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줄’로 잘못 알고 쓰는 이들이 많은데, 우리말 원칙 가운데 된소리 적는 요령만 알면 바로잡을 수 있다. 어떤 말의 형태를 살려 적을 특별한 근거가 없을 때는 소리 나는 대로 적는다는 규칙이다. 혼쭐의 ‘줄’은 어디에서 온 말인지 근거나 유래를 알 수 없으므로 소리 나는 대로 혼쭐로 써야 한다.
짝을 이루는 동료 혹은 뜻이 맞거나 매우 친한 사람을 가리키는...
현재 우리말은 두음법칙을 적용해 소중하고 귀한 사람을 뜻하는 말로 ‘임’만을 인정한다. 그렇다면 님은? 회장님, 선생님, 과장님 등 명사 뒤에 붙어(접미사) 대상을 높이거나, ‘김영희 님’처럼 사람 이름 뒤에 붙어(의존명사) ‘씨’보다 높임의 의미를 더한다. 의존명사 ‘님’은 앞말과 띄어 써야 한다.
우리말 표기법대로라면 ‘임을 위한 행진곡’이...
그렇다면 삐끼를 대신할 만한 우리말은 없을까? 오래전부터 우리 전통시장에는 손님을 끌어들여 물건을 사게 하고 가게주인으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여리꾼이다. 여리꾼은 상점 앞에 서서 손님을 기다린다는 뜻의 ‘열립군(列立軍)’에서 나온 말로 여겨진다. 열립이 시간이 지나면서 ‘여리’로 변했고, 사람을 뜻하는 접미사 ‘꾼’이 붙었다....
시인 박목월이 “생명의 등불을 밝혀 든다”고 노래했던 4월도 어느덧 후반이다. 시인이 읊은 꿈의 계절(?)답게 한낮 꿈속을 헤매는 이들이 많다. 봄의 복병 춘곤증 때문이다. 낮잠 자는 모습도 각양각색이다. 의자에 목을 기댄 채 머리를 뒤로 넘기고 자는 이, 팔을 베개 삼아 책상에 엎드려 자는 이,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손에 펜까지 들고 자는 이(고교 시절 안경 렌즈에...
순 우리말 ‘꼴’에 한자어 ‘불견(不見)’이 결합된 말로 꼴불견이 맞다.
시도 때도 없이 스킨십을 해대는 ‘애정표현족’, 함부로 꽃을 꺾고 심지어 꺾은 꽃가지를 들고 기념 촬영까지 하는 ‘터치족’, 술에 취해 고성방가를 일삼는 ‘소리족’, 쓰레기족 등 ‘벚꽃놀이 꼴불견’이 네티즌 사이에 화제다. 아름다운 봄날, 꽃에게 미안하지 않으려면 사람도 예의를...
부모에 의한 아동학대 사건이 끊임없이 발생해 가슴이 아프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전문가들이 아동학대의 원인과 해결책을 내놓고 있지만 ‘모성의 타락’이 가장 큰 문제인 듯하다. 젖을 물리고 사랑으로 토닥이며 자식을 키운 부모라면, 또한 그런 부모 무릎에서 자란 사람이라면 상상도 못할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모성애는 임신 중 젖이 돌기 시작하면서 생겨난다고...
전통적인 우리말 조어법(造語法)을 깬 ‘알리미’를 바른말로 인정해야 할까? 소리 나는 대로 흘려 적는 ‘형태의 격식을 깬’ 대표적인 말은 ‘도우미’다. 1993년 대전엑스포 때 시민공모로 탄생한 이 말은 빠르게 세를 확장하더니 표준국어대사전에도 올랐다. 행사 안내를 맡거나,남에게 봉사하는 요원을 말한다. 당시 우리말 연구자들 사이에는 문법적 시비가...
100에 해당하는 우리말 ‘온’에는 ‘모든’의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숫자는 어린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어려워한다. 특히 대강 짐작해 헤아릴 경우 어떻게 말해야 할지 헷갈려 하는 이들이 많다. 이쯤에서 문제 하나. 넷이나 다섯쯤 되는 수의 우리말 바른 표기는? ‘너댓’이라고 답한 이들이 많겠다. 하지만 ‘너댓’은 존재하지 않는 말로, 정답은 ‘네댓’...
그해 여름 언중이 일상적으로 많이 써왔던 ‘입말’ 짜장면, 맨날, 복숭아뼈 등과 함께 우리말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다 해서 바른말이 됐다.
비가 오거나 끄물끄물한 날이면 부침개가 당긴다. 고소한 기름 냄새를 맡는 순간 찌뿌드드하던 몸은 가벼워지고 입맛도 살아난다. 왜일까? 소리연구가 배명진 교수는 잘 달궈진 프라이팬에 밀가루 반죽을 넣을 때 나는 기름 튀는...
한자 사용이 꺼려진다면 ‘입방아에 오르내리다’ ‘입길에 오르다’ 등 순 우리말로 표현해도 좋다. 입길은 남의 흉을 보는 입놀림을, 입방아는 이러쿵저러쿵 쓸데없이 뒷얘기하는 일을 뜻한다. 북한에서는 구설을 ‘말밥에 오르다’라고 표현한다.
구설, 구설수 못지않게 잘못 쓰이는 표현으로 ‘인구(人口)에 회자(膾炙)되다’가 있다. 회자의 회(膾)는 ‘고기나 생선의...
