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카카오·케이뱅크에 없는 것

입력 2018-10-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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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진산 금융부 기자

“그저 작은 은행일 뿐이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가 인터넷은행에 대해 평가한 한마디다. 이런 평가가 가혹한 것 같아서 카카오·케이뱅크에 같은 질문을 던졌다. 시중은행과 다른 혁신적인 뭔가가 있냐고. 두 은행은 입을 맞춘 듯 ‘아직…’이라고 답했다. 물론 “없다”고 단정하지는 않았지만 현재 두 인터넷은행에 혁신은 없다. 있었다면 진작 설명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대신 그들은 ‘은산분리’가 금융혁신을 가로막는 지대한 장벽인 것처럼 설파했다. 혁신은 지금 저 방에 있는데 열쇠가 없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하늘도 그들의 간절한 기도를 들은 걸까. 국회가 그들 앞에 놓인 은산분리의 벽을 무너트렸다. 일각의 우려도 소용없었다. 두 은행에만 특혜를 줄 정도로 법이 무력했나, 금융업이 그리도 만만했나 싶었다.

인터넷은행에만 너무 큰 기대를 한다고? 그렇다면 다시 묻고 싶다. 시중은행으로도 충분한 상황에 굳이 인터넷은행을 만든 이유가 뭔지. 중금리 대출을 확대해 달라고 했지만, 오히려 주택담보대출이나 홍보하는 마당이다. 시중은행이 보지 못하는 신용을 발굴하고, 자금난에 허덕이는 중신용자에게 손을 내밀어 주기를 기대했다.

가입이 수월하고 사용하기 편한 인터넷은행을 바란 것만이 아니었다. 사용하기 좀 불편하고 투박해도 지금껏 보이지 않는 고객을 찾는다면 그것으로도 인터넷은행은 존재 이유가 명확해진다. 하나 다행이라면 이제 핑계가 사라졌다는 점이다. 더 이상 은산분리 탓을 하며 혁신이 뒤처지는 변명을 듣지 않아도 되니 말이다.

혁신이야 도깨비 방망이를 두드리면 나오는 것도 아니지만, 그저 가만히 있는다고 나오는 것도 아니다. 적어도 뭘 하겠다는 밑그림이라도 있어야 한다. 시중은행과의 차이가 뭐냐고 물었을 때 언제까지 ‘효율적인 UI’라고 대답할 순 없는 노릇이다. 이런저런 핑계만 대기엔 자본주의 시장은 그리 인내심이 깊은 곳이 아니다.

‘그저 작은 은행’이라는 금융당국자의 얘기도, 이 글도 머지않은 미래에 “모르는 소리”라며 비판받기를 바란다. 비아냥대도 좋다. 그토록 원하던 은산분리의 벽도 무너졌으니 이런 비판이 무색할 만큼 달려가기를 기대한다. 그땐 ‘카카오·케이뱅크에만 있는 것’이라는 말도 들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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