니다. 진형준은 망연자실한 얼굴로 “아휴 저거, 그 자식 때문에 나 완전 새됐어”라고 토로해 폭소를 자아냅니다.

‘재벌집 막내아들’은 격변의 1990년대를 지나 2000년대 초입의 배경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향후 전개에서는 싸이의 데뷔 이후 시대가 그려지게 되는 거죠. 다른 스타의 등장도 기대해볼 수 있습니다.

시청자들은 드라마 ‘겨울연가’로 일본에서 폭발적 사랑을 받은 배우 배용준의 언급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지고지순한 첫사랑을 그려내며 ‘욘사마’로 활약한 배용준은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문화 현상으로 다양한 분석을 도출해낸 장본인이기도 합니다.

IMF, 새 서울타운 조성, 새롬기술, 9·11 테러 등 실제 굵직한 역사적 요소로 몰입도를 더하고 있는 ‘재벌집 막내아들’. 역사적 사건과 더불어 진형준이 보여줄 대중문화 아이콘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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