이처럼 ‘불이 너무 세지도 않고 꺼지지도 않은 채 고스란히 붙어 있는 모양’을 가리키는 순 우리말은 ‘꼬다케’이다.
군불 하면 외할머니가 그립고, 외할머니를 생각하면 ‘자리끼’가 떠오른다. 자리끼는 순 우리말로, 표준국어사전상의 의미는 ‘밤에 자다가 마시기 위하여 잠자리의 머리맡에 준비해 두는 물’이다. 그런데 자리끼가 필요했던 중요한 이유가 또 하나...
“달러값은 해마다 곱절씩 오르고/ 원화값도 해마다 곱절씩 내리고/ 우리 월급값도 해마다 반값으로 깎이어/ 너절하게 아니꼽게 허기지게만 사는 것도 괜찮다/ …그렇지만/ 어찌할꼬?/어찌할꼬?/ 너와 내가 까놓은/ 저 어린것들은 어찌할꼬?” 미당 서정주가 1965년 1월 1일 발표한 시 ‘신년유감’의 한 구절이다. 새해 첫날 어려운 경제 상황을 걱정하는 시인의 마음이...
병신년(丙申年)의 태양이 밝았다. 천간(天干)의 병(丙)은 붉은색을, 지지(地支)의 신(申)은 원숭이를 상징한다. 즉 올해는 ‘붉은 원숭이’ 해다. 원숭이는 영리하고 사교성이 뛰어난 동물이 아니던가. 하지만 잔꾀, 미성숙의 이미지도 갖고 있으므로 그 어느 해보다 정진(精進)해야겠다.
새해 첫날을 맞을 때마다 시간의 흐름이 빨라지는 것을 느낀다. 그래서 하루하루를...
따라서 몇 해 전 모 방송에서 방영됐던 예능프로그램 ‘황금어장 무릎팍도사’는 우리말 어법에 어긋난다. 무르팍도사로 해야 바르다.
모란봉(牧丹峯)은 대동강변을 휘돌아 평양의 가장 중심에 솟아 있는 봉우리로 천하 절경이다. 봉우리들이 마치 모란꽃이 둥글게 피어오른 것 같아 붙여진 이름이다. 7명의 가수와 10여 명의 악기 연주자로 구성된 ‘모란봉악단’은...
“더 깨끗하고 고운 잎을 만들고 지키기 위해/가장 오래 세찬 바람 맞으며 하루하루 낡아간 것도/저들이고 마침내 사람들이 고갱이만을 택하고 난 뒤/제일 먼저 버림받은 것도 저들이다/(중략)잠시 옛날을 기억하게 할 짧은 허기를 메꾸기 위해/서리에 젖고 눈 맞아가며 견디고 있는 마지막 저 헌신….”(‘시래기’ 2006) 시인 도종환은 시래기의 헌신(獻身)을 한껏...
요즘 흔한 말로 몸짱이 아닌 나는 학창 시절 새 학년이 되면 작은 키 때문에 고민이 컸다. 출석번호를 키 순으로 매겼기 때문이다. 그나마 중고교 내내 10번 중후반대까지 갈 수 있었던 건 눈치껏 든 까치발 덕이다. 최악의 출석번호는 고등학교 2학년 때의 십팔 번이다. 수학 문제 풀이, 영어 문장 외우기, 고전문학 작품 암송 등에 단골로 걸린 번호였기 때문이다. 교과...
대학시절 모꼬지 자리에서 흥이 나면 다같이 불렀던 노래가 있다. “비가 오면 생각나는 그 개새. 언제나 말이 없던 그 개새, 사랑의 괴로움을 몰래 감추고 떠난 사람 못 잊어서 울던 그 개새….” 이때만큼은 선배, 동기, 후배들 눈치 안 보고 걸걸하게 욕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아니, 욕인 듯 욕이 아닌 듯한 경계를 넘나드는 그 모호한 단어를 즐겼다. ‘그때 그 사람’을...
전 직장의 이모 부장은 발(足) 요리를 못 먹는다. 일단 생김이 흉악망측한 데다 발 고린내도 나기 때문이란다. 그런데 운명의 장난인가. 이 부장의 고등학교 1년 후배이자 편집국 직속 상사인 박모 국장은 발 요리 마니아다. 박 국장은 퇴근 무렵이면 콜라겐의 효능에 대해 일장 연설을 한 후 여기자들에게 돼지족발과 닭발 중 하나를 고르게 했다. 정말 이상한 것은, 나 같으면...
떠먹었던 그것이 개암 커피였고, 친구들과 뒷산에서 뛰어 놀다가 개암 열매를 찾으면 이로 깨물어 고소한 속살을 먹으며 행복해했다. 출근길 혹은 나른한 오후 커피 전문점에 들러 개암 커피 한 잔으로 여유를 즐겨 보자. 만약 커피 전문점 직원이 개암 커피를 못 알아듣는다면 친절하게 설명해 주자. 헤이즐넛이 우리말 개암이라는 것을 알면 커피맛이 더 좋지 않을까.
말을 듣는 사람이 문장의 주어보다 윗사람이라면 높임말을 써서는 안 된다는 우리말 규칙이다. 예를 들어 국장한테 “부장님께서 오셨습니다”라고 말하면 안 되는 것이다. 부장이 자신보다 윗사람이더라도 국장에겐 아랫사람이기 때문에 “○○○ 부장 왔습니다”라고 해야 올바르다.
시월의 마지막 밤엔 덕수궁 돌담길을 걸어 보자. 가을밤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