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집안 어르신들께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다르다”는 말씀을 종종 듣곤 했다. 어릴 적부터 어려운 책들을 술술 읽던 ○○네 둘째 아들은 학자로 대성했고, 어린 나이에도 부모님 말씀이라면 팥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믿고 따랐던 ○○네 셋째 아들은 지금도 효심이 남다르다며,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던 어르신들 목소리가 지금도 들리는 듯하다.
철부지 시절엔...
올해도 어김없이 3월 1일 아침이 되자 휴대폰으로 문자 메시지 한 통이 도착했다. “3월 생일을 맞으시는 고객님을 위해 파마와 염색 20% 할인해 드립니다.” 지금은 사라진 호적에 생일이 3월 10일로 기록된 까닭에 겪는 해프닝이다. 실제로는 섣달 그믐날 태어났는데 엉뚱한 가짜 생일을 갖게 된 데는 사연이 있다.
그 옛날 설 준비로 한창 분주하던 그믐날 새벽...
올겨울 추위가 유난하긴 했던 모양이다. 4년 전 입주를 시작했다는 새 아파트에서도 보일러가 터졌으니 말이다.
영하 15도를 오르내리던 중 서울에 집안 혼사가 있어 시골 아파트를 며칠 비운 사이 보일러가 동파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실내 온도를 18도에 맞춰 놓았음에도 연일 이어지는 강추위엔 어쩔 도리가 없었던 모양이다.
보일러 수리 기사에게 연락을 하니...
얼마 전 책장 정리를 하다 우연히 흑백 사진첩을 발견했다. 사진첩을 넘기던 중 외할아버지의 회갑 잔치 사진에 눈길이 머물렀다. 사진 속에 아직 막내 동생 모습이 없었던 것으로 미루어 1964년 겨울쯤이었던 것 같다. 사진 한가운데에는 수염을 길게 기른 외할아버지께서 꼿꼿이 앉아 계셨고, 그 앞으로는 사과, 배, 감 등 먹음직스런 과일에 밤, 대추에다 울긋불긋한...
올 초부터 우리 집엔 경사가 났다. 마흔다섯 살 조카 녀석이 드디어 노총각 딱지를 떼게 되었으니 말이다. 일흔 여섯의 신랑 어머니가 “정말 홀가분하다. 날아갈 것만 같다. 앓던 이가 쏙 빠진 기분이다”를 외쳤으니 경사 중에 경사임에 틀림없는 듯하다.
신랑 신부 모두 미국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데다 신부 부모님마저 한국을 떠나 해외에서 생활한 지 삼십...
여전히 초보 농사꾼에 머물고 있는 내게 주위 분들이 종종 농담을 건네곤 한다. “지금은 농한기이니 뜨끈한 아랫목에서 고스톱 치고 섯다판 벌일 때 아닌가?” 그럴 때마다 “엉덩이 지지며 세월아 네월아 하고 싶은 마음 굴뚝같지만, 일머리를 제대로 몰라 우리 밭은 일 년 열두 달 농번기예요”라고 얼버무리고 만다.
물론 지나가는 고양이라도 불러 세워 일을...
얼마 전 신문을 읽다 보니 재미난 기사가 눈에 띄었다. 자궁(子宮) 대신 포궁(胞宮)이라 쓰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이었다. 자궁은 아들을 품고 낳는 것만 인정하는 것처럼 인식되니 세포의 포를 써서 신체 기관이란 중립적 의미를 지닌 포궁으로 부르자는 이야기였다.
이 기사를 읽자니 1990년대 초반의 해프닝이 떠오른다. 당시에도 오늘날처럼 원자력 발전소...
“나는 그에게 중독되었어요(I’m addicted to him).”
한때 부부였던 니콜 키드먼이 남편 톰 크루즈를 향해 던진 사랑의 고백이었다. 사랑의 독성으로부터 벗어난 덕분인가, 고백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둘은 남남이 되었다.
나이 들어갈수록 멋스러움을 더해가는 숀 코넬리와 묘한 매력을 불러일으키는 미셀 파이퍼 주연의 영화 ‘러시아 하우스’(1990년 작품)...
시골 농장에 있는 감나무에 올해는 감이 가지가 찢어져라 열렸다. 작년엔 눈을 씻고 봐도 감 그림자도 못 찾았었는데 올해는 지나가는 동네 분들마다 감탄사를 연발할 만큼 소담스레 열렸다. 작년하고 올해가 왜 이리도 다른지 여쭈었더니 “감이 해거리를 하나 보네” 하고 말씀해주셨다.
하기야, 작년에 감이 하나도 안 열리는 바람에 실망이 이만저만이...
지난 9월 세상을 떠난 마광수 교수는 수필집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에 여성의 길고 긴 손톱을 보면 전율과 긴장을 느낀다고 적고 있다. 1988년 당시 서울 올림픽에 출전했던 미국의 여자 육상 대표선수 그리피스 조이너스의 휘황찬란하고 현란한 장식의 손톱을 보면서 성적 흥분을 느꼈다는 기록도 남긴 바 있다.
하기야 옛날부터 여성의 길고 긴 손톱은 노동에서...
