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 지역 경제에 기여하는 뮤지컬

입력 2016-06-24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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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뮤지컬산업연구소 소장

▲사진 설명

이유리(서울예술대학교 예술경영전공 교수/한국뮤지컬산업연구소 소장)
▲사진 설명 이유리(서울예술대학교 예술경영전공 교수/한국뮤지컬산업연구소 소장)
세계 뮤지컬산업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미국 뉴욕의 브로드웨이는 1000석 규모의 40여 개 극장체 연합회에 의해 형성된 독특한 시장이다. 관람객 중 64%가 관광객이며 세계적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뮤지컬산업의 연간 성장률은 30%에 육박한다.

다른 문화산업이 전 세계 고른 분포도를 보이는 반면, 뮤지컬 시장은 세계적으로 다섯 곳 정도로 한정되어 있는 특수 산업이다. 그 이유는 시장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극장 클러스터가 조성되어야 하고 엔터테인먼트산업이 연계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대표적 시장이 앞서 거론한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이고 다음 시장이 일본이다. 그 외 호주, 캐나다, 유럽의 군소 시장에서 매일 밤 새로운 창작과 라이선스 뮤지컬이 막이 오르고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한국 뮤지컬 시장이 무섭게 성장하는 아시아의 태풍으로 주목받고 있다.

브로드웨이의 뮤지컬산업은 뉴욕시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단순한 공연 관람객을 넘어선 관광객들은 호텔, 쇼핑센터, 레스토랑에서 뉴욕과 런던을 생동감이 넘치는 생산적 도시로 완성한다. 그리고 뉴욕 시의회는 부가가치 확대를 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펼친다. 극장을 개·보수하고, 뮤지컬 제작 단체에 세금 혜택을 부여하고, 방송을 통해 그 유명한 ‘아이 러브 뉴욕(I Love NewYork)’ 캠페인도 벌이며 뮤지컬을 뉴욕을 대표하는 산업으로 키워온 것이다.

뉴욕은 영국의 식민지 때부터 이어온 대표적 항구 도시다. 영국에서 출발한 공연 단체들이 배에서 내린 무대 세트를 이동하기 어렵자, 항구에 자리 잡고 공연하기 시작한 것이 오늘날의 브로드웨이를 만들었다. 뮤지컬산업을 지역에서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관광산업과 연계한 극장 클러스터 조성의 도시 계획적 접근이 필요함을 보여 주는 사례다. 그렇다면 도시 계획 차원에서의 극장 클러스터를 조성할 능력이 없고, 시 정책이 뮤지컬 도시를 표방하는 과감성이 없다면 지역 뮤지컬은 자생할 방법이 없고, 지역민들은 뮤지컬을 보기 위해 여전히 서울행을 감행하여야 할 것인가? 그렇지 않다!

뉴욕타임스에 ‘Nonprofit Show, but Money’s Riding On It’이라는 기사가 실린 적이 있다. 비영리 공연이 돈이 된다는 제목의 글은 한국 뮤지컬 종사자들과 전국의 공공 공연장 종사자들을 유혹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화제작 ‘렌트’, ‘스프링 어웨이크닝’ 등의 공연을 지역 공공 공연장이 무대에 올리면 지역민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켜 주며 지역 비영리 극장의 재정에도 기여한다는 내용이다. 그것이 가능하게 된 계기는 브로드웨이의 상업 자본이 비영리 극장과 상생적 공동 제작을 꾀하면서부터다. 성공적 사례가 나타나면서 이러한 공동 제작 방식은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고, 지역 공연장의 새로운 생존 방안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는 일본 뮤지컬 시장의 절대 비중을 차지하는 뮤지컬 기업 ‘시키(四季)’가 보유한 1000석 규모 13개 전용 공연장이 대표적 시장이다. 브로드웨이, 웨스트엔드와 다른 특징은 모든 극장이 도쿄에 집중된 것이 아니라 전국에 분산돼 있다는 점이다. ‘시키’의 아사리 게이타 대표는 이미 1969년부터 지역을 찾아가 공연했는데, 그는 손해를 보더라도 도전을 중요시하고 좋은 작품을 하면 사람은 모인다고 확신했다. 어린이와 지역민을 공략해 오늘날 전국 시장의 기반을 다지고 일본이 세계 3대 뮤지컬 시장에 진입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그의 저력도 지역 활성화에서 시작된 것이다.

뮤지컬 도시를 표방한 대구시에 이어서 뮤지컬산업을 통해 얻는 경제적 가치를 고심하는 지역은 없을까? 한국 뮤지컬산업의 시장 확대는 서울을 벗어나 각 지역이 자유롭게 실험하고 흥행성과 공연 완성도를 공격적으로 보여줄 때 더 풍성해질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지역의 창작 뮤지컬이 아시아를 향한 미래 시장의 판로를 열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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