우리 집 블루베리 농장 길 건너 파란 대문집엔 최 씨 할머니 내외분이 살고 계신다. 최 씨 할머니는 올해로 일흔여섯, 할아버지는 당신보다 세 살이 많단다. 매달 4자와 9자로 끝나는 날이면 읍내에 5일장이 서는데, 가끔 양손 가득 장을 봐 오시는 내외분과 마주치곤 한다.
늘 대여섯 걸음 뒤에서 할아버지를 따라가시는 할머닌 무엇이 그리도 좋은지 연방...
○사회적 책임과 윤리 강조= 경제활동인들의 사회적 책임을 일깨우고 윤리경영을 북돋우기 위해 남형두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종수 (재)한국사회투자 이사장, 함인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 등이 각각 월 1~2회 전문분야 별로 집필합니다. 아울러 박종진 만년필연구소장의 ‘만년필 이야기’가 전통적 필기구에 얽힌 인문학과 경제학을 재미있게 소개합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이맘때 즈음이면 ‘며느리 명절 증후군’이 미디어의 단골 주제로 등장하곤 했는데, 요즘은 상황이 다소 나아진 모양이다. 한데 영어에도 ‘Holiday Syndrome(번역하면 정확히 ‘명절 증후군’)’이란 단어가 있는 걸 보면, 명절 증후군은 동서양 가리지 않고 존재하는 듯하다.
다만 그 속내를 살펴보면 서구의 ‘홀리데이 신드롬’과 우리네 명절...
현대 서구 여성들은 아프리카 여성들과 비교하면 생리 기간이 2~3배에 이른다고 한다. 아프리카 여성들은 이른 나이에 출산을 시작하고, 다산(多産)을 특징으로 하는 데다 모유 수유를 하기 때문이란다.
서구에서도 산업혁명 이전에는 여성의 생리 기간이 지금보다 현저하게 짧았다는 기록이 있다. 우리네도 예외는 아닐 듯싶다.
근대화·산업화를 거치면서 여성의...
KBS 주말 드라마 ‘아버지가 이상해’에는 결혼인턴제 및 졸혼(卒婚) 이야기가 양념으로 등장한다. 온 가족이 함께 보는 시간대의 드라마에서 기존의 결혼 관행에 물음표를 제기하고 있는 걸 보니, 결혼의 의미도, 결혼의 위상도 세월 따라 변화하지 않을 도리가 없구나 싶다. 1970년대 서구에선 이미 결혼 안식년제를 주장했던 가족학자도 있었으니, 한 사람과 백년해로...
토론회에는 함인희 이화여대 교수, 조민경 여성가족부 가족정책과장, 마리아 주한 덴마크대사관 혁신센터장, 루이즈 이케아 코리아 HR 매니저 등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저출산 문제를 사회학적으로 조명한 후 관련 정책과 주요 사례, 의견을 교환했다.
함 교수는 “저출산을 경험하는 국가들은 한국, 일본 등 아시아권에 포진하고 있다. 이 국가는 유교 자본주의적...
최근 분노 조절 장애로 인한 ‘묻지마 범죄’ 소식이 잇따라 들려와 가슴이 휑하게 뚫리는 기분이다. 아파트 외벽 작업자가 켜 놓은 휴대전화 음악 소리가 시끄럽다며 밧줄을 끊는 바람에 5명의 자녀를 둔 가장이 목숨을 잃었는가 하면, 이번엔 인터넷 수리 요청을 받고 방문한 수리기사를 향해 통제되지 않은 분노를 폭발시켜 애꿎은 목숨을 빼앗은 사건이 발생했다니...
“이혼의 원인은 결혼이다.” 가족 사회학자가 남긴 명언(?)이다. “판단력이 부족해 결혼하고, 인내력이 없어 이혼하는데, 기억력이 흐려져 재혼한다”라는 유머도 있다. 러시아 속담에는 “전쟁터에 나가기 전엔 한 번 기도하고, 배 타러 가기 전엔 두 번 기도하고, 결혼하기 전엔 세 번 기도하라”라는 말도 있다. 결혼의 위험을 익히 간파했던 셈이다.
1990년대...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통해 본 수컷 라이온 킹의 늠름한 이미지가 과장과 미화(美化)의 결과물임을 알게 된 순간 실소(失笑)를 금치 못했던 기억이 난다. 수컷 사자의 멋들어진 갈기는 교미기에 암컷을 유혹하는 데만 주효할 뿐, 사냥하는 데나 새끼들을 돌보는 데는 거추장스럽기 그지없다는 것이다. 덕분에 사자 무리는 암컷의 헌신에 의해 생존을 이어가고, 암컷 주도...
외국인이 한국에 와서 가장 먼저 배우는 우리말이 ‘빨리빨리’임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커피 자판기에 동전을 넣자마자 컵을 꺼내려 손을 뻗치는 사람은 십중팔구(十中八九) 한국인이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밥 대신 빵 소비가 증가하던 시절 한국의 모 대기업이 소비 트렌드를 놓치지 않고 야심차게 빵 굽는 기계를 시장에 출시한 적이 있었다. ‘메이드 인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